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탁 심사 논란에 이르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의료계 등 이해관계자와의 긴밀한 협의를 약속했다.
하지만 실손보험 심평원 위탁 심사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며 향후 논의의 난항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 보험과 이동훈 과장은 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성명서를 읽었다. 대부분 동의하지만 금융위는 보험사가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과장은 그동안 보험회사들의 상품 판매 모형과 이에 따라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위의 노력과 정책 추진 방향을 소개했다.
2009년 이전 보험사들은 자기부담금 전혀 없는 상품을 판매하다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등의 여러 문제를 낳았고, 이에 2009년에는 자기부담금을 10% 올렸다.
그 후 5년이 지난 지금, 자기부담금이 0%인 상품 손해율은 140%이고, 10% 올린 이후 상품 손해율 100% 조금 넘는다.
이 과장은 “판매 상품이 손해를 보면 해결 방법은 세 가지”라며 “우선 팔지 않으면 된다. 금융위는 보험 상품을 팔지 않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국내 의료 시스템을 볼 때 맞지 않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60% 정도인 상황에서 나머지 비급여 부분을 민영 보험상품이 받쳐주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어 “두 번째는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다. 최근 3년 간 15% 오르며 계속 상승 추세다. 앞으로도 올라갈 것이다”며 “시장논리는 보험료 상승을 낳고 국민을 생각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좌시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과장은 마지막 방법으로 손해율이 높은 원인 파악을 꼽았다. 그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보험사가 구조 설계를 치밀하게 하지 않았거나 이해관계자의 도덕적 해이도 있을 수 있고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확하게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고 현상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논란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보험사와 의료공급자, 국민들의 행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계속 논의가 되겠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보건복지부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으며 제도개선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영보험 관리기전 마련" vs "최종적 수혜자는 보험사"
실손보험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사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상이했다.
우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민영보험을 공공기관이 심사하는게 잘못이라고 보는 것은 단견”이라고 평했다.
민영보험을 심사한다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민영보험이 공공보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관리할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기기 위해서라도 민영보험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정책의 최종적 수혜자가 ‘보험사’라는데 칼날을 들이댔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비급여 관리를 하겠다는 것은 지출부담이 크기 때문인데, 들여다보면 손해율은 보험설계수당, 판권비 등이 다 포함된 것이다. 지급율은 40~60% 밖에 안 된다. 이것을 더 줄이자는게 맞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대한병원협회 이계융 상근부회장은 “보험사는 이미 건강보험체계를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전개했다”며 “손해를 감수하고 가입자를 늘린 후 그 규모를 근거로 공적 영역이라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영보험사 가입자는 2007년 1000만명에서 2014년에는 3000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마경화 대한치과협회 상근부회장 역시 “사회보험과 민영보험은 그 목적과 성격, 내용 등 전반적으로 판이하게 다르다”고 짚었다.
건강보험의 심사기준이 적정 수준의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 반해, 민영보험은 환자의 필요에 따라 약관에서 명시한 적정기준 이상의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다 근본적으로 보험상품 개발에 대한 통제, 보험상품 판매에 대한 통제, 보험상품 운용에 대한 통제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제안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는 “민영보험 심사를 통한 비급여 관리는 민영보험 가입자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연관시켜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며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자칫 이러한 접근이 민영보험사의 관리비용 절감 목적에 주안점을 두거나 의료비 분쟁 문제를 공공부문에 전가시키는 방식으로 귀결된다면 곤란하다”며 “이러한 대안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