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자가 승리한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투자 혹한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에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내놓은 비책(祕策)이다. 위축된 경기에서 자생력을 갖는 기업만이 투자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29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병원 국제학술대회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2'에서 국내 투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패널들은 '헬스케어 비즈니스에 투자하다'를 주제로 최근 금융시장 불안과 투자 심리 위축으로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살아남는 전략을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침체된 시장에서는 '성장성'이 아닌 '수익성'을 입증하는 기업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 번째 발언에 나선 이승우 데브시스터즈벤처스 투자팀 상무는 올해를 '재평가 시기'라고 설명했다.
먼저 그는 "바이러스와 방역, 비대면, 풍부한 유동성이 헬스케어 투자 시장을 키우는데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도 "올해는 키워드로 떠올랐던 요소들에 재평가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평가 시기는 매우 혹독하게 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이사는 "그동안 많은 기업이 비즈니스보다 단순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투자를 받아왔는데, 앞으로는 수익을 어떻게 내느냐를 집중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대표도 "기업들이 매출이 안나오다 보니 정부 과제를 소위 '앵벌이'하는 시기가 왔다"면서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남는 기업이 체력적으로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의사 출신인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이사는 "모태펀드 규모 축소로 많은 기업이 투자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규펀드는 보통 공적인 모태펀드를 기반으로 결성되는데 정부 내년도 예산안이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준 상황에서 녹록치 않을 것이란 얘기다.
김 이사는 특히 "'언멧니즈(Unmet Needs, 미충족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들이 언멧니즈를 건강보험 급여 등재와 동일시하는 관점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언멧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보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보험이 이를 전부 보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인 생각에 갇혀 조언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투자를 하기 어려워진다"며 "외부 조언을 수용하려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차만영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바이오헬스케어그룹 파트너는 이른바 언멧니즈에 대한 명확한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차 파트너는 "신약,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제 등 다양한 기업을 보고 있는데, 결국 언멧니즈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언멧니즈를 어떻게 파악하고 해결할 것인지, 또 경쟁사와 차별성은 무엇인지 명확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밖에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김충현 수석연구위원은 "투자사들은 소위 'buy low, high sale(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를 원하는데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는 점은 이게 어려워졌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기업이 흔히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위해 펼치는 전략으로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이 있다. 김 위원은 "정확한 시점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2024년 하반기부터 회복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면서 "내년 상반기부터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