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 개원 이래 최대 변화 앞둬'
조홍래 원장, 12월 새병원 완공 기대감 피력
2012.04.02 20:00 댓글쓰기

한끼 식사에 80kg짜리 쌀 63가마. 소불고기가 제공되는 날엔 소 30마리. 돼지의 경우 200마리. 상추는 8t 트럭 한 대 분량이 필요한 현대중공업. 이 어마어마한 사업장의 부속병원이 바로 울산대학교병원의 전신이다. 사업장 크기 만큼이나 부속병원 규모 역시 파격이었다. 9개 진료과, 120개 병상을 갖춘 울산지역 최초의 종합병원. 1975년 당시 병원계 상황을 감안하면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크기였다. 이후 꾸준한 성장을 통해 울산대학교 부속병원으로 적(籍)을 옮겼다. 지역 거점병원 역할에 충실하던 울산대병원이 개원 37년 만에 500병상 규모의 새병원을 건립, 새로운 웅비(雄飛)를 준비중이다. 최일선에서 제2의 도약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조홍래 병원장.[사진] 그는 이번 신축이 단순한 대학병원의 몸집 불리기가 아닌 지역민을 위한 진일보된 의료서비스 제공에 의의가 있음을 강조했다.

 

최첨단·최신식·최고급 무장

 

울산대병원 신축 건물은 2008년 첫삽을 뜬 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현대중공업의 든든한 후원을 등에 업고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공정률 45%. 현재 골조 및 배관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12월 완공을 목표로 외관 및 내부공사가 한창이다.

 

이번 공사에 투입되는 비용은 무려 2200억원. 이 중 400억원 이상이 의료장비 구입에 소요될 예정이다. ‘최첨단 장비’로 무장하겠다는 병원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민간병원 최초로 보건복지부의 지역 암센터에 선정된 만큼 암(癌) 진단 및 치료장비 보강에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실제 병원은 현재 1대에 불과한 방사선 치료장비를 3대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신축 건물에 방사선 장비가 들어설 지하벙커 공간도 넉넉히 확보해 뒀다.

 

수술로봇도 도입한다. 비록 효용성 논란이 있긴 하지만 울산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의료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해준다는 차원에서 도입을 결정했다.

 

최첨단·최신식을 지향하는 울산대병원 신축 건물 배치도에 주목을 끄는 부분이 있다. 암센터의 핵심인 수술방에는 외과 등 관련 진료과가 배치되는게 통상적인 일.

 

하지만 울산대병원은 신축 건물 수술방 인접 공간을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에 배정했다. 소위 돈 안되는 진료과를 노른자위에 배치시킨 셈이다.

 

이러한 파격 행보는 조홍래 병원장의 철저한 환자중심 의료 철학에 기인한다. 거점병원의 공공성을 감안, 다른 병원들이 기피하는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중환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 때문이다.

 

지난 2월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 선정도 크게 작용했다. 조홍래 병원장은 신축 건물에 신생아 중환자 병상을 25개 이상 확충, 상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적어도 암과 분만, 신생아 치료에 있어서는 최고급을 지향할 것”이라며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닌 거점병원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 없는 병원

 

울산대병원에는 인센티브 제도가 없다. 여타 병원들이 수익성 증대 차원에서 의료진 독려책 일환으로 진료 앞다퉈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역시도 조홍래 병원장의 진료 철학이 투영된 탓이다. ‘환자를 많이 보는 의사에게 돈을 준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다.

 

진료의 목적이 ‘치료’가 아닌 ‘돈’이 되는 기현상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수익성만을 좇다가 가장 중요한 환자를 잃을 수 있다는 논리다.

 

울산대병원은 교수들에게 금전 대신 인력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환자를 위해서는 의사들의 적정진료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조홍래 병원장의 아이디어다.

 

이를 위해 조 병원장은 진료과별로 적정진료 수치를 작성, 기준 이상의 진료가 지속될 경우 해당 과에 추가 인력을 배치 시켜준다.

 

의사들이 일에 치여서는 적정진료가 이뤄질 수 없고, 이는 곧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환자중심 철학에 입각한 제도다.

 

의료진 역시 금전이 아닌 인력 인센티브에 대한 호응이 높다. 진료 건수 별로 인센티브를 받게 되면 동료 간 위화감이 발생하기 일쑤지만 인력 인센티브는 그런 걱정이 없다. 오히려 환자가 늘어 일이 힘들면 인력을 보강, 적정진료 환경을 만들어주니 이 제도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조홍래 병원장은 “의사가 수익을 내기 위해 검사 처방을 남발하고 진료에 치여 연구할 시간도 없는게 의료계의

현실”이라며 “이는 의사나 환자 모두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적정진료와 연구역량 강화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는 각종 지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울산대병원은 정부 주도의 의료 질 평가 모든 항목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고, 최신 술기 개발 및 연구실적도 상위권을 기록중이다.

 

특별한 대우에 입소문 회자

 

울산대병원을 언급함에 있어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전공의 지원율이다. 2012년도 인턴 모집에서 울산대병원의 경쟁률은 1.6:1.

 

중소병원은 물론이거니와 지방 대학병원들이 미달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기록이다.

 

병원은 인턴뿐 아니라 레지던트의 대표적 기피과인 외과 역시 주어진 정원을 모두 채웠을 정도로 전공의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중이다.

 

조홍래 병원장은 그 원인으로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수련환경, 투명한 채용, 차별화된 혜택 등을 꼽았다.

 

우선 울산대병원은 지방 대학병원들의 고질적 병폐인 순혈주의를 오래전부터 벗어 던졌다. 타교 출신에게 문호

를 개방, 우수한 인재들이 좋은 환경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올해 선발된 인턴의 출신학교는 무려 30곳으로, 서울을 비롯해 충청, 전라도 지역까지 다양한 연고로 구성돼 있다. 레지던트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 대학병원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先 채용 後 공모’ 악습도 울산대병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투명한 채용은 전공의들 사이에 이미 입소문이 난지 오래다.

 

임직원에 부여되는 진료비 면제 혜택도 전공의들에게는 적잖은 매력이다. 본인은 물론 직계비존속까지 진료비가 전액 면제되는 만큼 피교육자 신분으로 가족의 건강권까지 책임질 수 있다.

 

물론 서울아산병원과의 연계 교육, 체계적인 수련 프로그램, 전문교수진의 1:1 지도 등도 전공의들의 발걸음이 울산대병원으로 향하는 이유들이다.

 

조홍래 병원장은 “전공의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수련환경을 조성해 준 결과”라며 “미달 사태에 대해 푸념만할게 아니라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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