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실기시험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2009.09.25 21:53 댓글쓰기
[기획 5]선배들의 조언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다. ‘설마 내가 떨어지겠어’라고 자위(自慰)해보지만, 스멀스멀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대학생활의 마지막 방학을 기꺼이 반납한 채 실기시험 대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과 4학년 및 의전원 졸업반 학생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시험을 앞둔 그들의 각오와 실기시험에 대한 단상들을 들어봤다.(가나다 역순)

“문제 배정, 어려운 문항 걸리면 불리”
이용희(25·연세의대)


모의시험을 치러보니 어떤지?

재미있었다. 이번 시험은 CPX, OSCE 항목 중에서 어려운 것 위주로 배정한 거라서 보고 나니 부족한 점을 많이 느낀다. 개인적으론 CPX보다 OSCE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술기를 외운다기보다 몸에 익히는 과정이라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실수 없이 차례차례 해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국시원에서 하는 모의시험도 참가했는데 그땐 OSCE를 잘 몰라서 무심코 빼먹은 게 많았다. 오늘은 그때보다 잘 알고 가서 더 긴장된 측면이 있다.

그럼 CPX는 부담이 없나?(웃음)

학교 차원에서 제시해준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그런 항목들을 빠뜨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질문이 많아졌다. 10분이라는 시간 안에 정해진 질문을 다 하다보면 환자와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흐르기 쉬워 아쉬움을 느낀다.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CPX 자체에 대해서는 환자에게 말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어 좋은 의사가 되기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술기는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하면서 익힐 수 있겠지만 환자와의 관계는 먼저 연습할수록 권위의식을 버릴 수 있으니까.

실기시험에 대한 생각은?

전반적으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지지만, 평가과정에는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시험기간이 두 달 반이나 되다보니 먼저 시험 본 학생과 나중에 시험 보는 학생 사이에 정보가 오갈 수 있다. 문제는 랜덤으로 배정한다고 하는데, 문제에 따라 난이도가 상당히 다른 만큼 어려운 게 걸리는 사람은 그만큼 불리하지 않을까.

“비싼 응시료에 카드 수수료까지 따로 받아”
신동훈(25·성균관의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실습기간에 충분히 연습했다는 판단이 들어 따로 준비하는 건 없다. 필기는 약간 부담이 되지만 실기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환자를 보는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수기를 충분히 익혔으면 직접 환자를 보고 말할 때에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실기시험에 대한 생각은?

취지 자체는 좋지만 일단 내가 처음이라 싫고(웃음), 무엇보다 비싼 응시료가 불만이다. 응시료가 51만원인데 카드로 결재 하면 수수료까지 따로 받는다. 가상계좌로 입금해도 몇 백 원의 수수료가 또 붙고. 친구들이랑 농담조로 국세청에 신고하자는 얘기까지 해봤다. 학교별로 실습을 잘하면 될 것 같은데 이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따로 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떨어뜨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항목별로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3분 진료를 조장하는 것도 아니고…. 채점 시스템도 의문이다.

보완을 잘 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일단 시험이 하나 더 늘어나서 학생들 입장에선 싫다. 하지만 기왕 볼 거면 국시 실기시험을 계기로 실습 때 학생 역할을 좀 더 늘려주면서 내실을 기했으면 한다. 실기시험 때문에라도 실습을 더 잘 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있다.

“시험장에서의 상황 대처능력 중요”
경문배(31·부산대의전원)


의전원 1기로서 더 잘 봐야 된다는 부담이 있진 않나.

의전원 1기라는 타이틀보단 의학을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른 의대생과 같은 마음이 아닐까. 아무래도 의사 교육과정 자체가 바뀌고 있는 혼란스런 시점이다 보니 주위에서 우려 반 기대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긴 하다. 의전원 제도를 안고 가는 첫 출발선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다들 조금씩 긴장하고 더 열정적으로 준비해왔다고 자부한다.

어떻게 대비해왔나?

그간 학교 차원에서 준비를 열심히 해온 편이라서 시험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큰 걱정은 없다. 2주간 실습의 일부분으로 롤플레이를 진행했고, 요즘은 시험 날짜가 가까운 사람들끼리 그룹을 조직해서 따로 공부하고 있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스스로 찾아서 하려는 분위기다. 정답이 따로 없다보니 학교마다 평소 기본 실력을 점검하는 데 주력할 것 같다. 시험장에서 갑작스레 처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중요할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실기시험에 대한 생각은?

의사면허를 따고나서 술기를 적용하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실전에 얼마나 유용할지 관건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다보니 경제적인 부담도 없지 않아 있고. 그 정도의 가치를 지닌 테스트가 되기까진 어느 정도 시행착오도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 시행이라 변별력을 어디까지 둘지 잘 모르겠다.

“수업 도중 시험보러 가야하는 학생도 있어”
홍도란(25·고려의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동기들과 스터디를 조직해 CPX 대비 공부를 했다. 5명이서 지난 4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모였다. 각자 한가지 주제를 정해 A4 1장 분량으로 정리해 와서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두어 달 하다 보니 국시원에서 정해준 항목을 한 번씩 정도는 모두 점검하게 되더라. 그간 다른 공부는 혼자서 해왔는데 시험 특성상 여러 명이 같이 모여서 공부해보니 그런 시스템에 좀 익숙해져야 할 필요를 느꼈다. 이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다시 보고 공부해야 할 것 같다. CPX보단 OSCE가 부담이다. 머리로 알고 있는 거랑 손으로 하는 게 달라서 순서를 손에 익히지 않으면 하기 힘들다.

학교 차원에서 특별히 대비하는 것은 없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본과 들어갈 때부터 교수님들이 “국시 성적은 연연하지 말라”고 많이 말씀하신다. 학교 스타일 자체가 국시에는 딱히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본 틀만 제시하고 학생들보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교수님들은 (실습 때) 병원에서 환자 보는 게 CPX고 OSCE 아니냐고 그러시는데, 물론 이론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개인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방학이 없어져 아쉽지 않나?

정말 그렇다. 우리 학교가 학사 일정이 늦게 끝나는 편인데, 이번 국시 실기시험 일정이랑 겹쳐서 심지어 수업 받다가 시험을 보러가야 하는 학생도 있다. 학사 일정이 조절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험 일정을 통보받아 생긴 결과다. 실습이 9월 셋째 주까지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시험을 준비할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걱정된다. 이렇게 수업과 실기시험이 겹치는 학생이 나오는 사태는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내년부터는 학사 일정을 앞당긴다고 하니….

“실습에 내실 기하게 된 점은 긍정적”
안형우(26·서울의대), 신소현(25·서울의대)


실기시험에 대한 생각은?

안 : 예전에는 실습을 돌면서도 결국 성적을 좌우하는 건 필기였는데, 이젠 수기 하나라도 더 배워 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자발적으로 “한번 해봐야지” 하는 마음가짐이 생긴 것 같다. 과거엔 실습을 얼마나 잘 도느냐보단 시험결과에만 초점을 맞춘 감이 있는데 실습에 내실을 기하게 된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과목 별로 보면 OSCE보단 CPX가 실생활에서 도움이 될 듯하다. OSCE는 플라스틱을 보고 혼잣말해야 하는 거니까 아무래도 조금 우습고, 느낌도 다르다.

응시료가 비싸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데…

안 : 사실 나도 그 점이 가장 불만이다. 국시 실기랑 필기시험 비용을 다 합치면 70만 원가량인데, 얼추 운전면허 취득 비용과 맞먹는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보니 면허를 돈으로 사는 기분마저 든다. “어차피 병원 들어가면 다 배울 텐데 뭐 하러 돈 더 주고 시험을 보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

신 : “절대 또 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웃음).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긴장되지 않나?

안 : 국가에서 치르는 첫 실기시험이긴 하지만 매년 인턴 지원할 때 병원 자체에서 유사한 형태의 시험을 본다. 이번 국시는 이 시험을 전국 규모로 확대한 버전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워낙 오래전부터 이 시험에 대한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담담한 기분이다. 시험 중 몇몇 항목은 레지던트도 병원에서 경험하기 힘든 것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실습을 통해 배운 것들이다.

신: 모의시험을 치러보니 CPX는 내과 실습돌 때 평가항목에 들어가 있어서 부담이 덜한데, OSCE는 시험 형식으로 해본 것은 처음이라 미흡함을 느꼈다. 시간 제약도 있고, 병동에서 환자를 대할 때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시험일정이 빨라서 먼저 보고 동기들에게 얘기해 줘야할 것 같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11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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