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dom' 의대학장들…'급제동' 교과부
2009.12.31 21:48 댓글쓰기
[기획 8]영화 '브레이브하트' 멜깁슨의 심정이었을까? 전국 의과대학 학장들이 지난 9월 국회에서 일제히 “Freedom”을 외쳤다.

이 날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의학교육 종합평가와 관련해 첫 공청회가 열렸다. 교과부의 의학전문대학원 전면전환 추진에 우려감이 높았던 의대학장들은 만사를 제치고 국회에 집결했다.

이들은 교과부의 획일적 의사 양성체제 강요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각 대학에게 자율권을 달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2+4’ 학제의 의과대학과 ‘4+4’ 학제의 의전원 체제 중 하나의 답을 내리려던 교과부의 계획에 급제동이 걸리는 순간이었다.

이후 의사 양성체제에 대한 자율권 보장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전국 의과대학 학장들은 물론 의학교육 전문가들도 자율권 확보를 위해 바삐 움직였다.

전국의대·의전원장협회와 국립의과대학 학장들, 의대·의전원 병행 대학 학장들이 수시로 모임을 갖고 교과부의 획일적 의학교육 추진에 대응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이 문제를 방치하던 국회에서도 의대학장들의 설득(?)에 힘입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영아 의원은 한국의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바람직한 의사양성체제 모색을 위한 공청회’를 마련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입법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자율권’에 대한 의과대학들의 갈망은 박영아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도 잘 나타난다.

각 의과대학들은 의사양성체제에 관한 해당 대학의 입장을 묻는 박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일제히 “자율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한 경상대, 전북대, 제주대는 자율권이 부여될 경우 의대로 회귀할 것이란 입장을 표명했다.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는 충북대, 충남대, 전남대, 한양대 역시 “학제 선택은 대학 자율에 맡기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한림대, 고신대, 건양대 등 아직까지 의대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14개 대학들 역시 ‘자율권 부여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미국·호주·일본 등 의학제도 다양성·자율성 일정 부분 병행

그렇다면 미국이나 호주, 일본 등 이른바 의료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의사를 양성하고 있을까?

의료 선진국들의 의사 양성체제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다양성’이다. 즉 이들 국가는 대학에 의사 양성과 관련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학교 특성에 맞는 학제를 선택토록 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경우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의전원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고등학교 졸업자, 대학 교육 이수자, 대학 졸업자 등 다양한 학생층에 대한 입학제도를 두고 있으며, 특히 학사학위를 ‘권장’하는 대학이 ‘의무화’하는 대학보다 많은게 특징이다.

실제 미국 의과대학의 입학생 학력을 보면 전체 127개 대학 중 고등학교 졸업자가 입학한 학교가 27개교(21%), 대학 2학년 이수가 14개교(11%), 대학 3학년 이수 79개교(62%), 대학졸업자 125개교(98%)로, 다양하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에도 입학요건에 학사 졸업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은 점이 우리나라 의전원과 차이를 보인다.

호주의 경우 의과대학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학(9개교),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학(10개교), 의대와 의전원 제도를 병행해 채택하고 있는 대학(2개교)이 공존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듯 보이지만 학생 선발에서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의전원의 경우 일반 대학 2년 이상 이수한 사람에게 입학자격을 허용하며 의대 역시 고등학교 졸업생뿐만 아니라 일반대학 2년 이상 수료자에게 편입할 수 있는 길을 허용한다.

호주 역시 의전원 입학요건에 학사졸업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는다.

일본은 예과 2년과 본과 4년으로 구성되는 의과대학 체제를 채택한 대학이 의전원 또는 병행 체제를 선택한 대학에 비해 많다.

2006년 기점으로 총 79개교 중 43개교가 의대 체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학생수로는 무려 9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6년의 의학교육과정을 마친 학생은 졸업 후 정부에서 주관하는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의사면허가 주어진다.

그러나 일본에서 독자 진료에 임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졸업 후 임상연수 2년을 수행해야 한다.

서울의대 임정기 학장은 “교과부가 의대와 의전원을 놓고 저울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세계 어느나라에도 단일체제를 고수하는 나라는 없다”고 피력했다.

연세의대 안덕선 교수는 “특정 의사양성학제를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 보다는 각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적합한 체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의전원 제도 도입의 기본 취지에 좀 더 부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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