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급여개념 아님' vs MD기초교수들 '월급'
2009.03.20 11:37 댓글쓰기
[기획 下]경희대학교와 의·치·한의대 MD기초교수들 간 갈등은 대학이 지난 3월9일 긴급회의에서 ‘연구비 명목으로 받아온 금액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거론하면서 불거졌다. 의료원이 급여처럼 지급해온 금액을 대학이 부담하기로 하면서 지급 명목의 성격을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기초교수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대학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학 "그동안 급여처럼 지급됐지만 사실 급여 아니다"

대학측은 이 금액에 대해, 그동안 연구비 개념으로 지급됐지만 실제로는 연구 성과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이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30년 장기간, 월급처럼 지급됐지만 사실상 월급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학 의무부총장 거버넌스 관계자는 “기초교수들은 이를 급여로 인식하고 있지만, 지급하는 쪽은 연구비로 인식하고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이를 푸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결정내린 것이 없는데, 기초교수들은 받는 금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기초교수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은 기초교수들과 대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교수들 "30년간 당연히 월급처럼 받았으므로 월급"

이번 논의에 대해, 기초교수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반응이다. 그동안 급여로 알고 받아온 돈이 사실은 연구비에 대한 지급이었으니, 이제는 연구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의대 19명, 치대 7명, 한의대 25명 등 총 51명의 해당 MD기초교수들은 지난 9일 긴급회의에서 이 모든 논의가 거론된데 대해, 5명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17일 대책회의를 가졌다.

기초교수 급여문제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로스쿨 변호사들도 대학 와서 교수할 때, 월급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학이 여러 항목으로 급여를 맞춰준다”면서 면허에 대한 인정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랜 기간 급여라고 판단하고 있던 걸, 30년이 지나 성격을 변경시키니 당황스럽다”면서 “일반기업에서도 기존 급여였던 부분을 인센티브화하면, 기존 금액보다 못 받는 사람이 분명히 생긴다”고 우려했다.

그는 “만약 급여가 아닌 연구비였다면, 왜 그동안 연구 잘하는 분에게 더 주지 않고 모두에게 같이 줬냐”면서 “일정기간 일정금액을 지급했으니 이는 노동법 해석상으로도 급여가 아닌가”라고 했다.

기초교수, 퇴직금 소송 내기도

기초교수들은 관례적으로 이 금액을 급여로 판단해왔다. 실제 모 기초교수가 퇴직금을 산정하면서 경희의료원에 그동안의 연구수당에 대한 퇴직금 지급 소송을 낸 적도 있었다. 이에 노동부 근로조건지도과 관계자는 19일 "면허에 대한 자격수당은 통상임금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이는 퇴직금 산정에도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는 통상임금에 대해,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2조 6호에서는 평균임금의 산정에 대해 이전 3개월 동안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총일수로 나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초교수 급여문제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피고용인 신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긴다고 해도 서로 감정만 상하므로, 대학이 알아서 잘 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학 "연구 많이 하자" vs 교수 "학교가 연구소냐"

최근 교수 승진기준에서도 연구실적을 대폭 강화한 경희대는 ‘연구만이 살 길’이라며 그동안 아무 대가없이 지급하던 것을 연구에 대한 수당으로 바꿔, 연구실적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기초교수들은 “연구를 그렇게 할 거면, 우리가 왜 학교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마저 든다”고 고개를 젓고 있다.

지난 18일 대학은 “의무부총장과 기초교수들이 논의과정을 거쳐, 대화로 해결하자”며 공식자리를 마련했지만 무산됐다. 기초교수들은 "대학 제의는 일방적일 수밖에 없어 논의란 게 이뤄질 수 없다"며 “기존 의료원이 지급했듯이 대학도 급여성격으로 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한동안 대학과 교수들 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동안 기초교수 면허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경희의료원이 지급한 연구비는 지난해 기준 정교수 1인당 약4500만원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