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뒤 국내 대학병원들은 뭘 먹고 살까
2005.09.02 22:41 댓글쓰기
급변하는 의료환경. 각 대학병원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환자중심의 고객만족 서비스'를 모토로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은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글로벌화를 외치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대 대학병원들의 대형화 추세와 디지털화는 이미 일반화 된지 오래다. 반면, 소위 '빅5'를 제외한 병원들 중 '망하는 병원'이 나올 것이란 추측도 대두되는 등 과열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도 현실이다. 즉, 기형적인 의료수가체계를 기반으로 한 국내 의료계에서 과연 이들이 어떻게 생존해 나갈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데일리메디가 창간 5주년을 맞아 국내 대학병원들의 현 상황과 전망을 진단해 봤다.[편집자주]


上 : 대학병원도 ‘양극화 시대’ 도래
中 : 병원 디지털화, “기기는 첨단 사람은 구식”
下 : 10년 뒤 국내 대학병원은 뭘 먹고살까


10년 뒤 대한민국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요즘 국가경제의 화두다.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 병원들에게 이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의원과 종소병원급을 중심으로 한 중국과 베트남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고 대형병원들 역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러나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소위 잘나간다는 특정과를 제외하고는 해외에서 국내 병원들이 살아남기에는 아직 위험 부담이 큰 형편이다.

그렇다면 10년 뒤 국내 병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니, 보다 넓은 시장을 향해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가 필요할까.

"떠오르는 보고(寶庫) '임상시장'을 잡아라"

국내 의료계의 떠오르고 있는 화두는 바로 '임상시험'이다. AAHRPP 보고에 따르면 도합 2조82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과 호주의 임상시장이 점차 아시아로 이전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선진국과 큰 수준 차이가 없으면서도 비교적 저렴한 비용이 드는 아시아로 눈을 돌렸기 때문. 그러나 아직 국내의 임상시험은 750억원(다국적 임상시험은 64건)대에 그치고 있어 향후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임상시험 유치는 곧 병원 진료수준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저수가 정책에 대형병원들마저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 연구비 자체가 큰 수익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의료원 등은 각각 100억원 대에 이르는 예산을 투자, 임상시험센터 확충 방안을 내놓으며 이미 소리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복지부도 오는 2010년까지는 국내 임상시험 인프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며 각종 연구용역과 지원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와관련, 박용현 보건산업진흥과장은 "현재 연간 30억원 정도를 예산으로 책정하고 있지만 이를 100억원 정도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요 대학병원 6개소에 지정돼 있는 임상시험센터를 향후 15개소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청사진만을 믿고 따라가다가는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결국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임을 지적한다. 의료시장 개방과 더불어 국제 표준화에 부합하는 수준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시급한 문제라는 주장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결국 뒤쳐진다"

지난 1981년 병원 표준화 심사제도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이는 나름대로 병원들의 질적 향상을 이끌어 내는데 크게 이바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관 사회단체나 민간자율기구가 신임하는 외국과 달리, 병원협회와 의사협회 등이 신임주체가 되는 우리나라의 제도는 그 공신력 자체를 의심받고 있다.

이는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 국내 병원들이 외국병원들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큰 단점으로 작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병원들과의 경쟁은 그렇다 치더라도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국제 표준화에 부합하는 인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첫 스타트는 삼성서울병원이 끊었다. 2007년 암센터 건립으로 '아시아 최고병원'을 꿈꾸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미국 의료기관평가합동위원회(JCAHO)와 임상시험실시기관인증협회(AAHRPP)의 국제인증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해외진출을 염두한 병원의 장기적인 포석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이 같은 국제 인증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즉,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병원 심사제도나 의료기관평가만으로는 국제적 신뢰도가 부족, 임상시험이나 환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의료기획팀장 권영대 교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서비스와 임상수준을 갖췄다 하더라도 그를 어떻게 인정받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며 "타 병원 역시 이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정책 공급자 측면서 개선돼야…기부문화 활성화 기대

하지만 병원들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획일적인 현행 의료수가체계와 병원의 영리법인 금지 조치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국내 병원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의 한 목소리다.

병원에서 번 돈은 전액 의료시설에 재투자해야 하고 수익을 내는 부대사업도 금지돼 있는 마당에 병원들이 외부 투자를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

서울의대 의료정책연구실장 허대석 교수는 "우리나라 의학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데 진료비는 10~100배 차이가 난다"며 "국민과 정부가 의료를 바라보는 이중 잣대부터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권리와 책임사이에 균형이 이루어지지 못한 현 우리나라의 보험수가체계는 병원으로 하여금 인력·장비 등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소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는 식의 인식을 자리잡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같은 정책 변환이 단기간 내에 이뤄질 일이 아닌 만큼 의료기관에 대한 '기부 문화'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대되고 있다.

흔히 하는 말로 "기부금이 아니고서는 돈 나올 구석이 없다"는 현실에서 나온 씁쓸한 자구책이다.

삼성서울병원 권영대 교수는 "아무리 의료기관이 영리법인화 된다 해도 공익성을 기조로 한 병원이 수익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며 "의료기관에 대한 기부문화를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활성화 방안 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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