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비뇨기과를 선택하겠냐?'
한상원 회장 '저수가에 비급여 항목 취약해 전공의들 발걸음 돌려' 한탄
2013.04.23 20:00 댓글쓰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비뇨기과가 2013년 전공의 확보율 44.8%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낮은 수가와 비급여 항목 취약이 원인으로 꼽힌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수장 자리에 오른 대한비뇨기과학회 한상원 회장(연세의료원)[사진]은 “참담하다, 한심한 현실이다”라고 연이어 마른 숨을 토해냈다. 그리고는 오히려 반문했다. “요즘같은 상황에서 누가 비뇨기과를 선택하겠는가?”

 

"진료과 이름 개명 추진-70~80개 예비명 확보"

 

이 같은 전공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고개를 숙인 대한비뇨기과학회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회는 ▲개원가+대학병원 상생 ▲연수교육 등 강화 ▲진료과명 변경 ▲예산 절감이라는 칼을 뽑아들었다. 물론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의료수가 조정’이다.

 

학회는 이의 일환으로 4월27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는 '통합학술대회'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초청, '의료정책강좌'를 실시하고 '비뇨기과 전공 수급 위기의 원인과 대책에 관한 자체 공청회'라는 이름의 토론 시간도 마련했다.

 

또 무엇보다 성병만을 치료한다는 대중의 인식이 강한 ‘비뇨기과’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진료과명 변경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공모를 통해 70~80개의 예비 이름을 받아 놓은 상태다.

 

이뿐 아니다. 학회에 연자로 참여하는 회원들에게 지급하는 강의료를 전면 없앴다. 후배 및 동료들에게 전하는 강의야말로 회원 의무와 책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회 예산을 스스로 줄이겠다는 자정의 의미도 자연스레 포함됐다.

 

저수가와 비급여항목 취약은 어김없이 비뇨기과의 대표적인 문제로 꼽힌다. 외과와 흉부외과는 수가가산제도가 도입, 산부인과 역시 분만수가 가산에 그나마 기피과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비뇨기과는 현재 ‘최악의 상황’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올해 비뇨기과와 타 과의 전공의 확보율에서도 비뇨기과는 44.8%로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는 70.8%, 73.6%, 46.7%로 그나마 나았다.

 

지난 2009년 123명 전원에 90.2%의 확보율을 보였던 모습과는 현저히 다른 모습이다. 불과 4년 만에 급격히 추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학회는 정부가 전공의 숫자를 줄여나가는데 적극 동참하고 있는 중이다. 전체적인 인원이 감소하면 보다 경쟁력 있는 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대비 정원을 123명에서 96명으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미달 현상을 보이니 한상원 회장은 “이러한 상황이 참 한심하고 또 참담하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게다가 환자가 몰리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갈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비뇨기과 개원가에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드리워졌다. 이는 전공의 수급 어려움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수가, 비급여 항목 취약 때문에 발걸음을 돌리는 전공의들이 많은데 여기에 개원 후 미래까지 캄캄하다. 그렇다면 누가 비뇨기과를 선택 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비뇨기과학회의 답답한 마음이다.

 

학회 “개원가부터 적극 살린다”
 
대한비뇨기과학회 한상원 회장은 개원가부터 살리기로 결심했다. 이의 일환으로 개원의들을 학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그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중요한 것은 학회 회원들의 단결과 화합”이라며 “교류가 적던 개원의와 대학교수들의 소통을 위해 올해부터 학회를 주말로 배정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회가 진행돼 개원의들의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금요일부터 일요일로 날짜를 조정해 개원가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한상원 회장은 화합의 일환으로 개원의와 봉직의사를 부회장, 상임이사 등 주요 보직에 임명하기도 했다. 이는 비뇨기과 개원가를 살리려는 한 회장의 노력으로, 여기에는 학회의 모든 역량을 개원의를 살리는데 쏟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한 회장은 “회장이 된 만큼 학회의 전반적인 체제에 변화를 둬 개원의를 살리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개원가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에 전공의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파악했다.

 

그는 이어 “현재 노년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비뇨기 관리 문제는 보건정책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며 비뇨기과 전문의들의 또 하나의 고민을 토로했다. 

 

그것은 바로 “전공의가 없는데 내가 당직을 서야 하나?”가 아닌, “후배들이 없으면 이 지식을 누구에게 물려주나”였다.

 

“비뇨기과 질환은 비뇨기과 의사에게”

 

어느새부턴가 부쩍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고 성폭행을 일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해피드러그’의 부작용이다. 잘 사용되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 약이지만 오·남용 사례가 반복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회악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상원 회장은 “비뇨기과 질환은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해피드러그는 환자가 성적으로 건강한지 먼저 검사를 실시 후 처방하는 것이 옳다”고 피력했다.

 

그는 “사실 과거에도 이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밥그릇 싸움이라고 주위에서 오해를 하더라. 적절한 검사나 절차 없이 무분별한 처방이 이뤄지는 것은 사회적으로 볼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비아그라와 같은 치료제 처방에서는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뒤를 이었다.

 

한 회장은 “내 임기동안 어떤 정책을 완료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단지 다음 집행부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반석을 닦아놓고 싶다. 우리 학회 간행물은 60건에 달하는데 이는 적지 않은 숫자다. 앞으로 진정성 있는 양보, 배려, 역지사지로 ‘화합’을 통해 발전해나갈 수 있는 대한비뇨기과학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말을 마쳤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