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업계, 가납으로 '도산' 위기
병원과 '불공정거래' 만연…손망실 따른 모든 책임 '업체 부담'
2024.01.22 05:05 댓글쓰기



"OO병원에 납품하는 회사라는 명분만 있지 사실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병원에서 사용한 만큼 정산을 해줘야 하는데 제대로 대금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중소 의료기기 업체 A사 대표 하소연이다. A사 대표는 의료기기 업계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가납'으로 인해 부실 경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납이란 의료기관이 사용할 물품을 미리 창고에 가져다 두고 사용한 만큼만 대금을 지불하는 간납사 재고관리 방식이다. 이를테면 의료기기 업체가 수술방 치료재료 100개를 납품하고 병원에서 사용한 20개만 대금을 받는 형태다.


여기서 간납사는 간접납품회사의 줄인 말로 의료기관과 업체 중간에서 구매계약과 세금계산서 발행 등 구매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다. 병원 납품에 대한 관문 역할을 하며 일정 수수료를 통행세 형식으로 징수하는 회사를 칭한다.


문제는 가납으로 병원 측에서는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재고 관리와 유통기한 관리 및 손망실에 따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불공정거래 중 하나지만 '관습'이라는 이유로 묵인되고 있다.


실제 A사의 경우 가납으로 인해 지난해 5억원이 넘는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A사 대표는 "사용 후 재고 수량 파악을 전적으로 병원에 의존해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분실했다'거나 '왜 수량이 안 맞는지 모르겠다'라는 답변만 하니 모든 손해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특히 그는 "작년 한해 동안 10억원어치 물품을 여러 병원에 납품했는데 현재 결제받은 금액은 3억원에 불과하다. 남아있는 재고도 2억원 뿐이라 5억원어치 물품은 공중분해된 상태"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당장 납품이 아쉬워 손망실 책임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OO병원에서 사용되는 제품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납품을 감행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불만을 토로하면 '병원에 납품하겠다는 회사는 넘쳐나니 알아서 판다하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다른 의료기기 업체 B사 임원은 "대부분 간납사는 관문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통행세 형식 수수료만을 징수하고 가납으로 인한 손해는 모두 공급업체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고충을 전했다.


특히 B사 임원은 "이미 '갑을 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간납사의 만연한 갑질을 신고하기란 어렵다"며 "돈이 오고가는 거래인데도 계약서 자체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니 수년째 반복되는 불공정한 거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대리점 표준계약서 도입했지만 법적 강제력 없어 '실효성 무(無)'

계약서 작성 요구하면 병원들이 거래 중단…"현장상황 반영 제도적 보완 시급"


이 같은 의료기기 업계 신음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간담회'를 통해 간납업체 불공정 행위를 파악하고, 관계 부처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렇게 내놓은 장치가 2021년 도입된 '의료기기 대리점 표준계약서'다.


표준계약서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거래지위상 우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약관 등에 대한 피해를 막고자 거래 당사자 간 기준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표준계약서가 등장하면서 업계 고충도 해결되는 듯했으나 도입 4년이 지나도 현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법적 강제력이 없다 보니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적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가 자칫 밉보이기라도 하면 거래가 끊기는 경우도 많아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제품 할인 요구, 담보 미제공, 대금결제 지연 등은 폐단은 덤이다.


의료기기산업협회도 오래 전부터 유통구조개선TF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불공정거래 폐해를 주장해 왔으나 제도 개선을 위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표준계약서가 그저 권고에 미치다 보니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라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법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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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직 01.24 11:55
    기자님 안녕하세요

    기사에서 말씀하신 가납이라는 간납사 재고방식으로 인해 의료기기 업체가 피해를 본다면고 주장하시는 거면

    간납사라는 업계가 사라지면 가납이라는 재고관리 관행이 사라진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건가요?

    병원에 의존하여 사용량을 확인하는 재고관리 방식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왜 피해를 병원에 주장하지 않고 간납사에게만 주장하시는건가요?

    한쪽 입장만 전달하지마시고 균형있는 기사 작성 부탁드립니다.
  • ㅇㅇㅇㅇ 01.24 10:46
    간납,가납을 떠나서 병원들 악질적으로 업체 돈 떼먹는건 하루 일틀된일이 아님

    지금 이 시간에도 수백만원어치 물품구입하고 영업사원한테 돈준다고 오라고 해서

    현금 10만원 던져주고 이런일이 현재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어요

    보건복지부가 이 부분을 모를리가 없을텐데 계속 왜 방치되는지 모르겠네요

    간납이니 이런건 전부 그 카테고리 이하에 속해있을뿐
  • A사는어디? 01.23 08:46
    10억원을 납품하고 5억 손망실에 3억만 돌려받았음에도 아직까지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은 급여로 책정된 제품들 단가에 상당한 마진율이 있음을 뜻하는게 아닐까

    일반 업장이었으면 이미 도산하고 남았을텐데..

    기자님은 도대체 급여 제품의 마진이 얼마나 되는것인지.. 보험체계에 어떠한 문제는 없는지.. 알아봐주심이 더 합당할 듯 합니다
  • 기자님보세요 01.22 13:30
    기자님 대한민국 병원 구매물류에 대한 프로세스를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기사를 쓰시는거 같습니다.

    가납이라는 구매 프로세스를 과연 간납사에서 결정할까요???

    간납사가 생겨서 가납이 생겼을까요?

    모름지기 기자라고 하면 팩트체크를 다 하고 기사를 쓰셔야지

    잘못된 기사로 대중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흘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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