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의(他意)로 민간의료 내몰린 공중보건의
2010.09.06 21:50 댓글쓰기
공중보건의사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멱살잡이에 상욕은 기본이고 폭력마저도 심심찮게 당하는 등 여전히 사회적 약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탓이다. 더군다나 병역을 대신해 왔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으로서도, 배타적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의사로서도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공보의들의 실태를 집중 조명해보고, 앞으로의 개선방향에 대해 고민해 본다.[편집자 주]

[기획 中]공보의에 대한 근거 규정인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그러나 30년 묵은 이 농특법에서 조차 공보의들은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기는커녕,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도 타의(他意)에 의해 저버리도록 내몰리고 있다.

민간병원서 착취당하는 공보의

무의촌 등 의료취약지구의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출발한 공중보건의사제도. 30년이 지난 지금은 당초 목표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공공의료 최일선에서 활동해야 할 공보의들이 민간병원의 배를 불리는데 착취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전남의 A병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곳은 의료취약지구로 공보의들을 배치받은 뒤 같은 법인의 요양병원 환자들을 진료하는 데 공보의들을 이용했다.

현행 농특법 상 일반 요양병원에는 공보를 배치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규정을 어기고, 비싼 전문의들을 채용하는 대신에 '저비용 고효율' 공보의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응급의료지정기관으로 공보의를 배치받은 지방의 또 다른 B병원의 경우, 성형외과 전문의를 공보의로 배정받은 뒤, 당연히 응급실 배치 근무가 아니라 성형외과 외래 등을 맡겼다.

특히 지난 2008년 이 곳에서 근무했다는 공보의 C씨는 더 황당한 경우도 당했다고 했다. 당시 일반의로 공보의 생활을 했던 C씨는 “중간에 근무지가 변경됐었는데 D진료과 과장이 개업을 이유로 병원을 나가면서 해당 진료과 보드를 갖고 있던 공보의와 나를 맞바꾸더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월급이 체납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전남의 E병원 공보의 F씨는 공보의 제도 자체에 대해 회의감이 들 정도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배치 전만 해도 의료취약지구의 보건소 또는 보건지소에서 근무할 줄 알았지만, 막상 배치 받은 곳은 민간병원이었던 것. 더군다나 이 곳은 월급체납으로 공보의들 사이에서도 악명을 떨치던 곳이었다.

F씨는 “매년 월급이 3개월 이상 체납돼 공보의 배치를 취소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의료취약지구란 이유로 매년 배치되기를 되풀이됐었다”며 “결국 최근 병원이 폐업을 하고 나서야 이 곳에서 근무했던 공보의들은 다른 곳으로 재배치됐고, 현재는 고용노동부에 체납월급에 대한 단체제소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민간기관들도 ‘저임금 고효율’ 공보의 이용에 ‘올인’

현행 농특법에서는 공공의료를 전담해야 할 공보의들을 민간병원으로 파견하는 것도 모자라 민간단체에서도 활동 가능하게끔 규정해 놓고 있다.

문제는 대한결핵협회, 건강관리협회, 인구보건복지협회 등 보건단체에 국가보건사업 시행을 목적으로 배치되고도 수익사업에 이용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한 마디로 공무원인 공보의가 국가가 아니라 민간단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G협회에 배치됐던 한 공보의는 당초 예상과 달리 산하 의료기관에서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공보의는 “애초에 국가보건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협회로 배치된 목적이 상실된 채 수익을 위한 진료를 주업무로 맡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H협회 역시 복지부 지원이 끊기자 소아 및 내과 검진을 통한 수익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협회 산하 지방의 모처에서 근무했다는 공보의 I씨는 “현재 이곳은 일반 내과 의원과 다를 바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점검 한다고는 하지만…

사정이 이런데도 복지부의 현실 인식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복지부는 지난 6월 자체 복무점검반 편성하고, 6월 한 달간 공보의들이 배치된 전국 10개 시·도 45개 기관과 법무부 교정시설 등 중앙배치기관 4곳을 돌며 자체 점검을 실시했다.

보건복지부가 공중보건의사의 복무지도·감독 실태 등을 점검하고, 배치현장을 직접 방문해 공중보건의사제도의 개선사항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요 점검사항은 ▲공중보건의사의 무단지참, 무단이탈 등 불성실 근무사항, 공중보건업무 외 종사행위 등 ▲공중보건의사의 불성실 복무 등에 대한 관할기관장의 지도․감독 적정 여부 등 ▲보수지급 실태 및 배치 적정성 여부, 불법 리베이트 근절 직무교육 실시 여부 등으로, 주로 공보의의 근무여건 개선보다는 단속에 무게 중심을 뒀다.

결과에서도 이는 고스란히 반영됐다. 복지부의 이번 점검 결과를 통해 “기관별 복무점검계획에 따라 자체 복무점검활동을 강화하고 있었다”며 “공보의들도 배치된 기관·시설 등에서 성실한 자세로 근무에 임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점검결과 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례가 적발되지 않는 등 대체로 복무관리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신에 일부 배치기관에서 발견된 농특법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농특법 및 공보의 운영지침 등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지침규정을 잘못 적용하거나 보고사항 누락, 비치서류 미비치, 인사관리기록부 기록 소홀 등 일부 문제점이 있었다”고만 했다.

공보의들이 체감하는 근무여건, 불법파견 문제 등은 하루가 다르게 교묘해지고 있는데, 정작 주무기관인 복지부는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는 신통력(?)만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한공중보건의협의회측은 “공보의에 대한 복무 점검은 중앙기관 보다 각 지자체에 사실상 위임된 상태이다보니 복지부의 점검도 수박 겉핧기식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지자체와 민간병원, 기관들사이의 유착의혹마저 일고 있는 만큼 이번엔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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