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노인 주치의제 도입을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시범사업 강행을 재천명했다.

한의사 주치의제는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만큼 흔들림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국정감사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한의사 노인 주치의제 도입과 관련해 이 같이 회신했다.

복지부는 노인을 포함한 전국민에게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사회 기반의 주치의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의사 노인 주치의제 역시 그 일환으로,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의중재(진단, 처방, 시술 등)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복지부는 대통령 공약에 따라 오는 2026년 상반기 중 ‘한의사 주치의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목표로 세부 계획을 마련 중이다.

또한 한의사 노인 주치의 도입을 위해 근골격계 만성통증 등 한의계 강점 질환을 중심으로 한 모델을 개발해 시범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의과 주치의제와 유사한 구조로 운영되며, 노인질환·소아질환 등에서 한의 진료 특성을 살려 단계별 주치의 등록제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다만 한의사 주치의제 도입을 둘러싼 직역 간 갈등이 우려되는 만큼 제도 도입 과정에서 의료계·한의계·노인복지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하고, 직역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의사 주치의제 시범사업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의료계는 ‘안전성·유효성 검증 부실’을 이유로 즉각적인 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한의계는 이 같은 의사단체 주장이 ‘의료 독점주의’라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국민 세금과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은 반드시 과학적 검증과 객관적 근거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근거 없는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필수의료 강화를 통해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한의사 표준처방전 작성 및 교부 의무화에 대해서는 검토 가능성을 열어놨다.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는 직접 조제권이 인정돼 의사, 치과의사에게 적용되는 처방전 작성 및 교부 의무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한의사가 조제한 의약품의 경우 약제 용기 또는 포장에 조제자, 조제연원일, 조제자 근무 의료기관 명칭 및 소재지를 기재하는 게 전부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비방(秘方)’이라는 명분으로 여전히 처방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한의학의 표준화와 과학화’를 스스로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난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국민 알권리 등을 고려해 한의사의 한약 조제정보 공개 범위 및 기준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한의사가 아닌 자에 의한 처방 지시 사례에 대해 관할 보건소와 협의해 조치하는 한편 한의사 표준처방전 마련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