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결정이었는데 전화위복 된 간호학과 지원'
김장언 대한남자간호사회장
2016.02.22 05:10 댓글쓰기
올해로 54년 만에 우리나라 남자 간호사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간호사 자격시험은 1960년부터 국가시험으로 시행됐으나 당시 남성은 응시 자격도 없었다. 그 후 2년이 지나서야 시험을 치를 수 있었고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간호사 앞에 '남자'라는 글자가 붙고, 또 그 비율이 뉴스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아직도 우리사회에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깔려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편집자주]

"이전에는 남자간호사가 희소성으로 주목받던 시기였다면 이제는 제도권에 안착해 실질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시기가 됐다고 봐요." 대한남자간호사회 김장언 회장은 이번 대한간호협회의 통계발표에 대해 이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대병원의 첫 남자간호사이자 최초 남자수간호사인 김장언 회장을 데일리메디가 만나봤다.


"간호학과 가겠다고 하니까 다들 반대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네가 진짜 선택을 잘했다'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해요."

김 회장 역시 반대와 편견 속에서 시작했다. 무역학과 학생이던 그가 간호학과 진학을 결심하자 부모님은 반대했고 친구들도 "왜그러냐"고 되물었다. 그 역시 가보지 않은 길이었지만 젊은 호기를 앞세워 "비전이 밝다"고 주변사람들은 설득했고 마침내 대입시험을 치러 79학번 서울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김 회장은 "사실 호기심이었다. 사람의 인생이 짧게만 느껴졌고, 어린 마음에 평범한 길을 가기엔 삶이 무의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한 결정이기도 한데 그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남자간호사나 여자간호사나 하는 일은 같다. 그에 따르면 처음에는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 등 힘쓰는 부서, 환자들하고 얘기안하는 부서에 남자간호사가 많이 배치됐으나 차차 병동에도 배치됐다.

그는 "이제는 남녀로 따져 배치하는 것은 지났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남자 간호사를 더 선호하는 진료과나 남자 간호사를 찾는 병원도 늘고 있다. 환자들의 신뢰도나 선호도 역시 달라졌다"고 말했다.

"남자간호사 급증 공중보건간호사제 도입 필요, 공공병원 간호인력 부족 보완 등 일석삼조"

최근 남자간호사 증가 추세에 대한 그의 시각은 어떨까.

김 회장은 "우리사회가 직업 및 성(性)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진 것도 한 요인이지만 특히 2008년 이후 증가세가 눈에 띈다는 점은 최근 사회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와 맞물리는 시기이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에 따른 연관성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추측했다.

또, 그는 "간호사의 비전은 밝다"며 "의학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수명은 늘어나고 IT분야 등과의 융합을 통해 헬스케어산업이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간호사는 경쟁력이 있는 직종이다. 간호사가 그 중심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일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간호사들이 영역을 넓혀갈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는 김 회장은 '공중보건간호사 제도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회장은 "현재 공보의 등 농어촌지역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한데 공중보건간호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공중보건간호사로 투입하면 경력단절 없이 임상경험을 쌓을 수 있을뿐더러 공공병원은 간호사 부족 사태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며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남자간호사회의 내실을 튼튼하게 다지고 싶다. 임상과 교육 등 투트랙으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국제사업본부 일도 하고 있는데 바쁘지만 흥미롭고 즐겁다. 곧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해서 인생 2모작을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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