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하는 중소병원 인식 바뀌어야'
2008.10.08 02:56 댓글쓰기
“레지던트 중도포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수련 환경과 전공 과목의 비전, 정보 부족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승진 회장은 갈수록 늘어가는 전공의 중도포기율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의과대학생 시절은 면허를 취득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기쁠 때”라며 “막상 레지던트가 되고 나면 이 같은 기대감이 무너지는 동시에 고민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 때 꿈꾸던 생활과는 많이 달라 당황하는 수련의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 같은 실망감의 원인은 다름 아닌 수련 환경 때문. 특히나 중소병원의 경우 레지던트를 피교육생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근로자로 생각해 터무니없이 많은 노동을 시킨다는 입장이다.

그는 “중소병원의 경우에는 과장 비서 역할까지 도맡아서 하는 전공의들도 있다”며 “때문에 정말로 ‘사표’를 낼 수밖에 없는 레지던트들은 대부분 수련 환경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피력했다.

정 회장은 “2차 병원일수록 전공의들을 경영논리로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근로자라고 생각하려면 엄격하게 근로 시간을 지키든지, 시간 외 근무수당을 주는 것이 맞지 않겠냐. 교육을 받기위해 이 모든 것들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물론 레지던트가 그만 두면 중소병원 피해를 많이 본다고 하지만 일차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같은 레지던트 선후배”이라며 “4명이서 하는 일을 2명이 하다보면 의료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가중된 일을 견디지 못하고 또 그만두게 되는 전공의가 생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출신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서 수련을 하는 전공의의 경우 그 학교병원의 텃새 등으로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종종 폭력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정승진 회장은 “오죽하면 레지던트 중도포기를 하겠느냐. 레지던트를 중도에 포기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결정”이라며 “때문에 막상 ‘사표’를 던지는 수련의들은 선후배와의 관계 등 개인적인 문제를 견디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열악한 수련 환경에서 고생하는 이들을 탓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후배들은 수련 환경 및 전공과목의 비전 등 모든 것들을 따져보고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며 “자리가 있다는 말만 듣고 무작정 지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객관적 평가시스템 구축…이동수련 적극 홍보

그렇다면 이런 현실에 대한 대책이 있을까? 정승진 회장은 이 문제가 10년이 넘게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개선되는 사항이 없어 답답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특정과에 대한 레지던트 지원율 하락 및 중도포기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의료계의 큰 숙제이다.

이에 정승진 회장은 “우선적으로 각 대형병원 및 중소병원의 수련 환경을 평가, 수련의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결여된 병원은 수련병원에서 탈락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병원협회 신임평가기관에 전공의 관련된 항목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신임평가기관에 전공의가 수련병원들을 직접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복지부가 병원측의 입장만을 듣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그는 “신임평가기관이 태생적으로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수련의에 대한 평가만을 담당하는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객관적인 평가를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이어 “이 같은 사항들을 병원협회 및 보건복지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라며 “아직까지 병원 및 정부에서 대전협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아 지속적으로 건의를 하는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와 함께 대전협은 ‘이동 수련’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며 의과대학 학생들과 연계, 수련병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료를 올 12월 안에 제작, 배포할 예정이다.

정승진 회장은 “수련 환경이 열악할 경우 다른 병원으로 이동시켜주는 이동 수련 제도를 잘 활용하면 중도 포기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기시간이 길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내는 전공의들도 있지만 실제적으로 ‘이동 수련’에 대해 알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현재 수련 생활이 너무 고달퍼 포기를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이용하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7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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