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붕괴 따른 폐해
2010.07.09 21:43 댓글쓰기
[기획 3]의료전달체계(醫療傳達體系)란 종합병원의 환자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병·의원 즉, 1차와 2차 의료기관을 거친 다음 상급병원인 3차 의료기관으로 가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의료서비스, 인력, 장비, 시설 등을 효과적으로 배치, 조직화하는 것으로 핵심은 지역 간, 의료의 불균형을 막고자 전문 진료인 3차와 1차 의료의 역할분담과 긴밀한 상호 협력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환자들은 1차와 2차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학병원인 3차 의료기관으로 직행하거나 1차 의료기관 방문 후 병원급(2차)을 거치지 않고 바로 3차로 향하고 있다. 또한 3차 의료기관에서 수술이나 진료를 받은 만성질환자가 1차 의료기관에서 관찰 치료를 받지 않고 3차에 머물러 있는 상황들이 발생해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있다. 각 의료기관별 폐해 사례를 살펴봤다.

대형병원 선호-설 곳 없는 1차 의료기관

1차 의료기관에서는 주로 경증환자의 처치와 그 밖에 통원치료가 가능한 질병 및 진료, 장기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자로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 등을 진료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동네 의원인 1차 의료기관보다 대형병원인 3차 기관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벼운 급성호흡기감염증이나 결막염, 당뇨, 고혈압과 같은 경증질환이나 만성질환은 1차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치료를 할 수 있지만 대형병원의 치료가 더 효과적이라고 믿고 찾는 사람들 때문에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진료비 통계지표에 따르면 1차 의료기관의 외래환자 증가는 3%에 그친 반면 상급종합병원 기관 당 외래환자 내원일수는 22.4%가 늘어난 69만2538일로 나타났다.(2009년 말 기준)

이는 정부가 외래본인 부담율을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했음에도 외래환자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오히려 더 가파르게 상승해 대형병원 선호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실제 3차병원의 외래환자가 매년 증가함에 따라 각 대학병원을 외래 수익 증가율을 전년에 비해 더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톨릭의료원의 경우 2010년 올해 진료비 매출액을 5443억원으로 지난해(4769억원)에 비해 14% 더 올렸다. 연세의료원 역시 지난해 보다 5.3%더 늘인 4453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밖에 고대의료원이 지난해 대비 8.6%, 아주대병원은 7.2%, 경희대의료원 12%, 한양대의료원 13%, 순천향대 7.5%, 건국대 15.3%, 서울대병원 10%,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도 1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듯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을 선호하고 있어 어디가 외래중심 의료기관이고, 어디가 입원중심 의료기관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의료전달체계 붕괴는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개원의협의회 한 관계자는 “현행 의료체계는 의료기관 상호간 기능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의료기관 종별간 무한 경쟁체제가 가속화 되고 있다”면서 “의료전달 체계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개선하고 의료기관 기능을 하루 빨리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차로 바로 뛰어넘는 현실-샌드위치 신세 2차 의료기관

2차 의료기관은 1차 또는 다른 2차 기관으로부터 의뢰받은 환자의 진료와 해당 의료급여기관에 입원했던 환자로서 퇴원 후 경과 관찰이 필요한 환자를 진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 공급에 제한을 두는 규정이다.

하지만 일반 의료 소비자들은 1차에서 진찰 소견서를 받아 3차로 직행하고 있다. 중소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니 이름 있는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시간이나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한국에서는 44개의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원하는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 2차 의료기관 소견서 없이도 바로 3차 의료기관의 가정의학과에서 초진을 받고 전문과로 연결해 진료하는 방식으로 큰 제한 없이 대형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형편없이 낮은 저수가 때문이기도 하다. 의료기관들은 원칙만 지키다가는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종별 구분없이 외래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며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한국 의료의 현 주소다.

때문에 환자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이 같은 추세로 인해 의료라는 사회적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중소병원협의회 한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 붕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태동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며, 정부는 정확한 종별 구분이나 제한을 두지 않고 운영해 왔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이런 방만한 운영으로 1차기관과 3차 의료기관의 중간에 낀 중소병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1차에서 3차로 3차에서 1차로 건너뛰는 사람이 대부분으로 2차 의료기관을 찾는 의료소비자는 급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지 않고서는 앞으로 중소병원이 설 자리는 없다”면서 “흑자는 고사하고 적자만이라도 면해야 병원을 유지할 것이 아니냐”고 한탄했다.

경증환자 때문에 중증환자 제 때 치료 못해 3차병원도 '골머리'

3차 의료기관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등으로 500병상 이상의 병상을 갖췄고, 입원 중심의 중증 환자를 진료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누구나 원하는 병원에서 원하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경증환자도 3차 의료기관을 찾고 있어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되고 있다.

경증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으로 인해 3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들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불상사도 빈번해지는 실정이다.

경증환자나 장기 입원환자가 퇴원을 거부하고 대형병원에서 치료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환자들을 강제적으로 퇴원 시킬 수 있는 규제가 없어 대형병원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소재 한 대학병원장은 “경증환자들 때문에 중증환자 치료가 어렵다”면서 “의료시설은 한정돼 있어 항상 병상이 모자라 중증환자들도 대부분 대기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대형병원 응급실도 마찬가지다. 응급을 요하지 않는 경증의 환자가 몰려 실제로 응급을 요하는 환자의 진료가 미뤄지고 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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