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대처 정부-의료계 셈법 동상이몽?
음압격리병상 설치비 편차도 커…'객관적 기준과 납득 가능 근거 마련돼야'
2015.07.29 20:00 댓글쓰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중후군) 사태를 계기로 격리실 설치가 요구되고 있지만 정작 민간과 정부의 셈법부터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 같은 일들이 지난 24일 본회의를 통과한 메르스 추가경정예산 책정 전반에 만연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돼 예산책정 근거와 기준에 대한 논란이 야기될 전망이다.

 

지난 29일 경기도가 개최한 '메르스 대응평가 및 개선토론회'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의료진들을 향해 "경기도에는 어느 정도의 음압병상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100여개가 필요하다. 병상당 비용은 3억원에서 3억5000만원 선"이라며 "민간에서 감당하기는 어렵다.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부원장도 "국내에 완전한 음압격리병상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응급실부터 일반환자와 분리돼 입원실까지 올라갈 수 있는 진정한 음압격리병상을 50~100병상 갖추는데 200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메르스 추경안을 작성하며 전국에 117개 음압격리병상을 설치키로 하고 개당 비용을 2억원으로 추산, 총 19개 국가지정병원 음압병상설치비 234억원을 책정했다.

 

기재부는 이 외에도 '감염전문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수급 관리' 명목으로 20억원, 감염병관리시설 및 장비 확충 명목으로 1447억8000만원을 책정했고, 국회는 각각 70억과 208억을 늘렸다. 금액 산정 및 증액의 근거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병원 관계자는 "현재 추경예산에 포함된 메르스 관련 예산이 어떻게 산출됐는지 궁금하다. 의료계가 추산하는 것과 격차가 너무 크다. 의료인들 희생에 대한 정부 생각이 투영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메르스를 경험한 한 토론회 참석자는 "감염병 관리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곧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를 정하는 것과 같다"며 "의료계와 정부 생각이 다른만큼 명확한 기준과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경예산 9991억원…써야할 돈은 기하급수 늘어

 

국회는 지난 24일 본회의를 열고 11조5639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가운데 메르스 관련 예산은 9991억원이다.

 

그러나 메르스 현장에서 고통 받았거나 고통을 분담했던 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은 인력・시설・장비를 비롯해 후유증 등 정신적・육체적 치료비, 감염관리체계의 상시화 등 많았다.

 

모두 재정이 소요돼야하는 것들이었다. 일례로 이왕준 이사장은 메르스 의료진 가족 및 보호자, 지역주민 등을 위한 심리지원활동 일환인 '자기회복성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메르스 161번 환자 보호자는 "어머니가 다행히 완치돼 퇴원했지만 앉아만 있어도 숨차한다. 걷기운동은 30분이면 힘들어한다. 환자의 46%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 후유증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역보건소장은 남 도지사에게 "현재 팀장과 직원 2명이서 메르스 사태를 이겨냈다. 대부분 이런 상황"이라며 "해당 직원조차 1년 후 타 부서로 전근 가는 경우가 많다. 시군구 단위로 감염병 전문인력이 1명은 꾸준히 있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역학조사관 및 보건담당 공무원의 충원 및 전문성 유지・확보를 위한 고려, 공공병원과 일반병원의 역할 분담과 역할에 따른 지원, 감염병 예방을 위한 상시 훈련 및 감시체계 확보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됐다.

 

한편,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9991억원을 ▲감염병실험실(해외유입 및 신종 감염병 매개체 진단) 10억원 ▲감염병관리시설 및 장비 확충 1655억8000만원 ▲선별진료소 물품지원(280개소) 114억900만원 ▲국가지정병원 음압병상설치 234억원(19개 병원) ▲메르스병원 장비지원 375억원 ▲감염병 안심 응급실 구축 272억 8800만원 ▲119구급대 감염관리실 설치 및 보호장구 지원 150억 3600만원 ▲보건소 장비 지원 245억6600만원 ▲감염병관리체계 개편 방안 연구 5억원 ▲인천공항 검역소 격리시설 확충 50억원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수급 관리 70억원 ▲감염병예방관리 684억9500만원 ▲방역 비축물자 655만원 ▲메르스 검사・치료비 19억9500만원 등으로 나눠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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