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논란속 당사자 서남의대생들 생각은
2009.04.16 21:45 댓글쓰기
[기획 下] 서남의대가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 전국 41개 의대 중 유일하게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의 2주기 의대인정평가(2007~2010년)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의평원은 “WHO(세계보건기구) WFME(세계의학교육연맹)에 국내 의대현황을 보고할 때 의대인정평가를 받지 않은 대학을 제외하겠다”, “평가인증을 받은 대학 졸업자로만 국가면허시험 응시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으로 서남의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카드를 내밀어도 서남의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편집자주]

서남의대가 인정평가를 계속 거부하면 가장 큰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학교 이미지 실추로 인한 외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대학병원 인턴이나 레지던트에 지원할 때도 손해를 볼 수 있다. 의평원이 의대인정평가를 통과한 대학 졸업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남의대가 평가를 거부한 사실이 국제 의대인정평가기구에 보고돼 학생들이 국제기구로 진로를 정할 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앞으로는 의평원 인증 없이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받을 수 없어 학생들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감수해야 한다.

서남의대의 현주소에 대해 재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학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접하고 졸업 후 미래를 우려하고 있었다. 이에 몇몇 학생들에게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역시나 학교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었다.

“관련 기사를 접할 때마다 공부가 손에 안 잡혀요. 수능을 다시 봐서 다른 대학에 가야하나,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나는 생각마저 듭니다. 최근에는 ‘여기 오지 말고 서울대 자연과학부 같은데 가서 공부하다가 나중에 의전원 갈 걸’ 하는 후회도 돼요. 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막상 와서 보니 다 같은 의대가 아닌 것 같아요. 오로지 의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지방 의대라도 온 건데, 힘들게 공부하고 나와서도 차별받고….”

“요즘은 부실의대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던데. 우리나라 안에서만 그런 것도 심각하나 WHO에 우리학교가 적합하지 않은 의료기관으로 낙인찍는 건 아닌지 걱정돼요. 국제기구에서 일할까 싶은 생각도 있는데, 불이익을 당한다는 생각에 억울해요.”

이 문제에 대해 학교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어 답답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무래도 지방 소도시에 있는 학교여서 교수 초빙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러나 학교에서 조금 더 노력을 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데 학교가 이점에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풀 수 있는 사안도 많은데 놓치는 것 같아요. 매번 국시에 100% 합격하고 있다는 것만 강조하는데 구체적으로 인정평가를 언제까지는 받을 것이다,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등을 밝혀줬으면 좋겠어요.”

반면 관심이 없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또 학교의 사정과 상관없이 공부를 열심히 해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유급도 많이 주고, 학교 수업 스케줄이 빡빡한 편이예요. 모두들 실력 하나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자세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학교 사정과 환경이 열악하다고 해서, 학생들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잖아요. 얼마나 열심히 하고 인정받느냐가 중요한 거죠.”

“선배들 중에는 서러움을 느꼈다는 분도 계시고, 괜찮다는 분도 계셔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개인 차가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신설의대가 서남만 있는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학교를 없앤다느니 하는 건 너무 시기상조이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재단 사정이 좋아지고 시간이 흘러 역사가 쌓이면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저희 학교가 조금 늦는 것뿐이지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닙니다.”

이외에도 의평원이 학생들 입장과 학교 사정을 배려해 다른 제안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평원과 서남의대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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