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또 평가' 간호사는 울고 싶다
2011.08.30 03:11 댓글쓰기
“1주기 평가 때 간호교육행정팀장이었다. 아쉬운 점은 의료기관 평가가 9월이면 5월부터 간호사들의 이직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5년 차 등 많은 간호사들이 ‘더 이상 이런 괴로움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병원에서 주를 이루는, 영향력 있는 사람은 의사들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 문화를 바꿔가려면 의사들에게 관련 교육 기회를 많이 줘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의료기관 평가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 의사, 행정ㆍ기능직, 약사, 의무기록사 등 평가 참여자들의 경우 여전히 개선점이 많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인력난으로 인해 평가 과정에서 간호사들의 업무 과부하가 심해 개선이 필요하고, 의사들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 마련 역시 논의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간호대학 이명선 교수팀은 최근 의료기관 평가에 대한 병원 종사자들의 경험 분석을 바탕으로 의료기관 인증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의미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교수팀은 의료기관 종사자 가운데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1, 2차 의료기관 평가에 한 번 이상 참여한 28명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면담을 실시했다.

이들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53.5%), 300병상 미만 병원(28.6%), 전문종합병원(18.6%) 근무자들로 간호사, 행정ㆍ기능직을 비롯해 의사, 약사, 의무기록사 등이다.

심층 그룹 면담 결과 △간호사 업무의 과부하 △의사들의 인식과 책임감 결여 △평가 항목의 직종별 편중과 현실성 부족 △타당성 결여 △국민들 무관심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교수팀은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의료기관 평가와 관련해 다양한 직종 중 간호사 업무가 가장 두드러지게 과중돼 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그 요인으로는 평가 항목 편중과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를 들었다.

이 밖에 의무기록사와 청소부 등의 직종에서도 평가 기간 중 과중한 업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면담 결과 나타났다.

특히 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 역시 대두됐다.

연구자들은 “의료기관 평가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솔선수범이 평가의 성패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므로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평가항목에 대해서는 “평가 기준이 지역별, 병원별 특성을 고려치 않은 현실성이 부족한 항목들이 많아 불공정한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한 참여자는 “월급 제대로 못 받은 지가 근 일 년이 다 됐다”면서 “직원들이 일체가 돼 열심히 기준에 맞추려고 하지만 불가항력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미리 제시된 평가 기간과 평가자의 자질 부족, 인맥 중시 문화 등으로 인해 타당성 확보에 어려움이 따르며 평가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일부 대형병원만 일정 기간 관심을 끌 뿐 지방병원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력이 없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또 다른 병원 종사자는 “결과가 공표됐을 때 홍보 효과가 크면 지역 주민들이 알고 차별을 둔다”면서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기관 평가를 통해 △평가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전환 △시설 향상과 인력 충원 △부서 간 협동과 단합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평가 결과에 따른 급여 인상과 마인드 변화”와 “감염관리 및 환자안전 등이 부각돼 인력 충원이 이뤄진 부분”, “병원 구성원 전체적으로 문제점 파악의 계기가 된 것” 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팀은 의료기관 평가 및 인증 제도를 수립ㆍ정착하기 위해선 평가 내적 요소의 정비와 더불어 외적 요인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위계질서적인 의료문화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비민주적 요소나 인맥 중심의 비합리적 사고방식 등도 함께 제거돼야 할 것”이라면서 “의료기관 종사자 경험에 초점을 둔 연구 외에도 병원 경영자와 의료소비자 입장을 반영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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