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의료계 파업 분수령 '의-정 협의체' 촉각
양측 대화 의지 피력·협상 시한 충분…구성 방식·의제 설정 등 진통
2014.01.12 20:00 댓글쓰기

 

[분석]"반드시 의료계는 명확한 조건을 걸고 의정 협의체에 들어갈 것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가 결국 '총파업'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의협은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과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을 반대하면서 건강보험 제도 개편도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조건부 파업과 동시에 새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불법파업 시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의협이 테이블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이목이 쏠린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부터 이틀간 열린 '전국의사대표자 대회'에서 마라톤 회의 끝에 오는 3월 3일부터 '조건부 파업'에 돌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노환규 회장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제안한 의정 협의체는 거부한다"며 "단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이른 시일 내 제안할 것이며,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때 3월 3일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제안한 협의체를 거부하는 데는 불신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노 회장은 "지난 3일 2014년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문형표 장관이 의정 협의체를 제안했다"며 "하지만 복지부는 특별한 아젠다(의제)를 설정하고 협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단 대화하자는 형태였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의협은 새 협의체 구성과 함께 구체적인 아젠다와 조건을 내걸겠다는 복안이다. 만약 정부가 여기에 응한다면 협상을 진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예고한 대로 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전체 의사회원 찬반투표 진행 초미 관심

 

의협이 굳이 정부가 제안한 의정 협의체를 전면 거부하고 새롭게 협의체를 제안한 것은 대통령 직속 협의체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총파업 돌입 시점이 한 달 보름여가 남았다는 점에서 의협 비대위가 어떠한 전략을 세울지도 지켜볼 일이다.

 

의협 비대위는 오는 14일 오전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안을 논의한 후 전체 회원 9만5000여명의 찬반 의사를 묻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투표 진행 후 과반수가 찬성하면 파업에 돌입한다.

 

 

복지부가 역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파업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으나, 한 달 보름여라는 시간은 지난 여의도 전국의사궐기대회의 투쟁 열기를 이어가기에는 다소 시간적으로 길어 보인다.

 

원격의료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료계 중지가 한 곳으로 모이지 않은 데다 파업에 관한 내부 이견이 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노 회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도중 파주시의사회 소속인 안과의사 임동권 씨는 '대책 없는 파업 결정 반대한다. 원칙 없는 파업 결정 노환규 회장은 사과하라'는 문구가 적힌 선전물을 목에 걸고 들어와 1인 시위를 벌였다.

 

노환규 회장은 "파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꽤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3월 3일을 총파업 시기로 결정한 데는 정부와 협의할 시간이 있어야 하고 성공적인 투쟁을 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총파업이 지난 2000년 의약분업처럼 의료대란으로 이어지기는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학병원과 동네의원이 공감대를 형성한 문제는 저수가뿐이다. 노 회장은 "많은 대학병원이 참석할 것으로 낙관할 수 없다"며 "초음파 급여화에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손질 등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정 대화 가능성은 높으나 동상이몽?


의협이 협의체 논의를 역제안했고, 복지부가 대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일단 의-정 간 대화는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

 

의협 총파업 개시일까지 약 2달여 시간이 남은 만큼 복지부와 의협은 충분히 대화를 나눌 시간을 확보했다. 다만 협의체를 바로 보는 의-정 간 시각차는 확연하다. 의협은 의료계 주도의 협의체 구성을 통해 원격의료를 포함한 여러 의료정책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복지부는 파업 논란이 원격의료로 촉발된 만큼 관련 논의를 이어가겠지만, 의협 주장대로 입법을 중단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12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의협이 협의할 분야에 관해 의견을 주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우선 의협의 제안을 받아봐야 안다. 충분히 협의할 여지가 있고, 반영할 만한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고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원격의료 재검토에 대해선 사실상 부정적인 뜻을 보였다.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이미 입법예고했고,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원격의료를 포함한 의료 관련 규제 완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5대 유망서비스 분야의 핵심이다. 박 대통령은 의료산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복지부가 이를 추진하는 것은 지상과제다.

 

지난 10일에는 이영찬 차관 주재로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대책 실행계획 수립을 위한 관계부처 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복지부 "오진 등 검토"…수가인상은 건보료와 직결 가입자 동의 필수


복지부가 당장 수용 가능한 분야는 오진 등에 관한 의료계의 대책 마련이다. 이 차관도 이 문제 대해선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차관은 "의협이 오진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면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과 이영찬 차관은 지난 11일과 12일 이틀 연속으로 의협과 협의체를 통한 대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의정 협의체 구성은 시간문제다. 관건은 의협이 어떤 내용을 제안하고,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이를 수용해 대화에 나서느냐다.

 

의협이 파업은 저수가 문제와 무관치 않다.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뿐 아니라 근저에는 수가 인상이라는 의료계 공통의 목소리가 있다. 노 회장은 지난해 연말 본지 인터뷰에서도 저수가를 포함한 건강보험 전반의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복지부는 수가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가 인상은 건강보험료 인상과 맞물리기 때문에 가입자 등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복지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가입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의-정이 협의체를 통해 합의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숙경·음상준 기자 (jsk6931@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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