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맹신→불신 비참한 대한민국
메르스 사태로 구멍난 방역체계 드러났고 대응체계도 부실
2015.07.06 11:38 댓글쓰기

[기획 1]지난 5월 20일 국내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환자가 발생한 뒤 벌써 40여 일이 지나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면서 메르스를 초기에 진압,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아시아 최고 병원이라 손꼽히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맹신이 강했다. 이후 매뉴얼 없이 진행된 정부의 안일한 방역 때문에 메르스는 전국에 침투, 국민들의 공포감과 불신은 커져만 갔다. 중동에서 발원한 낯선 바이러스는 한국 상륙 몇 주 만에 학교와 유치원 등 휴업사태가 속출했고 대형마트와 백화점, 대중시설은 눈에 띄게 한산해져 산업현장과 소비심리는 극도로 위축됐으며 급기야 일일 외래 1만명에 육박하는 삼성서울병원이 잠정폐쇄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이 메르스를 키웠고 의료기관의 취약한 감염 통제가 메르스를 전국으로 퍼지게 했다. 확신과 맹신, 불신이 키운 메르스의 실태를 정리했다.[편집자주]


처음 일선 의료진들은 ‘메르스’라는 감염병을 전혀 알지 못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처음 ‘메르스’라는 진단명을 내놓자 방역 당국은 ‘국내에서 메르스 대유행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메르스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중동보다 우리나라 의료수준이 높아서 심각한 상황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댄 것이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당국의 예측은 10일도 지나지 않아 무참히 깨졌다.


제대로 안내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 떠돌며 의료쇼핑을 하고 있는 사이, 바이러스는 누군가에게 감염돼 퍼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방역 당국은 “지역감염은 없으며 공기 중 감염도 없다”, “국민들이 메르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전염력이 매우 낮다”, “최초 격리망을 합리적으로 강력하게 설정했다”, “1,2,3차로 갈수록 전염력을 떨어진다”는 발표만 하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최초 보건당국의 기준이 잘못 설정됐으며 안일한 발표 때문에 2m이내에 1시간 이상 함께한 사람들만 격리 조치돼 결국 방어선이 무너졌다. 방역 당국의 낙관적 전망으로 초등대응에 실패했다.


지난 2014년 5월 28일 보건 당국은 메르스 국내 유입 대비 모의 훈련을 마쳤다. 그런데 왜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것일까?


2014년 4월 29일 주 사우디 한국대사관이 보건복지부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 질병관리본부 검역과장에게 메르스 확산 동향을 공문으로 발송했다.


그리고 5월 22일 질병관리본부가 외부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엿새 후인 28일 형식적인 위기 대응 훈련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런 형식적인 위기 대응 훈련과 희망적 관측이 방어선을 무너트렸다. 한명으로 시작한 메르스 환자가 현재 182명(6월 29일 기준)으로 늘어났다. 방역실패와 과신이 낳은 결과다.


실패 1차 방어선은 5월 20일 1번 환자가 최초로 확진됐을 때 그가 경유했던 평택성모병원을 코호트 격리했더라면 초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국내 최고·최대 타이틀 가진 삼성서울병원 맹신


1차 기회를 놓쳤더라도 5월 27일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을 때 메르스를 최초로 확진한 병원답게 철저하게 격리시켰더라면 더 이상 확진자와 격리대상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최고.최대의 타이틀을 지닌 삼성서울병원이 부실하고 안일하게 대처해 사태를 키우는 꼴이 됐다. 
정부가 두 번째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와의 접촉자 통제 부분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을 과신해 상황이 악화됐다.


접촉자 대상을 좁게 잡고 느슨하게 관리하면서 14번 환자를 통해 80여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방역 당국이 내원 환자 명단을 받아 밀접접촉자로 분류해 자가 격리했지만 보호자와 병문안자는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후 통제 밖에서 활발하게 일상생활을 한사람은 무려 5명이나 된다. 이중 137번 환자는 이 병원 이송요원으로 9일간 계속 근무를 해왔으며 메르스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놓쳤다.

 

비밀주의가 낳은 부작용 공포감


특히 메르스 사태가 전체 사회 공포감으로 번질 때까지 방역 당국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은 점이 공포의 확산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낳았다.


1번 환자가 다녀간 병원을 처음부터 공개하고 같은 기간 병원을 방문한 사람들만 초기에 걸려냈더라면 이렇게까지 확산됐을까?


방역 당국이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공포함을 심어줄 수 있다’며 병원명 공개를 거부하는 사이 SNS로 온갖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루머, 확진자들의 신상털기 등이 확산돼 공포감이 전국을 뒤덮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확진 환자가 어느 지역 병원을 방문 했다더라. 확진자 배우자는 어느 기업체에서 근무를 한다더라. 그 확진자는 어느 아파트에 산다더라. 그 자녀가 어느 유치원과 학교에 다닌다더라.” 등의 루머와 유언비어들이 SNS를 타고 여기저기 떠돌며 전 국민을 공포감으로 감염시켰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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