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비 대체 의료질평가지원금 '역설'
환자는 본인부담 늘고 병원은 수입 줄고 건강보험 국고 지원은 계속
2015.08.25 20:00 댓글쓰기

오는 9월 1일부터 선택진료 의사가 줄어든다.

 

정부는 전체 환자의 본인부담이 약 2212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3대 비급여 개편 취지인 국민 의료비 절감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선택진료 개편 취지에 역행해 민원으로 확대되는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병원들의 수익 또한 '손실 이상의 보전'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편차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 20일 공개된 '의료질평가지원금 지급 세부방침'을 살펴보면 선택진료 및 상급병실 개편에 따른 의료기관 보상방안인 의료질평가지원금은 다양한 형태로 기존 진료비에 가산된다.

 

구체적으로 외래의 경우 현행 기준에 따라 산정된 진찰료에 병원이 획득한 의료 질평가 등급에 따른 지원금이 추가된다.

 

만약 토요일에 의료 질평가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처음 내원해 진료만 봤다면 공휴가산이 붙은 상급종합병원 초진료에 영역별 등급에 해당하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의 곱을 모두 더해 진료비가 산정된다.

 

금액으로는 상급종합병원 초진료 1만8010원에 공휴가산 3160원, 의료질영역 1등급 외래 지원금 950원, 교육수련영역 100원, 연구개발영역 270원을 모두 더한 2만2490원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2016년 수가협상 결과에 따라 환산지수가 오르는 만큼 금액은 더 늘어난다.

 

가산에 가산 그리고 또 가산…"환자 부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심지어 입원비 부담은 경우에 따라 더 큰 규모로 증가한다. 의료질평가지원금과 함께 회복관리료, 감시하 전신마취료 등 12개에 달하는 환자안전수가와 중환자실, 무균치료실 등 특수병상수가가 새롭게 만들어졌거나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환자가 선택진료를 받았을 경우 이 또한 가산이 이뤄진다. 선택진료비로 인한 환자부담을 줄이겠다며 가산에 가산이 추가된다. 게다가 다수의 환자는 선택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까지 하다.

 

3대 비급여 개편의 손실・보상규모 산출의 기초자료이기도 한 2012년 실태조사결과 선택진료의사 지정비율은 상급종합병원이 79%, 종합병원이 69%다. 43개 상급종합병원 선택진료의사의 12%, 273개 종합병원의 2%가 일반진료로 전환한다는 말이다.

 

즉, 종합병원에서 선택진료를 받아온 환자 중 2%, 상급종합병원에서 선택진료를 받아온 환자 중 12%를 제외하고는 의료질평가지원금이 가산된 진료비에 선택진료비까지 추가된 금액의 본인부담금을 납부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입원환자를 보는 선택진료의사 비율은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입원료에 의료질평가지원금 가산, 선택진료비 추가가산이 이뤄지는 경우가 정부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수가가산 형태이기에 지금보다는 환자 본인부담이 늘어난다"면서도 "실제 늘어나는 비용은 몇 백원에서 몇 천원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빅5와 같이 환자가 많이 몰리는 병원의 경우 선택진료 의사 또한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전체로 볼 때 국민 의료비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며 "제도 운영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조정해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 A씨는 "외래의 경우 몇 백원에서 많게는 몇 천원 단위에 그칠지 모르지만 입원은 경우가 다르다"면서 "입원일수 만큼 가산횟수가 산정돼 입원이 길어질수록 환자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민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손해 강요받는 병원 vs 의료급여환자 열외 시킨 국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병원들은 결과가 눈에 보이는 벼랑 끝 선택의 기로로 내몰렸다.

 

의료기관들은 적자를 보더라도 의료 질을 높여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투자를 하거나, 질 향상을 뒤로하고 보상에 기대 연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반면 일부지만 손실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병원들은 두 가지 선택 모두 하기 어려워 전혀 새로운 수익창출모델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 B씨는 "선택진료를 많이 한 병원들은 손해를 보고 적게 한 병원은 이득인 구조지만 그 이득조차 얼마 되지 않고 평가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손해"라고 한탄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국고지원금을 줄이기 위해 의료급여환자를 의료질평가지원금 가산 산정에서 배제시켰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급여환자는 저소득층으로 선택진료비용이 크지 않은데다 그 비용 또한 건강보험만으로 추계한 규모 내에서 보상이 가능하다"며 "오히려 일반진료를 받은 의료급여환자에게 가산금을 부과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 C씨는 "병원 입장에서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도 다른 수가를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정부가 주장해온 손실 보상이 아닌 의료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면 행위에 대한 정당한 권리와 정부 지급 의무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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