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서 '인슐린 주사' 맞는 아이와 부모들 고충
간호조무사 자격증 원장 투약거부 민원 제기, '행정업무 과다에 의료법도 장벽'
2019.12.31 05:5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재원 중인 1형당뇨 환아에게 인슐린주사를 놓아줄 수 없다며 집으로 돌려보낸 어린이집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간호인력 대부분이 실질적으로는 보건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법은 일정 규모 이상 어린이집에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인력을 필수적으로 배치, 보건업무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배치된 간호인력들이 실제로는 행정업무에 투입된 채 본업인 보건업무는 수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인력기준을 충족하면서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한 이같은 꼼수가 공공연함에 따라 환아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경기도 某지자체는 '인슐린 주사 투약 거부'와 관련해 민원이 접수된 어린이집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앞서 지난달 해당 어린이집에 재원 중이었던 A양(5) 부모는 1형당뇨를 진단받은 아이의 인슐린 주사 투약 보조를 어린이집에 요청했다.

현행 법은 100명 이상 규모의 어린이집에는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 인력을 상주시켜 보건업무를 수행토록 정한다. 해당 어린이집의 경우에는 원장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소지해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원장은 '간호조무사를 겸하고 있지만 투약 관련해서는 어린이집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뇨 질환관리에서 중요한 식사도 어린이집이 아닌 집에서 할 것을 권유했다.

이에 A양 부모는 이 어린이집이 영유아보육법을 위반했다며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32조5항은 '어린이집 원장은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로 하여금 영유아가 의사 처방, 지시에 따라 투약행위를 할 때 이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는 투약 관련 조항을 담고 있다.

해당 지자체에 따르면 조사 과정서 어린이집 원장은 "A양 부모 요청을 수용해 인슐린 주사 투약 행위를 보조하겠다"고 협조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환자단체 등 일각에서는 어린이집 보건인력에 대한 전반적인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A환아 어린이집처럼 간호인력으로 신고된 인원이 실제로는 행정업무만 담당하면서 보건업무는 하고 있지 않은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1형당뇨 환아뿐만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로 배려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소외되는 문제가 계속해서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린이집에 상주하고 있는 간호인력이 실제로는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그 업무는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보건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업무만을 전담으로 하고 있는 간호인력이 필요한 보건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것이다. 실제로 지자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 원장은 일반 주사와는 달리 볼펜 모양으로 생긴 인슐린주사를 생소해하며 투약보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했다는 전언이다.

영유아보육법 취지에 맞게 배치된 간호인력이 제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의료법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간호조무사의 경우 단독 의료행위가 의료법에 의해 엄밀히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영유아보육법 32조에 '환아가 하는 투약행위를 보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위까지 보조행위를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유권해석 등은 없는 상황"이라며 "간호조무사 입장에선 의료법 저촉을 걱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간호조무사 업무범위를 정하는 현행 의료법 80조2항은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지도 하에 간호조무사의 진료보조행위를 인정한다.

영유아보호법이 투약 보조 행위를 인정할지라도 의료법상 면책조항이 없기 때문에 간단한 보건업무도 꺼려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어린이집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인력이 제대로 보건업무를 수행케 하기 위해선 법 정비 외에도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적극적인 투약 보조행위에 나서게 유도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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