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 완전 전환 or 의대 전면복귀 분수령
2009.12.30 21:46 댓글쓰기
[기획 6]의학전문대학원 4+4년제 완전전환인가 아니면 의과대학 2+4년제 복귀인가.

현재 의전원과 의대로 이원화돼 있는 의학교육시스템을 재정립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문제를 어떠한 형태로든 결론지을 방침이다.

교과부는 이에 지난 6월 의학계와 비의학계 인사를 각각 절반으로 구성한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이하 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하고 설문조사와 학제논의 등 의사 양성체제에 대한 종합평가를 진행해왔다.

제도개선위원회 구성과 이번 종합평가 실시는 교과부가 지난 2002년 1월 수립한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기본계획에 따른 것으로, 정부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의전원 체제를 도입해 운영해 본 뒤 2010년 이후 의전원 체제 완전전환 여부 등 최종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칼자루 쥔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 구성원은 삼성경제연구소 정구현 고문을 위원장으로 △홍찬식(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과 △김관복(교과부 대학지원관) 및 위원회 내 2개 소위원회로 총 16명으로 구성돼있다.

평가소위원회는 김무환 포항공대 입학처장 겸 교수를 소위원장으로 △김병수(고려대 의대 교수) △정성광(경북대 의전원 교수) △이무상(한국의학교육평가원 원장) △권복규(이대 의전원 교수) △오희균(전남대 치의전원 원장) 등이다.

정책소위원회는 임정기 서울대 의대 학장을 소위원장으로 △안덕선(연세대 의대 교수) △박준봉(경희대 치의전원 원장) △강태진(서울대 공대 학장) △유욱준(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이춘수(충북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이기범(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상임이사,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등이다.

평가소위원회는 전국 의대·의전원 및 치대·치전원 교수와 학생, 이공계 교수와 학생 등 1만여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해 성적변화 및 만족도 등을 묻고, 이를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책소위원회는 2+4년제와 4+4년제로 나뉜 학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들 소위원회 포함한 전체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는 의사 양성체제 전반에 대해 평가해 내린 결론을 연말까지 교과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2010년 1월중 의전원 및 의대에 관한 향후 정책방향을 최종결정한다.

즉, 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와 교과부의 선택에 따라 현재의 자율적인 병행체제에서 의전원 완전전환 혹은 의대 복귀 등 다양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의 최종 결정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결과를 예측하고 그 배경을 들어본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제도개선위원장 →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

Q.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졌나, 언제쯤 최종 답을 내릴 수 있는가?
A. 아직 본격적인 논의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 위원회 활동 시한이 연말까지이므로, 이번 한달간 집중 토의해 결과를 도출하겠다.

Q. 의전원이나 의대, 어느 한 체제로 설정해 밀고 나가기엔 무리수가 있어, 현재처럼 양체제를 병행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란 지적이 많다.
A. 아직 의전원 졸업생이 1기수 밖에 배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종합평가가 시기상조란 이야기도 있다. 사실 상황이 너무 어정쩡해서 쉽진 않지만, 바람직한 의사 양성체제를 위한 방향성 제시는 필요하다.

"2025년 사회 배출될 의료인력 염두"

Q. 쟁점 중 하나는 학제 선택권을 대학 자율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정책으로 규제할 것인가인데 위원 다수가 자율을 주장하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 어떤가?
A. 조급한 얘기다. 각 대학이 자기 상황에 맞게 좋은 학생을 뽑아 지도할 수 있는 자율권도 필요하겠지만, 제도적 방향성도 있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선택권도 중요하다. 지금 단계에선 뭐라고 답하기가 어렵다. 월말까지 지켜봐 달라.

Q. 의대와 의전원제에 대한 위원장, 개인 생각은?
A.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넓게 봐야 한다. 현재의 이해관계만으로 속단해선 안 된다. 이번 결정되는 정책은 내년이나 내후년에 대학 입학하는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이들이 훗날 전문의 과정을 마칠 걸 고려하면, 2025년쯤 사회에 배출될 의료인력을 생각하고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15년 후 한국의 경제, 산업구조, 인구구조 등을 토대로 의료인력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면서 제도개선 방향을 잡아야 한다.

Q. 이번 평가의 의미가 있다면 무엇인가?
A. 변화된 의학교육 제도에 대한 현재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살피는 거다. 단, 아직 의전원이 과도기 단계라 이에 대한 관계자들 의견도 각기 다르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따라서 의전원에 대한 만족도가 다소 낮은 설문조사 결과를 맹목적으로 해석해 이 정책의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하기엔 너무 좁은 시각이 아닌가 싶다.

평가소위원장 → 김무환 포항공대 교수 겸 입학처장

Q. 의전원 제도 도입이 이공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A. 이공계, 특히 생명공학과에서 의전원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이 많은 편이나 나쁘지만은 않다고 본다. 앞으로 10~20년 뒤에는 우리나라 의학도 연구개발 측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져야 할 텐데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서 기초학문을 충분히 다진 학생들이 의학계열로 진출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의대·의전원 평가시점 너무 빠른듯하다

Q. 대다수 이공계 교수들이 주장한 바와 방향이 조금 다르다.
A.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이 매년 3000명이라고 한다면, 의전원은 이들에게 이공계를 공부할 기회를 한번이라도 제공했다는데 이의가 있다. 만약 이공계를 공부한 이후에도 의대로 떠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지금처럼 암담한 현실이 아닌 밝은 미래를 제시해 남게 하는 건 이공계 교수와 교육 당국의 몫인 것 같다.

Q. 의전원 졸업생들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치전원 졸업생의 경우, 대부분이 개원가로 진출했다. 이는 의전원의 당초 취지를 벗어난 것 아닌가?
A. 물론 의전원제 도입으로 의대 편중현상이 완화될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 그 효과 크지 않았다. 또한 의·치전원 출신들이 꼭 기초의학을 해야 한다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다. 물론 돈벌이만 생각하는 건 답답하지만, 진료업무를 맡는 동안에도 연구할 게 많다고 본다. 거기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이번 종합평가, 특히 설문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개인적으론, 의대와 의전원 체제를 평가하는 시점이 너무 빠르다. 아직 의전원 학생들이 졸업만 했지 궁극적인 목표인 연구자의 길을 가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를 내릴 자료가 명확히 없어 판단이 어렵다.

Q. 앞으로 더 논의돼야 할 게 있다면?
A. 대학들은 앞으로 의·치전원 학생을 뽑을 때, 보다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듯하다. 지금처럼 MEET·DEET 시험만 강조해서 학생들이 대학과정을 소홀히 하고 이 시험 준비에만 열중하게 하지 말고, 정말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온 학생들이 의학자로서 더 잘 활동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할 것 같다.

정책소위원장 → 임정기 서울의대 학장

Q. 정책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학제 대안은 무엇인가?
A. 과거 의대 체제로 복귀, 의전원 체제로 전면 전환, 의대·의전원 병행을 인정하고 현행 체제 유지, 병행하는 대학 없이 의과대나 의전원 중으로만 선택, 아예 새로운 체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알 수 없으나 현재 12개 대학이 택하고 있는 의대와 의전원 체제 병행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제시된 대안 중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학제 2~3개를 추려 교과부에 최종 보고할 계획이다.

Q. 학제에 대한 위원장 개인 의견은
A. 제도개선위원회 내 정책소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동시에 의대 학장이자 의대·의전원장협회장이기 때문에 그쪽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소위 내에 의료계뿐 아니라 비의료계 인사들도 있어 의대 입장만 반영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Q. 학제 선택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분위기는?
A. 대학은 자율성 부분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교과부와 비의료계는 다양성 부분은 인정하되 무조건 대학 자율에만 맡겨선 안 되고 일정부분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견차에 대한 조율은 앞으로 회의를 통해 더 자세히 진행될 것 같다.

이공계 교수들, 의전원 반감 상당히 높다

Q. 이번 종합평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큰 변화를 일으키진 않을 것 같은데?
A. 지금과 같은 체제를 유지하고 5년~10년 후로 평가를 유보하자는 의견도 나왔는데, 그런 결과는 곤란하다. 의료계 발전 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짚고 가야한다.

Q. 평가소위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의료계가 의전원에 반대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의전원을 환영할거라고 예상했던 인접학문 분야에서 조차 반감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공계 교수들의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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