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 ‘Nursing Now’ 캠페인
방경숙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학장
2020.01.04 06:00 댓글쓰기
[특별기고] 간호에 발 들이고 몸담은 지 어언 40년이 돼 간다. 그러나 옛 기억만은 또렷해서, 대학교 원서를 쓰던 그 시절이 어제 같기만 하다. 

어릴 때부터 간호사를 꿈꾸어 온 것은 아니지만 간호학과를 선택할 때의 이유는 분명했다. ‘전문적일 것, 평생 전공을 살려 일 할 수 있을 것’. 

이런 기준을 세우고 보니 아직 어리고 세상 경험이 많지 않은 고등학생에게도 간호학과가 저절로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무의식적으로 가졌던 간호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내게는 긍정적인 것이었나 보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부모님은 반대하셨다. "왜 굳이 어렵고 힘들고 대우도 잘 받지 못하는 학과를 가려고 하냐며".

간호사에 대한 나의 생각과 부모님의 생각 사이에는 차이가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원서 마감일까지도 실랑이가 이어졌지만, 나의 결심은 확고했다.

간호와 나의 만남은 그렇게 운명처럼 시작되었다. 그때의 경험을 얘기하면 간호학과 친구들은 어떻게 그때부터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느냐고 신기해하고, 다른 학과를 갔던 고등학교 친구들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나를 부러워한다.
장황한 옛이야기로 서두를 열었다.

2020년은 사람들이 모두 간호하면 떠올리는 인물, 나이팅게일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20년을 ‘Year of the Nurse & the Midwife’로 정했다.

그동안 인류건강에 기여해온 간호사와 조산사의 역할을 인정하고 업적을 기리는 의미이니 간호사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나이팅게일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나이팅게일이 어떤 인물이었는가를 잘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막연히 각자 간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덮어씌우거나 그냥 나이팅게일 한 사람만이 독보적이고 훌륭한 간호사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런던에 갔다 무심코 길을 지나던 중 시내 한복판에 높이 솟아있는 나이팅게일 동상과 마주쳤다. 영국 국민의 나이팅게일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느껴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 우리에게 나이팅게일은 어떤 의미인가? 나이팅게일이 전한 간호 정신은 무엇인가?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올해 9월, 세계대학평가에서 미국 내 1, 2위에 올라 있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존스홉킨스대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학과의 발전 방향을 얘기하면서도 입을 모아 ‘Nursing Now’ 캠페인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캠페인에 대해 어렴풋하게만 알고,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해보지는 않았던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일단 ‘Yes’라고 답했다.

일반인들이 간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간호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그들은 힘주어 말했다. 

‘Nursing Now’ 캠페인은 세계보건기구와 세계간호협회(ICN)가 공동 주관으로 2018년 2월에 처음 시작됐으며, 향후 3년간 진행하기로 한 캠페인이다.

간호사가 하고 있는 일, 간호의 본질을 대중들에게 더욱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간호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이다.

일반 국민이 간호에 대해 제대로 알 때, 간호수준 향상 뿐 아니라 인류 건강의 향상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간호대학에서는 ‘Nursing Now’ 피켓을 만들어 주요 방문객이 올때마다 같이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Nursing Now’ 캠페인을 알리고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서울대학 방문팀도 그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었더니 곧바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사진이 올라왔다.

적극적인 그들의 자세에서 나이팅게일의 후예다운 리더십을 보았다. 그리고 왜 한국에서는, 왜 나는, 전 세계적인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고 있었나 하고 반성이 되었다.

나의 자리로 돌아온 후 나는 어떻게 국내에서도 우리 간호인들이 아이디어와 힘을 모아 국민에게 ‘간호’의 참 의미와 역할도 제대로 알리고 그들의 건강수준 향상을 리드해 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의견을 구하는 중이다.

국제보건과 관련된 ‘Triple impact of Nursing report’에 따르면, 간호는 건강수준 향상 뿐 아니라 여성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 경제를 강화시키는 역할, 세 가지 모두 기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인류의 건강 형평성을 추구하는 일, 간호전문직의 공헌을 가시화하고 알리는 일, 간호사들이 정책과 실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도와주는 일, 모두 중요한 사안이다.

200년 전(前) 태어난 나이팅게일이 이루고자 했던 일들, ‘Nursing Now’ 비전은 고스란히 나이팅게일의 정신을 담고 있다.

변화하는 21세기에 간호는 분명히 이전보다도 더 큰 역할을 해낼 것이다, 더 새롭고 창의적이며, 더 전인적이고 대상자 중심적인 간호를 이루어 갈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간호 가치를 국민들이 인정하고 간호사가 다양한 보건의료 정책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는, 우리 간호대 학생들이 일단 간호의 가치를 제대로 알았으면 하고 바란다.

그리고 간호실무 역량을 기르고, 리더십을 키우고, 우리 역할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향후 적극적으로 정책에 참여하는 당당한 미래 간호전문가로 커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간호와 인류건강이 같이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오늘 나는 다시 위대한 간호사인 나이팅게일의 정신이 간호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고 곳곳에서 그 정신이 발휘되기를 소망해본다.

‘전문적일 것, 평생 전공을 살려 일 할 수 있을 것.’ 간호를 선택할 때 이미 나의 꿈은 절반이상 이루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간호가 보다 더 ‘전문적인’ 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간호 발전을 위해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간호인으로서의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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