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승인 먹는 산후우울증 치료제···국내 도입?
전문가들 "빠른 효과 장점, 정신건강 관리 정책 강화 병행 필요"
2023.08.14 06:57 댓글쓰기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가 최초로 승인한 경구용 산후우울증 치료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국내서도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산모의 정신건강 관리에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미국 FDA는 지난 4일 미국 제약사 세이지 테라퓨틱스와 바이오젠의 항우울제 주라놀론’(Zuranolone)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전의 산후우울증 치료제는 2019년 승인된 주사제 줄레쏘(성분명 브렉사놀론)’뿐이었다.

 

줄레쏘의 한국인 대상 3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던 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줄레쏘는 굉장히 고가이고, 투여를 위해 입원해야 하는 등 여러 제한이 있다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줄레쏘 투여는 60시간가량 시간과 34000달러(4500만원)이 비용이 소요된다. 서 교수는 시판 이후 지금까지 1000회 정도밖에 투여되지 않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라놀론과 기존 주사제의 작용 기전은 유사하다. 서 교수는 둘 다 여성 호르몬에 작용한다는 점이 일반 항우울제와 차이라고 설명했다.

 

주라놀론은 구조적으로 체내 특정 스테로이드 물질과 유사하다. 이 스테로이드 물질은 여성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대사산물로, 임신 중 급증했다가 출산 후 급감하며 산후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라놀론을 복용하면 해당 스테로이드 물질의 감소를 보완할 수 있다.

 

세이지는 주라놀론을 매일 1회 복용하면 약효가 3일 만에 나타나고, 2주 후 충분한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수영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항우울제는 효과가 4~8주 지나야 나타난다중요한 시기에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도 복용 기간이 짧으면 비용 부담도 덜 수 있다며 국내 도입 검토 필요성에 동감했다.

 

전문가들은 치료제 외에도 우울증을 겪는 산모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동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출산한 산모 3127명 중 52.6%가 분만 후 산후우울감을 경험했다. 서 교수는 산후우울감이 1달이상 지속하면 산후우울증으로 발전한다전체 산모의 최소 10~15%가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출산 장려 정책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제도도 강화해야 한다산모가 정서적으로 건강해야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정신건강이 향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양육 분담과 아이와 관계 형성에 출산 직후 남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남편의 법적 출산휴가 기간을 10일에서 1달로 늘리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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