코로나19 치료제 무관 R&D 강자 '유한·한미·동아ST'
기존 파이프라인 강화 주력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대비, '약가 책정·수출도 난관'
2020.12.09 05:2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전세계 제약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 중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높은 유한양행,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등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등 매출 상위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연일 주목받고 있는 것과 달리 이들 제약사들은 관련 의약품 개발 임상 승인 및 계획 등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섣불리 뛰어들기 보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기존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확대에 주력한다는 전략 때문이다. 산토끼를 잡으려 애쓰지 않고 집토끼를 키우는데 전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 3상에 집중하고 있고,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NASH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이후 유한양행은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 제약사와 총 5건, 4조원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바이오벤처와 협업하며 총 27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유한양행 측은 "현재 진행 중인 레이저티닙 임상을 비롯 NASH치료제 개발 등에 더 힘을 쏟고 있다"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관련 임상시험계획서 제출 등을 내부에서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그룹은 분업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18.8%로 업계 최고 수준인 한미는 기존에 진행하던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을 개발한다.

한미약품은 유한양행과 마찬가지로 NASH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이며, 바이오 신약인 '오락솔'에 대한 미국 FDA 허가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임종윤 대표가 이끄는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7월 바이오앱과 식물에서 생산된 코로나19 항원 단백질을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으며, 신테카바이오와 AI를 활용한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 발굴도 진행한다.

동아에스티 역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보다는 당뇨 등 만성질환과 항암제 중심의 파이프라인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당뇨병 치료제(DA-1241)는 미국 임상 1b상 시험을 완료했고, 동물실험에서 NASH 치료제로 활용 가능성도 확인돼 두 가지 적응증을 타깃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면역항암제(DA-4501)는 후보물질을 선정 중이다.

일동제약의 경우 초반에 약물 재창출이 아닌 코로나19 신약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을 탐색했지만,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기존에 진행하던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전략과 함께 치료제 개발에 드는 자원(자본, 시간)에 비해 시장성이 풍부한지 불명확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일반적으로 약물 재창출을 하려면 항바이러스제나 호흡기질환 오리지널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 1상, 2상까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업체들의 이야기다.

게다가 코로나19 테마주로 묶여 일시적인 주가 부양을 위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가세하는 일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고, 개발을 하더라도 약가 산정이란 난관을 극복하고 해외 수출 판로 개척도 기대치에 부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호흡기질환 치료제나 항바이러스제를 가진 제약사의 경우 약물재창출을 통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 수 있겠지만, 없는 회사는 후보물질부터 발굴해야 하기 때문에 도전이 힘들다"며 "국가적 위기 상황을 이용해 주가 뻥튀기에 나선 것처럼 보일 경우 대외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국내에선 정부가 가격 통제를 할 것이고, 해외 수출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의 경우 나라마다 규제가 다 다르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진입 장벽이 높다.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도 "의약품 개발을 위해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과 허가를 받는 일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의약품 수출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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