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下]인정사정 없는 교수 스카웃 전쟁
2009.02.02 21:50 댓글쓰기
대한민국 병원계가 기축년 정초부터 의료진 영입 전쟁으로 술렁이고 있다. 새학기를 앞둔 각 의대와 병원들이 스타급 교수는 물론 유망주 영입에까지 열을 올리며 국내 병원계는 지금 그야말로 스토브리그 열기가 한창이다. 사실 매년 이맘 때면 의례 의사들의 스토브리그가 형성되기는 했지만 올해는 그 규모와 형태가 과히 파격적이다. 때문에 스카웃 전쟁에서 승전보를 울린 병원들이야 승자의 웃음을 짓고 있지만 우수 의료진 이탈을 막지 못한 병원들로서는 쓰라린 속을 달랠 길 없어 한 숨만 내쉬고 있다.[편집자주]

[上] 뺏기고 빼앗고…병원계 스토브리그 '후끈'

벙어리 냉가슴, 그 누가 아랴?

2009년 의사 인력시장 스토브리그의 특징은 예년과는 달리 하위병원에서 상위병원으로의 '점프' 형태가 아닌 '하강'이나 동급병원 간 이동으로 귀결된다.

때문에 그동안 우수 인력 확보에 쾌재를 부르던 대형병원들 조차 중견병원들이 겪었던 인력 누수에 대한 수모와 고통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진 이탈의 쓴 맛을 보고 있는 대표적인 병원은 바로 국내 최대 의료기관인 서울아산병원.

재벌 재단의 든든한 후원을 업고 개원 후 급성장하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위치에 오른 서울아산병원도 치열해진 스카웃 전쟁에서 적잖은 출혈을 경험해야 했다.

지난 2007년 아산이 낳은 세계적인 심장 스타인 송명근 교수가 건국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올해 초 '김원동'이란 또 한 명의 스타급 교수도 같은 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및 폐결핵 분야의 국내 대가로 꼽히는 김원동 교수는 울산의대 학장을 역임한 인물인 만큼 상징성 면에서도 서울아산병원의 쓰라림을 배가시키기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세계 최고의 간 치료 대가인 이승규 교수 이적설까지 제기되면서 바싹 긴장했지만 다행히 불발로 귀결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시니어급 교수 외에 서울아산병원의 주니어급 스텝 이탈도 심각한 상황이다.

심장내과 홍명기 교수가 올해 초 세브란스행을 확정지은데 이어 가톨릭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교수도 2~3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병원 역시 대표적인 스타급 교수 두 명을 건국대병원에 빼앗기며 한 숨을 내 쉬어야 했다.

지난해 8월 전임 원장이자 국내 유방암 수술의 대가로 꼽히는 백남선 박사를 보내야 했던 원자력병원은 3개월 후인 11월 대장암 권위자인 황대용 박사마저 건대병원에 내어 주고 말았다.

대형병원의 의료진 이탈은 비단 서울아산병원과 원자력병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서울대병원은 물론 고대안암병원, 이대목동병원 등도 최근 스타급 교수부터 중견급 교수까지 타병원행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끝나지 않은 스카웃 전쟁

의료계의 지축을 흔들고 있는 의사 인력시장의 스토브리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병원들의 눈치작전 역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두산그룹 인수 이후 '빅5 대열 합류'를 선언한 중대의료원과 '새병원 새역사'를 강조하는 가톨릭의료원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중대의료원의 경우 신임 하권익 원장이 지휘봉을 쥐면서 대대적인 개혁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병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 의료진 영입에 열을 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하권익 원장은 취임 전부터 중대의료원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보완책 마련을 위해 외부 의료진 영입 등 다각적인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의대 동창회장을 역임한 만큼 하 원장의 두터운 인맥을 통해 서울대병원 교수들 영입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새병원 오픈에 맞춰 외부에서 60~70명의 의료진을 영입한 가톨릭의료원 역시 새역사 창조를 위해 우수 인재 영입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남궁성은 의무원장은 "최고의 병원을 만들기 위해 우수 의료진 영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젊은 피 수혈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스타급 교수의 블랙홀'로 불리는 건국대병원도 다른 병원들에게는 경계 대상이다.

최근 2년 동안 걸출한 스타급 교수의 잇단 영입에 성공한 건국대병원은 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의료진 영입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재도약을 노리는 경희의료원과, 가속도를 내고 싶은 고대의료원,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승격한 일산백병원 등도 호시탐탐 스타급 교수 영입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특히 의대 명예교수 추대에 있어 대학 자율적으로 재직기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가진 의대들의 교수초빙이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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