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후 7개월째 대기중인 간호사 184명
전남대병원, 72명만 채용…'높은 이직률' vs '대형병원 관행' 논란
2012.06.03 20:00 댓글쓰기

'기약 없는 대기'에 따른 대형 의료기관의 간호사 채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우수인력 확보, 원활한 인력수급 등을 이유로 1년 동안 채용할 간호사를 우선 합격시킨 후 순차적으로 채용하면서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250명이 넘는 대규모 모집을 실시한 전남대학교병원의 경우 6개월이 넘도록 채용인원은 70여 명에 불과, 간호계에서 말이 나오고 있다.

 

6일 전남대병원 및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전남대병원은 작년 11월 공개채용을 통해 256명의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중 현재 채용된 인원은 72명에 그치고 있으며 그나마 16명은 경력직이다. 나머지 184명은 여전히 대기 상태며, 기다리는 동안 38명은 임용을 포기했다.

 

임용 후보자들은 기약 없는 대기에 불만을 피력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병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 불공정한 채용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합격자들에 대해 적은 급여로 안내업무 등을 맡기는 사안도 논란이다. 병원은 채용 대기자들에 대해 하루 1만원씩 지급하고 4시간동안 병원 안내 업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다른 국립대병원에서도 이 같은 형태로 간호사를 모집하고 있다”며 “간호사는 다른 근무자들과 달리 이직률이 높아 결원이 생길 때마다 충원하는 형태로 채용하다보니 일부의 경우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도 안되는 비용으로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예비합격자들이 병원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자원봉사 성격의 안내업무를 맡기고 차비와 식비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확인 결과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형 병원에서는 1년에 한 차례 공개채용을 통해 간호사를 모집하고 있다. 간호대학의 졸업에 맞춰 우수인력을 선발한다는 취지다.

 

특히 간호사는 다른 직종보다 이직률이 높아 결원이 생길 때마다 공고를 낼 수도 없기 때문에 공개 채용시 최대한 많은 인원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전남대병원 문제의 경우 예정됐던 새 병원 개원이 늦춰짐에 따라 대기시간이 길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내년 초 개원예정인 류마티스관절염센터가 미뤄져 신규 간호사 채용도 늦춰졌다”면서 “조만간 나머지 합격자들에 대해 모두 채용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일부에서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예비 간호사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간호사는 “병원간호사들을 중심으로 이번 전남대병원의 모습과 같은 국립대병원의 간호사 모집 행태에 대해 논의됐던 적이 있다”면서 “우수인력 확보, 원활한 인력수급 등을 이유로 대형병원이 가진 불합리한 관행”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전년 1년 간의 결원 인원을 기준으로 간호사를 뽑다보니 결국 장기 대기자들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나마 임금, 근무여건이 나은 대형병원에서 간호인력을 묶어놓다 보니 중소병원의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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