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 없이도 제공 가능 '건강관리서비스'
정부, 투자활성화 일환 적극 추진···의료계·야당·시민단체 “정책 방향 잘못”
2016.02.19 12:15 댓글쓰기

정부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헬스케어 산업 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한다. 건강관리서비스 산업이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가이드라인을 통해 명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의료인의 역할로 인식돼 온 질병 예방과 사후관리를 서비스 영역으로 분류했다. 추진 방식 또한 논란을 낳았던 가이드라인이어서 논의 과정에서의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7일 개최된 박근혜 대통령 주재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스포츠 산업 및 공유경제, 헬스케어 산업, 대학 해외진출 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활성화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헬스케어 산업 육성책의 핵심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마련이다.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한 정의와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지 않아 민간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정의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 유지·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악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생활습관 개선 및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적극적·예방적 서비스.

 

질병에 대한 예방-진단-처방-사후 관리 중 예방과 사후관리를 건강관리서비스 영역으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관의 진단·처방을 토대로 한 사후관리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생활습관정보 축적관리 및 이를 활용한 서비스 맞춤형 영양·식단·운동 프로그램 등 설계 금연·절주 등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상담 및 관련 용품 제공 등이다.

 

1990년대 중반 의료비가 급증하자 전문적 건강관리회사가 설립되며 시장이 급성장한 미국, Alere 등 글로벌 건강관리서비스기업이 존재하는 호주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 세부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상반기 내에 이해관계자 협의와 연구용역을 실시한다.

 

서비스 유형과 사례를 상세하고 다양하게 제시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명확성과 혼선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더불어 정부는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칭하는 그레이존해소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올 상반기 내 마련할 계획이다.

 

바이오와 ICT 등 신기술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규제의 틀에 맞지 않는 의료서비스가 등장, 허용범위, 규제적용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의료기기 해당여부 및 등급, 규제 적용여부 등을 민원인에게 회신하는 의료기기 분야처럼 신기술융복합 등으로 인해 법령·지침 등의 공백이 있거나 현행 규정 적용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등에 대해 신속하게 알리겠다는 구상이다.

 

그 외 정부는 유전자 검사기관이 의료기관 의뢰 없이도 예방 목적의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데 따른 유전자 검사 세부기준을 마련한다.

 

생명윤리법 시행시기에 맞춰 유전자 검사기관에 의한 유전자 검사가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허용항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의료계, 산업계 등 관계 전문가 협의를 거쳐 허용되는 검사항목 목록을 복지부 고시 제정을 통해 오는 6월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또한 글로벌 신약·바이오의약품의 약가 우대기준 마련, 첨단의료복합단지내 생산시설 입주 허용, 의약품 품질관리 개선 시설투자 세약 공제를 올해 말에서 2019년 말로 연장, 3D 프린터 제작 의료기기에 대한 구체적인 제품별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추진한다.

 

영리화 정책에 활용되는 가이드라인, 또 다른 연장선상 모델"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에 의료계, 야당, 시민단체 등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영리화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또 다른 모델이라는 평이다.

 

의료계는 정책에서 제시돼 있지 않은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주체에 집중했다. 이 같은 정책으로 실익을 보는 주체를 따져 봐야하고, 그 타당성 역시 검토해 봐야 한다는 의미다.

 

강청희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개인의 질병 데이터는 가장 높은 수준의 프라이버시다. 또 보험회사 등이 활용할 경우 가입자가 불이익을 볼 수 있는 영역이라며 서비스 제공 주체에 따라 논의의 방향이 달라지는데 이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환자 안전보다 편의성, 나아가 산업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진 해당 정책의 방향성에도 날을 세웠다.

 

그는 해당 정책은 정작 중요한 환자 안전 등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보건의료에 맞는 정책 방향성을 세우고 법적 기준에 따라 안전장치를 만든 후 추진해야 의료현장에서의 산업화 수용성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각종 의료영리화 정책이 가이드라인으로 추진되는 것과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과의 연계성을 의심했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전문위원은 오늘 발표는 영리자회사를 가이드라인을 통해 허용하겠다는 것과 같이 의회의 입법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결국 정부여당이 강행하고 있는 서비스법이 이들 정책의 법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이드라인만으로는 해당 정책의 추진 근거가 미약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정부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으로 우선 추진하고 향후 서비스법을 근거 삼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0년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던 변웅전 의원(자유선진당)은 의료서비스와 건강관리서비스를 구분해 의사면허가 없는 일반 사업자에게 건강관리서비스 기관 설립을 허용하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을 입법 발의했다.

 

보험회사, 제약회사 등이 건강서비스를 상품화해 제공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으로 해당 법은 시민사회단체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또한 그는 질병 예방과 사후관리를 서비스업으로 간주해서 새로운 형태의 비지니스 모델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병원 안에서는 각종 부대사업, 밖에서는 건강관리서비스에 환자를 노출시켜 민간의료솔루션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효율성과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한 물음표도 찍혔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진단과 처방, 예방과 사후관리를 따로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이는 1차 의료기관이 맡아야 하는 부분이다. 질병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한 정책이라면 기존 의료제도의 기능 강화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민간에 넘기고, 1차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 재정을 투입한다면 결국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참여연대는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가 현행법을 위반한 조치이며 건강서비스의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참여연대는 건강관리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이 환자의 진단, 처방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서비스관리는 경제 활성화란 미명 하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보건의료 차원에서 책임져야 하는 국민의 질병 예방, 건강 유지 등의 책임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건강서비스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민간보험사와 결합해 의료영리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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