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명운(命運) 가르는 '내부고발'
2010.02.11 21:31 댓글쓰기
[기획 상]최근 들어 리베이트 수사가 전 방위로 확대되면서, 이른바 리베이트 광풍이 불고 있는 제약계. 지난해 약가인하 연동제 이후 제약업계에 살풍경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바로 내부고발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과연 적인가, 아군인가. 데일리메디는 내부고발을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지난해 말 보건복지가족부에 한 통의 편지가 전달됐다. 내용인 즉, 국내 중견제약사인 Y약품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리베이트와 관련된 회사의 영업비밀을 상세히 기술하며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해 온 것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제보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으로 사건을 의뢰했다. 중조단은 곧바로 Y약품을 압수수색한 뒤 현재 사건을 검찰로 송치시키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회사의 은밀한(?) 비밀을 최일선에서 수행하는 영업사원이 내부고발자로 돌변해 회사의 숨통을 그대로 옥죄버린 단적인 사례다.

신고포상금에 보호법까지, 불붙은 내부고발제

내부고발 문제는 현재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관련 법적 제도 및 장치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우선 최근까지도 내부고발을 바탕으로 제약사들을 잇달아 압수수색하며 리베이트 조사에 나섰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움직였다.

공정위는 최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오는 4월경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규정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신고포상금 지급대상 행위를 확대함으로써 거래당사자 등의 신고를 유도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법위만 행위를 적발, 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사정의 칼날을 더욱 벼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지난 4일 내부고발자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담아 의료법 등에 대한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현행 부패방지법 제64조(신변보호 등)를 준용해 내부고발자 뿐만 아니라 이를 도운 사람도 상황에 따라 경찰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해당 제약사가 내부고발을 이유로 해고 등의 불이익을 가할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부당해고로 간주하고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최 의원은 “리베이트 문제는 약제비 인상에 따른 전체 국민 의료비 상승의 한 요인이 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등 분명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법안을 통해 리베이트 행위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리베이트가 근절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 역시 지난해 한차례 미뤘던 내부고발자에게 최대 3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선안과 관련해 관계 부처, 복지위 의원들과 논의를 통해 보완을 거쳐 다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부고발을 하고 싶어도 일생을 걸어야 하는 까닭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리베이트 근절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꼽히는 내부고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제약사 "내부고발은 '재앙' 그 자체" 울상

반면 제약업계는 내부고발을 ‘재앙’ 수준으로 바라보며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리베이트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제도가 내부고발자 양산으로 이어질 경우 조직 내 불신, 악의적 제보 등 부작용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신고포상제도 등을 도입할 경우 조직 구성원 사이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어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내부고발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마냥 도화선이 타들어가고 있는 내부고발제. 제약계에 공정 경쟁 바람을 불러오는 ‘신호탄’이 될 지, 제약계 전체를 그대로 사장시켜 버리는 ‘흉탄’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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