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전문직 자율징계권은 어떻게 운영
2008.07.06 21:40 댓글쓰기
[기획 4]불미스런 일이 발생해도 이렇다 할 징계가 불가능한 의료계. 타 전문직 단체들은 소속 회원들이 규율을 위반해 조직의 질서를 문란케 하고 사회적 인식을 나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 어떤 징계 절차를 밟을까. 대한의사협회와 같이 법에 단체조직을 설립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전문직 단체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세무사 등이 있다. 이들의 내부 징계 절차를 짚어봤다.[편집자주]

전문가의 직업 활동은 생계유지를 위한 것임과 동시에 그 분야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가진다.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 단체는 부정이나 부당 행위를 한 사람이 재범하지 않도록 제재를 가하는 자율징계권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세무사들은 관련 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징계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단체 내 징계위원회가 존재하는 곳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유일하다. 변협 징계위원회에서는 변호사들의 면허를 박탈하는 제명처분 등 중징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자율징계권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협회內 징계위원회는 변호사가 유일

변협은 1952년 창립총회에서 중앙회가 설립, 현재 8900여 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다. 이들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협회는 지난 1993년 변호사법 일부 개정을 통해 협회 내 징계위원회를 설립, 징계권을 발효했다. 이때부터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변협징계위원회와 법무부징계위원회로 이원화 구조를 취하고 있다.

1993년 초기에는 변협에서 변호사법 위반, 회칙위반, 품위손상 위반 사항 등 일부 징계만 할 수 있었고 공소제기돼 징계회부 된 사건은 법무부에서 징계했다. 즉, 변협징계위원회는 부분적인 징계만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다 1996년 이후 변호사 징계에 관한 모든 사항에 대해 변협은 전체이양 권한을 받아 지금까지 징계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변협에서 내린 징계는 몇 건이나 될까. 변협이 집계한 변호사 징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1993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421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 중 제명은 10명으로 2.4%이며, 영구제명 처분을 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징계조치 대부분은 과태료나 정직, 견책 등 경징계 처분이다. 대략 1년에 30건의 징계를 처리한 셈이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변호사 징계 현황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7년 7월까지 변호사를 상대로 한 진정은 1973건 접수됐지만 변협이 실제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이 중 6%에 불과한 118건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변협의 징계 조치는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이상민 의원은 “변호사 징계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한 것은 변협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 때문”이라며 “법률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선 소비자들이 변호사 징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변협측은 징계건수가 적은 것은 불복할 수 있는 길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변호사 징계 절차는 4심 구조로 돼 있다. 변협에서 징계사건을 심의, 의결, 집행해 결정한 후 이의가 있을 경우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 징계결정에 대해서도 이의가 있으면 추가적으로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행정법원 판결에도 불복할 시에는 대법원에 즉시항고까지 가능해 사실상 4심 구조다.

변협 관계자는 “협회에서 징계를 강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불복할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길이 많다”며 “기각처리해도 불복제도가 많아서 실제로 징계 받는 것은 휠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변협 이외에 다른 전문가 단체는 어떤 식으로 징계절차가 이뤄질까. 공인회계사의 경우 금융위원회에서 징계조치를 내린다. 다만 회원 직무정지 및 견책은 금융위에서 위탁받아 행하고, 견책 사유는 직무상 부실 수행할 경우가 가장 많으며 보통 1년에 20여건이 발생한다.

법무사의 경우에는 지방법원산하에 법무사징계위원회가 설립돼 있으며 법무사협회에는 회원징계에 관한 권한이 없다. 세무사의 경우는 기획재정부에서 징계조치를 내리며 세무사회에서는 사회봉사명령, 회원정지 등 경징계는 내리나 중징계에 대한 권한은 없다.

의료계, 자율징계권 획득을 위해서는

변협은 소속 회원에 대한 실질적인 징계처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만큼 파워가 막강하다. 1952년 중앙회가 창립된 이후 국회의 입법활동으로 1993년 협회 내 징계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처음 일부 이양을 한 변협은 지속적인 입법활동으로 결국 3년 뒤인 1996년 전부이양을 통해 변호사 징계권을 현실화했다.

의사협회가 자율징계권을 갖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각 사안에 따른 일부 이양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 후 전부이양을 통해 의협의 위상을 제고하고 회원들의 참여도를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변협도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솜방망이 처분’,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변협 관계자는 “여러 구제 방안이 있어 처음 변협에서 내려진 징계보다 수위가 낮지만 이는 공정성이 담보돼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구제 방안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도 공정성이 담보된 자율징계권이 행사돼야 의사협회 위상 제고는 물론 회원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징계권이 그들만의 징계로 끝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 이런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의협은 징계위원회의 운영, 구성 등 여러 사항에 대해 다각도로 모색해 봐야 할 것이며 특히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전심전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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