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만약 그 때 ○○했었더라면…'
의료기관 정보공개·격리환자 통제·감염병 교육훈련 등 후회 막심
2015.07.08 20:00 댓글쓰기

[기획 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신규환자 수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지만 감염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병원의 초기대응 실패, 격리대상 관리 실패 등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데일리메디가 ‘만약 적절한 대응이 취해졌다’는 가정 하에 이번 메르스 사태를 재구성했다.

 

1. 메르스 의료기관 공개 빨랐다면

첫째, 삼성서울병원이 수퍼전파자가 된 14번 환자 내원에 앞서 메르스 발생·경유병원 이름을 알았다면 대규모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까.


사전에 병원명이 공개됐다면 삼성서울병원이 14번 환자에게 적용한 ‘메르스 선별문항지’에는 경유병원에 대한 확인절차가 포함됐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예상 가능하다.


앞서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의 중동국가 경유 이력을 토대로 국내 최초로 메르스 환자를 진단한 바 있다. 이 같은 선례를 보면 삼성서울병원에 정보가 있었다면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한 14번 환자는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됐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이 1번 환자 발생에 신속한 격리와 방역시스템을 가동시켜 2차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듯이 14번 환자로 인한 90여명에 달하는 3차 감염환자 역시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번 메르스 대처에서 가장 큰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은 메르스 발생이 확인된 직후 확진 환자가 발생·경유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공개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의료기관 이름을 공개하면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공포감을 유발하고 해당 의료기관에도 피해가 갈 것이라고 판단해 병원명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다. 

 

문제는 메르스 환자가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의료기관에도 이 같은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수퍼전파자’를 양산했다는 것이다.


전체 메르스 환자의 절반가량을 감염시킨 14번 환자는 5월 27일부터 29일 밤 보건당국으로부터 “메르스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으니 격리 대상”이란 통보를 받기 전까지 무방비 상태로 입원해 있었다.


병원명 비공개 원칙이 철저히 지켜짐에 따라 환자 스스로는 자신이 방문했던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자신의 메르스 노출 가능성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보건당국의 뒤늦은 메르스환자 발생·경유 병원 공개가 메르스 확산을 부추기는 꼴이 된 것이다.

 

2. 메르스 격리대상 선정·관리 철저했다면

 

둘째, 만약 메르스에 노출된 격리대상 선정 및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졌다면 병원 기피를 비롯한 소비심리 위축 등 감염병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 수 있었을까.


메르스 노출 히스토리가 없는 일반인이 의료용 마스크인 N95를 찾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이 메르스 접촉 가능성이 있는 격리대상자를 가려내고 관리하고 있다지만 계속해서 드러나는 허점들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 현황을 보면 보건당국의 관리망 밖에서 환자가 발생한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바로 격리대상이 아니었던 접촉자가 확진판정을 받거나, 잠복기가 지난 이후 확진판정을 받는 경우들이다.


77번 환자와 170번 환자의 경우 메르스 확진환자와 건국대병원의 같은 층에 입원해 있었음에도 격리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76번 환자는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노출범위를 좁게 설정하다보니 제외됐고, 170번 환자는 비교적 확진환자와 먼 병실을 사용해 누락됐다. 


또한 잠복기 2주가 하루 지난 15일째에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172번 환자의 경우 보건당국이 격리대상의 최종 노출일을 잘못 산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청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던 172번 환자는 당초 최종노출일이 5월 30일인 것으로 설정돼 격리기간이 설정됐지만 이후 정밀분석 결과 6월 1일까지 노출 가능성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이 부분폐쇄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 역시 메르스 환자로부터 노출된 격리대상 선정에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응급실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도 격리대상에서 누락돼 있었다. 14번 환자가 체류한 응급실에서도 직접 환자를 진료하거나 2m 내에서 환자와 접촉한 대상자부터 순차적으로 격리가 이뤄졌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결국 메르스라는 감염병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이 감염병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3. 사스·신종플루 후 감염병 교육·훈련있었다면

셋째, 만약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H1N1·신종 인플루엔자A) 등 유행 시 신종 감염병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이 시행됐다면 메르스 사태 종식이 수월했을까.


보건당국은 2013년 ‘메르스중앙방역대책반’을 만든 바 있다. 그럼에도 메르스 사태가 이렇게 커지기까지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그에 따른 교육과 훈련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지켜본 국외 전문가들은 감염병 유형별로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평소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가상 시나리오 위기 대응훈련을 했지만 복지부 상황실에서 토론식으로 진행된 형식적인 모임이었다. 30여만원의 훈련비는 현수막 제작비와 다과 비용으로 충당됐다는 것이 문제다.


사실 메르스는 중동지역을 제외하고는 발생국조차 한정적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감염병으로 경각심이 낮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스, 신종플루에 이어 최근 에볼라 등 감염병 창궐을 고려하면 국내에 언제든 신종감염병이 상륙할 수 있다는 경고는 무시해서는 안됐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훈련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하자 보건당국은 ‘늦장대응’을 예방책이라며 쏟아냈다.


보건복지부는 ‘낙타와 밀접한 접촉 및 낙타유 또는 낙타고기 섭취를 피해라’는 황당한 예방법을 제시해 빈축을 샀다.
뒤이어 정부는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자주 손씻기, 기침·재채기 시 입과 코 가리기, 발열·호흡기 증상자 접촉 피하기 등 3가지 예방수칙을 국민들에게 전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감염병 발생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국내 교육과정에는 감염병 의심증상이 있을 때 의료기관에 어떻게 이동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내용조차 들어가 있지 않다.


감염병 대처 사전 교육과 훈련이 없다보니 의심환자가 대중교통을 타고 병원에 이동을 하거나 자가 격리대상자가 자신의 전파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외부활동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보건당국의 신종 감염병에 대한 교육 및 훈련 부재가 이번 메르스 사태를 종식시키지 못했던 근본적인 이유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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