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정 앞둔 4강병원 수장들 비전과 고민
2009.04.03 22:40 댓글쓰기
[기획 5]

"대한민국 의료 패러다임 바꾼다"

경쟁 상대인 삼성서울병원의 암센터 성공을 지켜보며 절치부심(切齒腐心)한 서울아산병원의 각오는 남다르다.

서울아산병원은 오는 4월 삼성에 필적할 암센터는 물론 메이저 질병을 중심으로 5개 병원을 오픈하고 병원계 맹주의 자리를 확고히 한다는 각오다.

특히 기존 진료시스템과 전혀 다른 '통합진료'를 전면 도입, 선진국형 진료를 선보여 대한민국 진료 패러다임 변혁을 이끈다는 포부다.

이정신 서울아산병원장은 "통합진료가 전면 도입될 경우 병원에서는 각 진료과가 타파되고 환자 질병 중심으로 의사들이 헤쳐모여식 진료를 하게 돼 환자들은 정말 필요한 진료만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내과, 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통합진료실에 모여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면서 협의를 통해 치료방침을 모색하는 진료실 풍경을 연출하게 된다.

병원은 이러한 통합진료를 암센터, 소화기병원, 심장병원, 당뇨뇌신경병원 등 5개 메이저 질환 병원에 적용, 적군들과의 차별화 전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정신 원장은 "이 같은 진료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지난 6년간 준비해 왔다"며 "철저히 환자 중심의 진료 시스템인 만큼 반응도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적인 ‘공룡병원’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앞만 보고 달려 양적 팽창을 해오면서 불가피하게 겪은 잘못한 점들을 반성하겠다”며 “의료의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20년 도약을 위한 원년의 해로 맞아 철저한 준비를 하겠다”며 “올해 말경 병원이 시행하는 일들을 통해 전혀 다른 모습이 되도록 각오를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No 1 위한 업그레이드 전략 "

암센터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는 삼성서울병원은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다. 전투에서 선공(先攻)의 중요성을 알기에 이 기세를 몰아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각오다.

최한용 원장은 "2009년에는 직원들 만족도를 더욱 높이고, 병원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전략 실현에 나설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그래서인지 해야 할 일도 많고, 발로 뛰어다녀야 할 곳도 많다. 단, 서두르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확신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선 삼성서울병원은 해외 환자 유치를 비롯해 병원 수익 창출 통로에 초점을 맞췄다.

최한용 원장은 "지금도 상당수 대학병원에는 중국이나 러시아 부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들을 환자로 유입시켜 특실이나 1인실 등을 이용, 효율적인 시선에서 수입 다각화를 꾀하기 위한 발상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세부적인 계획을 살펴보면 러시아, 중국, 동남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에 초점을 맞추고, 치료 성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암 등의 중증 질환을 타깃으로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앞서 삼성서울병원은 센터 중심의 진료체계 변화를 감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센터 중심의 변화는 이러한 면을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최한용 원장은 "향후 센터별 외래 공간이 확립되면 심장혈관센터, 장기이식센터, 뇌신경센터, 알레르기센터, 인공광절센터, 척추센터, 소아청소년치료센터 등이 암센터의 바통을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별 협진 외에도 삼성서울병원은 중증 질환의 집중 치료 시설인 중환자실 병상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암센터의 40병상과 함께 기존 본원 48병상에 20병상을 추가, 총 108병상의 중환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최 원장은 "중환자실 병상이 연간 1억대의 적자를 낳고 있지만 종합병원의 중증질환 치료 의무를 실현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승리를 위한 비책 마련"

새 병원 개원으로 비상(飛上)을 꿈꾸고 있는 강남성모병원 남궁성은 의무원장은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표출했다.

녹록찮은 의료계 환경에다 만만찮은 적수와의 전쟁인 만큼 3임째 가톨릭의료원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남궁성은 의무원장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민이다. 가톨릭의료원 산하 8개 부속병원은 물론 전국의 가톨릭 계열 병원을 서울성모병원으로 집중시킬 계획이다. 한 마디로 올인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전투에 '올인'을 선언한 남궁성은 의무원장은 승리를 위한 비책 마련을 위해 우수 의료진을 영입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가톨릭의료원은 최근 오랜 설득 끝에 암 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미국 뉴욕의대 혈액종양내과 전후근 교수를 영입했다.

이 외에도 서울아산병원과 아주대병원의 일부 교수들도 가톨릭행을 결정했으며 현재 상당수 해외파 의료진 영입도 추진중이다.

남궁성은 원장은 "다른 것 없다. 무조건 환자들이 제일 먼저 반기고 제일 많이 만족했으면 좋겠다. 돈만 버는 병원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장 먼저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의료진들이 뛰어난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병원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남궁성은 원장은 그 동안 협소한 공간과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던 시설 및 교육 부분의 지원을 이번 서울성모병원 개원을 계기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는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의료진들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은 아무리 시설이 훌륭하고 친절한 병원이라고 해도 진료의 수준이 높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게 남궁성은 원장이 이번 전투에 나서는 각오다.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

"새롭게 변화하고 도약하라는 지상명령을 받고 이 자리에 섰다. 그 방안을 찾아내고 실현시키는게 바로 내 임무다"

두산건설 박용현 회장의 특명을 받고 지난 2월 부임한 중앙대학교 하권익 의료원장은 사생결단(死生決斷)의 각오로 이번 전투에 임할 태세다.

실제 하권익 원장은 "이순신 장군의 말씀대로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의 각오가 필요한 때"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는 출정을 앞두고 "변화에 두려움을 느껴 좌절하거나 저항하고 변화에 따르는 고통과 손실이 두렵다면 낙오자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자"며 내부 직원에게 비장함을 요구했다.

변화가 필요할 때 살아 남으려면 빠른 시간에 ‘확' 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하권익 원장은 "권위주의, 이기주의, 게으름, 내부의 불만, 지연과 학연의 사고방식, 무책임, 낭비 등은 변화에 장벽을 가져오기 때문에 모두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대의료원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으며 하 원장의 개혁 드라이브가 이미 시작됐음을 알렸다.

신청 대상자들은 20년 이상 근속에 퇴직을 10년 미만 앞둔 직원들로, 이들에 대해서는 퇴직 후 5년간 연봉의 50%를 지급하고 그 이후 기간에는 연봉의 25%를 지속적으로 지급할 방침이다.

‘변화가 필요할 때 살아 남으려면 빠른 시간에 변해야 한다’는 하권익 원장의 경영 철학이 중대의료원에 적용되기 시작된 것.

하권익 원장은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좀처럼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대의료원에 새바람이 불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하권익 원장은 ‘빅5’에 진입을 목표로 제시하며 “이는 다만 우선 목표일뿐 최종 목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앙대의료원이 빠른 시일 안에 빅5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 목표"라며 "이어 종국에는 국내 선두병원에 이를 수 있도록 임기 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9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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