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형 치매약 출시되지만 역행하는 '약가 산정'
임상 3상 마친 패치제가 생동성시험만 진행 산제·액제보다 낮게 책정 등 불합리
2022.11.09 05:49 댓글쓰기

도네페질 성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치매치료제 시장에서 기존에는 없었던 제형의 제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올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제형은 패치제와 산제, 액제까지 3가지가 있다. 3개 제형 모두 식약처로부터 자료제출의약품 지위를 획득했으나, 산정된 약가는 달랐다.


주목할 점은 임상 3상까지 마친 패치제가 생동시험을 통해 출시된 산제와 액제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약제 급여 목록에는 3가지 신규 제형의 도네페질 성분 치매약이 등재됐다.


각각의 제품 약가를 보면, 아이큐어 '도네시브패취175mg' 6076원·현대약품 '하이페질산10mg' 2000원·제뉴원사이언스 '케이셉트액10mg' 2460원이다. 패치제는 8월, 산제는 9월, 액제는 11월 급여 등재됐다.


패치제는 일주일에 두번 붙이면 되기 때문에 일주일 약가로 환산하면 1만2152원이다. 액제와 산제의 일주일 약값은 각각 1만4000원과 1만7220원이다.


식약처는 3개 모두 자료제출의약품으로 인정했다. 다만 패치제는 새로운 투여 경로라는 점이 인정돼 식약처로부터 개량신약으로 인정받아 재심사 기간 6년을 부여받았다.


산제와 액제의 경우 기존 경구제와 동일 투여라는 점에서 개량신약 지위를 얻지는 못했다.


패치제, 개발 기간만 10년 이상 vs 액제와 산제 개발, 제네릭과 방식 비슷


패치제와 산제·액제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패치제의 경우 기존 경구제와 투여 경로가 다르다는 것 때문에 임상 1상과 3상까지 마치고서야 허가가 가능했다.


1상 시작부터 허가까지 개발 기간만 10년이 걸렸으며, 개발에만 수백억원이 투입됐다.


반면 액제와 산제의 경우 기존 출시돼 있는 경구제와 동일 투여 약제로 제네릭과 같은 생동시험만 거쳐 제품을 출시했다. 패치제에 비해 개발 기간은 짧고, 개발 비용도 적었다.


하지만 산정된 약가는 오히려 약제와 산제가 패치제보다 비싼 약값을 받았다.


패치제는 약가 협상 품목으로 대체약제가 전체 치매치료제의 가중평균가로 계산돼 제네릭에 준하는 약가를 받게 됐다. 반면 산제와 액제는 상한금액 최고가와 동일가로 산정됐다. 다만 산제의 경우 약가 자진인하를 통해 약가가 낮게 책정됐다.


패치제의 경우 공단과 약가협상에서 제시된 약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품 출시가 또 다시 지연되는 상황이라는 개발사인 아이큐어 측은 손해를 감수하고 이를 수용했다.


반면 현대약품과 제뉴원사이언스는 생동성시험만 마치고도 도네페질 성분 최고가를 받게 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기존 제품보다 진보성을 인정해도 약가 산정에 있어서는 또 다른 잣대를 대고 있다"며 "약가를 정하는 데 있어 R&D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사례는 대화제약이 개발한 위암치료제인 리포락셀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리포락셀은 기존 주사제를 경구용 제품으로 투여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으나, 약가 산정은 제네릭 수준으로 책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허가된 지 6년이 지났음에도 제품 출시를 못하고 재심사 만료로 인한 허가 취소 위기에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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