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병원사업 진출 '패러다임' 변화
의과대학·부속병원 완전체 설립→전문병원 등 전략적 인수
2016.10.18 12:55 댓글쓰기

기업들의 병원사업 진출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과거 현대·삼성·두산·한진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등 완전체 형태로 의료사업에 나섰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특화된 전문병원과 기존 운영 의료기관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변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바스기념병원 인수전이다. 늘푸른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보바스기념병원이 매물로 등장하자 사업 확장 및 다각화를 모색 중인 병원과 기업 다수가 적극적인 입찰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병원보다 기업들의 관심이 더 뜨거웠다. 예비입찰에서 롯데호텔, 한국야쿠르트, 호반건설, 보성그룹, 양지병원, 부민병원 등 12곳이 참여했고, 본입찰에는 롯데호텔과 한국야쿠르트 등 총 4곳으로 압축됐다.


당초 참여의지를 내비쳤던 병원들이 자금조달능력 등의 이유로 입찰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롯데그룹과 한국야쿠르트 두 기업 간 경쟁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80~90년대 의과대학·부속병원은 기본 
 
병원사업에 진출한 대표 선두 기업은 단연, 현대와 삼성이다.
 

현대그룹은 1977년 故 정주영 회장이 현대건설 창립 3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사재를 출연해 공익재단법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해 의료사업에 손을 뻗었다.


농어촌 의료취약지역에 현대식 시설과 장비 갖춘 종합병원을 세운다는 목표 하에 1978년 전북정읍아산병원, 1989년 서울아산병원, 1996년 강릉아산병원 등 산하 병원들을 잇따라 설립했다. 1987년에는 울산대학교 의예과 허가를 획득했다.
 
삼성그룹은 1982년 삼성생명공익재단(前 동방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해 삼성의료원을 개설했다.

1994년 삼성서울병원, 2010년 삼성창원병원을 개원했고, 강북삼성병원은 1994년 삼성의료원으로 편입돼 1995년 현 명칭으로 변경됐다.
 

1980, 1990년대 국내 재계서열 2위를 지켜왔던 대우그룹도 병원 진출의 선두그룹에 속한다.

1977년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당시 대우실업 사장)은 사재를 출연해 대우학원을 설립, 아주대학교를 인수했다. 이어 아주대는 1987년 의과대학 설립을 인가받았으며 1994년 아주대병원을 개원했다.

올해 기준 국내 재계순위 15위 한진그룹은 비영리법인 정석인하학원을 통해 1984년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신설을 승인받은데 이어 1996년 인천 지역에 인하대병원을 개원했다.


재계순위 16위인 두산그룹은 지난 2008년 중앙대학교를 전격 인수해 중앙대학교와 중앙대병원의 주인이 됐다.


규모 보다 내실 기하면서 특성화 전략 모색
 

헬스케어 사업이 주목되고 있는 만큼, 주요 기업들의 의료분야 진출 및 사업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과거처럼 지역 및 대학에 없던 ‘무형의 존재’ 의예과 및 부속병원을 신설하는 게 아니라 이미 외형을 갖추고 투자 가치가 검증된 의료기관과 보다 특성화된 전문병원을 매입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번 보바스병원 인수전에 가장 적극적인 롯데호텔과 한국야쿠르트 두 기업 모두 ‘사회적 책임’, ‘사회 공헌’ 등을 주요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지만 실버산업 선점, 의료사업 강화 등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한국야쿠르트는 헬스케어 사업을 거듭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야쿠르트는 2008년 자회사로 소화기전문병원 비에비스나무병원을 개원한 데 이어 지난 2011년 의료기기전문업체 큐렉소를 인수한 바 있다.


롯데호텔도 몇 년 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실버사업 TF를 구성해 전략을 모색해왔으며 이번 인수를 통해 노인요양시설과 어린이재활병원시설을 활용한 사회공헌 사업 확대 및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기업들의 달라진 접근 방식을 두고 제도적 한계에 따른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헬스케어 분야 신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고 융복합 시도도 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의대 신설은 물론 병원 설립에 관한 법 제도가 복잡하다보니 진입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성을 고려한 '전략적 투자'에 더 가깝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의료전문 경영컨설팅 회사 대표 K씨는 “최근 병원사업은 과거 기업들의 의료사업 진출과는 다른 양상”이라며 "사업영역 확장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 삼성의 첫 행보를 생각하면 수익보다는 의료접근성 강화, 사회 공헌 측면에 더 가까웠다. 인재 양성, 의학 연구 투자 등에도 의미가 컸지만 최근 기업들의 병원산업 진출은 약간 다른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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