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 반대 대학들 왜 돌아섰나
2009.12.24 22:00 댓글쓰기
[기획 2]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전환은 도입 초반부터 말이 많았던 정책이다. 의전원 자체를 비판하는 의대 학장 및 의학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반발이 거셌다.

대학 쪽에서는 의전원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으나 결국에는 하나 둘 찬성하기 시작, 현재 절반이 넘는 인원을 의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대학들이 입장을 바꾸기 시작한데는 정부 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의전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 개입했으며, 이에 따라 대학들이 어떻게 입장을 달리 취했는지를 알아봤다.

2005년 4월 교과부는 「의·전원 추가전환 대학 지원 계획」을 마련한 후 2008~2009년에 전환을 희망하는 대학으로부터 6월 초까지 신청을 받아 ‘의·치전원’으로 전환을 승인하기로 했다.

서남수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는 “의전원 전환에 대해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각 의대는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전문대학원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겠지만, 교과부는 로스쿨 설치, BK21사업계획 등 여러 가지 대학지원 사업들과 연계, 대학원 전환을 적극 유도할 방침 이라며 확고한 입장을 표명했다.

“의전원 전환하지 않으면 BK21 참여 제한”

의전원 전환을 둘러싸고 당시 서울대와 연세대는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전원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대학들에 요구하던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며 직간접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의전원 전환 여부를 둘러싸고 교육당국과 주요 대학들이 갈등을 빚었다. 교과부가 2단계 BK21 사업 참여 대상을 ‘의전원으로 전환(신청)한 대학’으로 제한함에 따라 교과부와 미전환대학과의 의견 대립이 심화된 것이다.

직접적으로 거센 반대 목소리를 내던 서울대는 불이익을 받을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서울대는 BK21 1단계에서 ‘인간생명과학연구단’으로 해마다 30억원의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에 2단계에서의 참여 배제는 큰 위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교과부는 2005년 10월 31일 전문대학원 전환여부를 2단계 BK21 참여 전제조건으로 발표했다. 당시 교과부가 새로운 사업으로 전문대학원을 지원하는 ‘고급전문서비스 인력양성 사업’을 만들면서 의전원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1단계에서는 별도의 사업구분이 없이 과학기술분야에 지원할 수 있었다.)

당시까지 의전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반대하던 서울대, 연세대 등은 ‘고급전문서비스 인력양성 사업’에 불이익을 받는 것 때문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의전원 전환을 계속 반대할 것인지 연구비를 받을 것인지 선택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정부, 로스쿨 인가와 연계설

두 번째 화두는 로스쿨과의 연계였다. 의전원 전환 신청을 받던 2005년 5월, 교과부 서남수 차관보는 “의·치전원과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전환, 두뇌한국 BK21 사업은 완전히 다른 사안이 아니며, 각 대학이 어떤 분야는 전문대학원으로 가고 어떤 분야는 학부로 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진표 부총리도 “BK21사업으로 양성하려는 인력은 5~10년 뒤 산업을 선도할 학제융합적인 분야로, 전문대학원과 연계되지 않으면 그 분야 프로젝트에서 선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다 간접적으로 로스쿨과의 연계를 시사한 것이다. 후에 로스쿨 인가 현황을 보면 전체 의과대학중 의대를 고수하면서 로스쿨을 인가받은 대학은 원광대 밖에 없다.

또한 2007년 병행을 결정한 대부분의 대학이 후에 로스쿨을 인가받았다. 2007년 전환한 대학 중 로스쿨을 인가받지 못한 대학은 동국대가 유일하다.

로스쿨 유치가 결정되는 마당에 교과부의 말 한마디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각 대학 당국이 로스쿨을 유치하려고 학교 시설 정비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이던 때였기 때문이다.

로스쿨과 의전원 정원과의 연계가 실질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하지만 정책입안자의 평가에 따라 로스쿨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에 이 같은 발언에서 학교가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2005년 50% 보장형 절충안 제시

2005년 12월 23일, 정책방향이 결정됐다.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에서 건의한 보장형 50%다. 모집정원의 50% 한도 내에서 의예과 또는 일반학부 형태로 고교 졸업생 선발을 허용하고 입학을 대학자율로 2009년까지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2010년 최종 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의전원 전환을 거부했던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의대들은 교과부에 협상안을 내놓았다. 정원의 50%는 2+4년제 체제로, 나머지 50%는 의전원 체제로 병행하기로 했다.

2005년 말까지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던 주요의대들이 2006년 2단계 BK21 사업자 지원자 선정이 시작되자 병행시스템을 교과부에 제안하며 양측의 합의가 이뤄졌다.

2007년도 병행이 결정된 대부분의 대학이 모두 이 때 타협한 곳들이다. 당시의 합의로 교과부는 의전원제 연내 시행이라는 공약을 지켰고, 주요 의대들 역시 의대 체제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분을 잃지 않았다는 성과를 얻는데 성공했다.

의대가 반대해도 대학측 거부 부담 커

당시 병행을 결정한 대학이 많았던 까닭은 의전원으로 완전전환하는 것과 병행하는 것 사이에 큰 차이를 두지 않고 다 똑같이 지원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다만 체제정착비는 완전전환 시 72억, 병행 시 36억이라는 조건을 걸었다. 해마다 지원 금액이 달라 일찍 전환한 대학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 밖에 국립대 교수 충원 인원도 완전전환하는 경우 30명, 병행 시 15명으로 제한을 뒀다. 대학 중 다수가 전환하게 된 이유다.

당시 대학들은 이렇듯 외부에서 압박이 들어왔기에 대학원 전환의 문제가 ‘의대’의 문제가 아닌 ‘대학 당국’의 문제로 번졌다. 의학부 관계자가 의전원을 반대한다고 해도 학교 입장에서는 반대 의견을 내세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 위상 등을 생각하는 총장 등 학교 고위 관계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010년 의전원은 또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의전원 체제를 도입해 운영한 뒤 교과부가 최종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상당수의 대학은 학제 선택에 대한 자율권을 달라고 하는데, 자율권이 보장될 경우 다수의 대학이 의대체제 전환을 희망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파장이 예상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12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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