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노병태 회장·50대 신영섭 사장·40대 이창재 사장
전략적 사고+열정 '제약 성공신화'···盧·李 지방대·영업사원-3인 공통점 '다독(多讀)'
2022.03.29 06:1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흔치 않은 샐러리맨 성공 신화. 그 것도 소위 지방대 출신으로 명문대 출신들이 즐비한 제약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제약의 꽃은 ‘영업’이라고 하지만 말단 영업사원부터 시작해 최고경영자(CEO) 위치에 오르는 것은 가뭄에 콩나듯 드물고 여정도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국내 제약업계가 대부분 오너경영 체계이기 때문이다. 가업(家業)을 잇듯 아버지(창업주)에게서 아들(후계자)로 경영 승계가 이뤄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물론 최근에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이 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지방대, 영업맨이라는 핸디캡의 한계를 극복하며 열정과 전문성, 그리고 전략적 사고와 리더십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자수성가형 CEO들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제약계에서 추앙받고 있는 영업사원들 롤모델이 일부 있다. 그 중에서도 4060세대에서 덕망있고 인정받고 있는 상장사 영업맨 출신 3인을 조명해봤다. 60대 대화제약 노병태 회장, 그리고 만 50대 후반인 JW중외제약 신영섭 사장, 요즘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꼽히는 40대 대웅제약 이창재 사장. 이들 3인의 절치부심, 내공이 쌓인 제약 인생 스토리를 살펴봤다.[편집자주]

솔선수범 현장 중시 리더 '최장수 CEO' 대화제약 노병태 대표 
 
대화제약 노병태 회장은 성과와 실적으로 무장한 '장수 CEO'로 꼽힌다. 내년 2023년 6연임 되면 제약업계 최장수 CEO 반열에 오르게 된다.

노병태 회장 재직시 대화제약은 회사 창립 이해 처음으로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견제약사로는 이례적으로 신약은 물론 개량신약 개발 부문에서 한페이지를 장식했다.  

노병태 회장은 경북 예천 출신으로 1961년생이다. 대구대 공업디자인과를 졸업했으며, 육군 병장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1985년 대화제약 영업부로 입사해 제약업계 첫 발을 내딛었다. 인간미와 성실함으로 기반으로 남다른 성과를 내며 영업본부장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전무 등을 거쳐 2008년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국내 제약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등이 얽혀 2013년 8월 일신상의 사유로 잠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2015년 3월 다시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했다. 

노병태 회장은 소위 '장돌뱅이론'을 주창한다. 가진거 없고 배운거 부족해도 성심성의껏 고객(의사)에 다가가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신조다. 학벌 대신 그는 성실함과 실력으로 승부를 걸었고 마침내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사장, 회장까지 오른 국내 제약사의 입지전적인 인물이 됐다. 

실제 노병태 회장 재임 기간 동안 대화제약은 큰 부침없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물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19년과 2020년은 다른 중소제약사들처럼 타격을 입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회복하는 모습이다. 

대화제약 매출 추이를 보면 2019년 1146억원에서 2020년 1093억원으로 소폭 하락했다고 2021년 1172억원으로 늘어났다. 

전문의약품 중심 사업을 이어나가면서 대화제약은 연구개발(R&D)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통상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회사는 매출액 대비 10% 이상 R&D 투자를 단행해왔다. 

연구 결실도 맺었다. 세계 최초로 경구용 파클리탁셀 항암제 '리포락셀'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국내에선 급여화가 이뤄지지 않아 지금도 많은 아쉬움이 남고 한 때는 고전도 했다. 하지만 중국 RMX사에 2500만달러(약 284억원)에 기술이전하며 강소기업 면모를 보였다. 현재는 유방암 쪽으로 적응증을 넓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 중이다. 
 
이 같은 성과는 오너가와 가교 역할을 원활히 하며 안정적인 경영을 펼친 노 회장의 역량이 한 몫했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김지수 명예회장 외아들인 김은석 사장과 각자 대표체제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은석 사장이 제2 대화제약 도약의 기반을 끌고 갈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아주고 정든 제약계를 떠나고자 한다.
 
노병태 회장은 지금도 시간을 내서 친분있는 의사분들을 직접 찾는다. 솔선수범형 리더로서 화합과 소통을 중시하고 매우 겸손하다. 실제로 노 회장은 상장사 대표임에도 운전기사 없이 직접 운전을 하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논어 필사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그는 책을 많이 읽는 전형적인 다독(多讀)가다.

주말에는 남한산성을 자주 찾고 늦게 배운 골프는 라운딩보다 식사 자리에서 오가는 술잔이 더 좋다고 말하는 애주가이자 두주불사형이다. 인문학적인 소양과 혜안도 남다르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경청하고 융합하는데도 공을 들인다.  
 
정통 영업맨 출신 '젠틀 신사' JW중외제약 신영섭 대표
 
JW중외제약 신영섭 대표는 30년간 제약업계에서 영업 한 우물만 파며 대표 자리까지 오른 성공신화를 써온 인물이다. 특히 그동안 공동대표로 재직했지만 올해 4월 부터는 단독대표로 실질적인 회사 선장이 된다.

말단 사원에서 CEO 자리까지 오르게 된 비결은 '통찰력'과 '추진력', 그리고 '수평적인 소통'에 있다. 
 
1963년생인 신영섭 대표는 중앙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JW중외제약에 입사했다. 영업지점장을 거쳐 의약사업본부장, 전무에 이어 2017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년 뒤 2018년 3월부터 전재광 대표, 그리고 2019년부터는 이성열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으며 '투톱 경영체제'로 중견제약 중외를 5000억이 넘는 회사로 퀀텀 점프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올해 이성열 대표가 연임되지 않으면서 신영섭 대표 단독 체제가 본격화된다. 오너를 보필하면서 신영섭 단독 체제의 JW중외 모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신영섭 대표 재임 기간 동안 JW중외제약은 두 번의 큰 전환기를 맞이했다. 지난 2017년 회사 창립 이해 처음으로 매출 5000억원 고지를 넘어선 것이다. 

이어 2018년 5371억원, 2019년 5113억원, 2020년 5473억원으로 5000억원대 구간에 머무르다가 작년 2021년  첫 매출 6000억원 돌파 신기록을 달성했다.  

실제 JW중외제약 2021년 매출은 전년 대비 10.8% 증가한 6066억원,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334억원으로 확인됐다. 12년만에 최대 성과다. 
 
이 같은 성장 비결은 전문의약품 분야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든든한 캐시카우를 확보하고, 다국적 제약사들의 선진 영업과 마케팅 기법을 꾸준히 도입, 추진해 온 덕분이다. 전문의약품 영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신영섭 대표의 전략과 인맥, 그리고 마케팅 기법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JW중외제약은 70년 넘게 국내 수액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고, R&D 투자로 수익성이 높은 개량신약을 개발, '리바로' 같은 간판 품목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이 마진이 높은 품목들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한 R&D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JW중외제약은 통풍치료제를 비롯해 아토피치료제, 탈모치료제 등 소위 대박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신 대표 통찰력과 추진력이 이 같은 제품들이 출시될 때 윈윈 전략을 발휘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신 대표는 인본주의(사람이 근본이다)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선다. 그를 아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젠틀맨으로 기억한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찡그리지 않고 옅은 미소를 짓는게 트레이드 마크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끔 나가는 골프도 즐기지만 집 근처에서 사색하며 걷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지론도 있다. 
 
지리산 지게소년 꿈과 열정, 현실로 만든 대웅제약 '이창재 대표'
 
근래 국내 제약업계에서 불고 있는 세대 교체 바람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대웅제약이다.

매출 1조원이 넘는 상장사 경영을 50~60대가 아닌, 그렇다고 오너도 아닌 40대 젊은 전문경영인(CEO)들이 이끌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창재 대표 이력이 제약업계에서 화제다. 경남 하동 지리산 두메산골에서 지게를 지고 소 여물을 주던 소년의 꿈이 마침내 국내 최대 제약사 대표로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1977년생인 이창재 대표는 부산 동아대 중문과를 졸업한 뒤 학군장교(ROTC)로 군 복무를 마치고 2002년 대웅제약에 입사했다.

군 장교 출신의 리더십과 통솔력을 바탕으로 부산, 경남, 울산권에서 성과를 낸 그는 윤재승 회장 부름을 받고 서울에 입성했다. 대웅제약 간판 전문의약품인 가스모틴 PM과 서울아산병원 소장 등을 거쳐 지방대 출신이라는 ‘스펙’ 편견을 깨고 실력으로 정면 승부, 30대 후반부터 초고속 승진 역사를 써나갔다. 

물론 당시 젊은세대로 전면 쇄신을 내건 윤재승 회장의 경영 방침과 궤를 같이했지만 능력과 자질, 그리고 업무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 애사심 등이 조화를 이루며 성과로 이어졌고 마침내 CEO 자리에 올랐다. 이창재 사장은 근래 제약계 영업사원들이 불가능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설들이 가끔 술자리에서 회자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해낸다’는 신념으로 맡은 업무마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그는 최연소 마케팅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어 전문의약품영업·마케팅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거쳐 2020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ETC·CH·개발본부를 총괄하며 뛰어난 경영 성과로 능력을 인정받아 2021년 12월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됐다. 그의 고속 승진 비결은 영업·마케팅 패러다임을 바꾼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추진력에 있다.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는 차별화된 검증 4단계 전략과 영업 작동원리를 시스템화한 프로그램을 이용한 근거 중심의 마케팅을 구축한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대유행과 메디톡스와의 법적 분쟁 등과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웅제약은 2018년 매출 1조 클럽에 첫 진입한 후 줄곧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4년간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1조314억원, 2019년 1조1134억원, 2020년 1조554억원, 그리고 2021년 1조1530억원으로 순항 중이다. 작년에는 거의 1천억원대 이익 창출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 

의약품은 물론 의료기기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사업 다각화에도 공을 들였다. 국내 업계 최초로 연속혈당측정기 리브레와 심전도 측정패치 모비케어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만성질환 모니터링 앱인 웰체크를 도입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일궈냈다. 
 
조직문화 개선에도 기여했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했으며,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능력과 성과 중심 인재 중용 원칙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 결과, 대웅제약은 '일하기 좋은 회사' 대상 수상과 함께 '일하기 좋은 회사 아시아 톱 10'에 선정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창재 대표는 "젊은 시절 윤재승 회장님이 우리나라 제약계에도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 젊은 사람들이 창의적이고 과감하게 추진해서 성과를 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며 도전정신을 심어준 것을 항상 가슴에 담아두고 실천코자 한다.

이런 비전에 직원들과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보다 나은 세상을 지향하며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자세로 대웅제약의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철학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는 글로벌 대웅제약 도약을 위해 우선 2조원 매출 목표를 세웠다. 2조 매출을 기반으로 전세계 5대양 6대주에 대웅 브랜드를 실현할 계획이며 이는 곧 제약계 삼성전자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책을 많이 읽는 이창재 사장은 다독(多讀)가이고 국내 제약계에서 꼽히는 장타 골퍼다. 이와 관련, 이창재 사장은 "어려서 지게 졌던 하체에 도끼질 하던 완력(팔뚝 힘)으로 치니 공이 멀리 나간다"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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