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 극복한 의사들이 전하는 희망 메시지
2011.01.02 22:05 댓글쓰기
[신년기획 상]2011년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았다. 만성화된 경영난, 옥죄는 규제와 제도들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었던 의료계. 다사다난했던 2010년을 뒤로 하고 새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모습은 다행스럽다. 이들이 말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지금의 어려움이 의료계가 앞으로 가져갈 교훈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실제 의료계 내부에서도 어려움과 아픔 끝에 의사의 꿈을, 또는 명의의 반열에 오른 이들이 있다. 데일리메디가 △암 투병후 삶을 살고 있는 의사 △오랜 법적 투쟁 끝에 범법자 멍에를 벗은 의사 △어려운 생활환경 속에 꿈은 이룬 의학도 △탈북 후 국가고시에 합격한 새터민 의사를 만났다[편집자주]

“암 투병 후 의사로서 새 삶 시작”
최경숙 원장, 2011년 의료계 'Healing Together' 강조

끝없는 어둠을 뚫고 나오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암은 육신에 상처를 입혔지만 암 극복 후 의사로서의 삶은 훨씬 더 풍요롭고 깊어졌다.

치료와 수술을 해야하는 기본적인 개념을 넘어 온전히 이해하고 다가가야 하는 동반자적 환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동서산부인과의원 최경숙 원장은 1999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유방절제수술뿐만 아니라 자궁과 난소 적출 수술까지 받은 그는 당시의 투병생활을 “환자들이 상상할 수 없는 외로움과 고통스러움 속에 살고 있음을 뼈져리게 느꼈다”고 회상했다.

최 원장은 “의사의 돌봄을 받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자신을 봤을 때 왠지 모르게 한없이 초라하고 외로웠다. 그 마음을 체험했기에 내 역할이 무엇인지 보다 분명해졌던 것”이라며 새로운 삶이 시작된 계기를 전했다.

환자를 대할 때 더함이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정작 자신이 암 환자가 돼 그 깊이를 체감할수록 모자람은 더해졌고 의사로서의 직업의식은 이상하리만큼 강해졌다. 결국 최경숙 원장은 6개월의 짧은 항암치료 후 병원 출근을 결정했다.

그는 “다들 말렸지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병원이고 환자들 곁이라는 생각뿐이었다”면서 “환자들이 느끼는 질병뿐만이 아니라 깊숙한 상처까지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 또 의사로서 큰 산을 넘긴 최경숙 원장은 암 투병 과정 속에서 느낀 ‘텅 빈 환자의 마음’을 채워 나가기 위해 이전에는 미처 닿지 못한 보다 넓은 곳까지 의사로서의 시선을 두게됐다.

의료봉사활동에 눈을 뜬 그는 세계 각지와 국내 의료사각지대를 두루 다니며 낮은 곳을 향한 의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내 쪽방촌과 탈북자들,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이라크, 스리랑카, 중국, 인도, 케냐 등 다양한 인종과 국가에 의료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고려대 의과대학 의료봉사단과 한국기독여의사회 등 여러 의료단체의 수장 역할을 맡게 되면서 어깨는 무거워졌지만 오히려 그의 마음은 가볍다는 의외의 고백이 이어졌다.

최경숙 원장은 “워낙에 바쁘고 맡은 일이 많아 이 것들을 어떻게 진행하나 늘 걱정이다”면서도 “마음이 움직이는 일이 아니면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가뿐하다는 생각이다. 매번 어느 곳을 가든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얻는 것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암 투병에서부터 의료봉사활동을 거쳐오면서 의사로서 느낀 소회는 남달랐다. 질병 너머의 원론적인 고통을 나누고 이해함으로써 다져나가는 직업적 소명과 행복이 그것이다.

그는 “이젠 건강이라는 것이 신체뿐만 아닌 영과 혼 그리고 육이 어우러진 전인적인 개념으로 변화됐다. 의사의 역할이 질병 치료와 더불어 전인적인 돌봄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환자에 대한 ‘사랑’과 온전한 이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의사의 역할 확장을 주문했다.

2010년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로 인해 개원가를 비롯한 의료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내홍으로 얼룩진 의료단체 등 끝없는 잡음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의료계에 최경숙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의미있는 새해 희망 메시지를 전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환자를 위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척박한 의료환경과 구조적인 문제로 환자들이 완전히 느끼지 못하더라도 의대 생활을 거치고 환자를 봐왔던 의사라면 모두다 그러할 것이란 믿음이다. 지금은 의료계가 어둡고 힘든 상황이지만 변화될 것이다. 환자를 사랑하고 의사들 스스로의 소명을 아낀다면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 2011년도 의료계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Healing Together!"

현지실사 거부 합당 판결 이끌어내
대법원 “적법절차 없으면 합당”…명예회복 내년 3월 판가름

지난해 7월 합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부기관의 의료기관 현지실사 거부는 합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현지실사를 놓고 심평원과 의료계의 줄다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목되는 판결이었다. 보통 의료계 관련 재판은 장기적인 것이 특징이다. 대법원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재판을 끝까지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대법원은 "보건복지부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소속 직원 명의의 서류제출요구서 거부행위는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기관 관계서류 제출을 명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보건복지부장관이다. 그 권한을 심평원에 위탁하는 방법에 관한 대통령령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심평원 직원은 복지부 담당자를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규정돼 있을 뿐"이라고 명시했다.

판결 직후 대한의사협회는 대대적인 보도자료를 내고 판결을 환영하는 논평을 냈다. 의협은 "이번 판결을 통해 현지조사의 불법성이 드러났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의료기관 현지조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당사자인 김모 원장은 약 3년 전인 지난 2007년 심평원의 긴급 현지실사를 받았고, 원본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당시 김 원장은 "잦은 고가물품 분실로 원본이 필요했고 복사본을 제출하겠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원장은 "나는 합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실사이며 진료방해 요소가 있다"며 "절차에 따라 복사본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계속된 김 원장의 항의에 영업정지와 면허정지 등의 처분을 내려졌다. 그 처분에 따라 김 원장은 1년간 의원을 운영할 수 없었다. 처분 직후 김 원장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는 "너무 억울했다. 실사는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이었다"고 당심 심정을 전했다.

하지만 대가는 예상보다 컸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3년간 이어지는 법적 다툼으로 7000만원에 육박하는 변호사 비용을 사용했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스트레스가 오면서 운영하던 의원도 접는 등 삶이 변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오고 공포감도 느꼈다고 했다.

김 원장은 "비슷한 사례의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허비해도 결국 얻은 것이라곤 승소 판결문이 전부라는 사실에 허탈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사한 사례를 수집 중이다.

또 대응 차원에서 1000여명 이상의 사인을 받은 탄원서를 심평원장 앞으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심평원의 처분을 끝까지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당분간 의원을 운영할 여력은 없을 것 같다고도 했다. 3년간 진료 활동이 없다 보니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그는 "전화를 받기 전까지 온종일 집에 누워있었다. 몸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합리적인 실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그러면서 "아직도 진료하기 꺼려진다. 의원을 처음으로 개원한 것이 약 20년 전"이라며 "지난 3년은 절대로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현지실사에 관해선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에게는 남은 숙제가 있다. 당시 실사에서 불거진 부당청구(당사자는 착오청구라고 주장함)에 관한 최종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판결에서 이겨야 완전한 명예회복이 가능한 상황. 심평원 직원을 비판하는 글을 작성해 모욕죄로 재판이 진행 중인 것도 비슷하다. 모욕죄의 경우 1심에선 이겼지만, 2심에선 패소했다.

김 원장은 "착오청구는 정말 승소할 자신이 있다.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입증하면 명예를 완전히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 향배는 오는 2011년 3~4월경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