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안심할 수 없는 이유 두가지'
조경환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2015.10.11 20:00 댓글쓰기

지난 초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소식이 최근에는 잠잠하다. 국정감사장에서 메르스 대처에 대한 비난들이 들릴 뿐이다.

 

우리나라는 서양의학이 들어온 이후 현대적 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지대했다. 의사들은 존경을 받았고, 허리 굽은 촌로(村老)부터 강남 부유층까지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 만족하며 고마워했다.

 

그런데 병을 치료하려고 찾았던 병원에서 이름도 생소한, 낯선 병에 감염되고 사망에 이르게 되다니. 다행히 10여 일전 메르스 마지막 환자가 퇴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안심해도 되는가.

 

불행하게도 대답은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메르스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의료인들은 ‘올 것이 왔다’고 판단한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병원에서는 각종 바이러스감염, 폐렴, 결핵 같은 병들이 옮겨지고 있었다.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잊을만하면 병원에서 감염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할 것이다.

 

필자는 그 이유로 두 가지만 간단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의료보험수가를 틀어쥔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행정적 횡포다.

 

먼저 감염전문관리료 지급규정에 따르면 병원에서의 감염병 전염을 막기 위한 관리료를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에서 감염내과·소아과 전문의가 상근할 경우에만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폐렴 등 감염병 입원 환자 1명에 한해,30일 입원 기간 동안 1회만 청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최대 수가는 고작 4410원에 머무르고 있다.

 

마스크 가격도 안 되는 감염관리료와 손세척제, 알코올 솜 가격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가를 보고 있으면 질문과 항의 문구가 머릿속을 꽉 채운다.

 

감염관리료를 감염내과 및 소아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만 지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원급이나 중환자실 없는 작은 병원에서는 감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두 번째로 일차의료시스템 강화를 위한 지원과 정책 부족이다.

 

일차의료시스템 즉, 개원의사와 동네의원은 왜 필요한가. 일차의료는 환자들의 접근성과 편의를 위해 지역적으로 분산해놓은 의료시설이고 의료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분해놓은 시설이다.

 

이러한 일차의료시스템에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정책적 조치가 있었는지, 의료보험 수가는 과연 있는지 관계당국은 반성해야 한다.

 

앞으로도 일차의료 수준에서 감염병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메르스가 우리 국민을 괴롭힐 것은 자명하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자랑스럽다고 자부해왔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리고 보건복지부 대답은 무엇인가.

 

의료인들이 우리나라 의료의 문제를 제기할 때 의료수가 현실화를 저지하며 의료비 높다고 부르짖던 비의료전문가들 모임인 시민단체들은 과연 지금 어디 숨어있나.

 

국가의료시스템 운용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일차의료붕괴와 감염병 예방정책 미비로 인해 희생된 이번 메르스 사태의 희생자들에게 깊이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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