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시아, 방법상 서툴렀지만 의사로서 후회 않는다'
한정호 교수 '새로운 치료법 국가가 나서 검증-암환자 권리 회복 활동하고 싶어'
2016.01.13 20:00 댓글쓰기

또 다시 ‘넥시아(NEXIA)’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넥시아 효능을 ‘믿는’ 대한암환우협회·백혈병어린이보호자회·암환우회 등 단체들이 지난 13일 주요 일간지에 ‘정부와 사법기관에 감사드린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법정에 선 ‘넥시아 저격수’ 한정호 교수에게 2년형을 구형한 검찰과 6개월형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사법부에 대한 '경의'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서울대학교병원 하대석 교수와 방영주 교수에게 동일한 조건에서 ‘수입항암제’와 넥시아의 4기 암 완치 여부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넥시아 개발자 단국대학교 최원철 특임부총장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허대석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서야 한다”고 말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넥시아 검증 요구에 대해 주무부처는 나몰라라로 일관해왔다. 복지부는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을 확정하며 치료의학으로서 한의학의 신뢰 회복을 위해 근거 중심의 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 및 보급한다고 밝혔다. 암(癌) 진료지침도 마련될 예정이지만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넥시아에 대한 연구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충북대학교병원 한정호 교수[사진]를 13일 만났다.

 

그는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입장을 밝히며 “환자 선택권이라는 명분으로 환자 안전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나서 새로운 치료법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직 상실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또 ‘공익’을 이야기하는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왜 멈추지 않는가

 

의사는 환자를 보는 직업이다. 양심에 따라 진료한다. 아무도 의사의 진료 내역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정직하려고 노력한다. 환자, 다른 의사, 후배들한테 떳떳해야 한다. 잘못된 치료로 인해 환자가 입을 수 있는 고통과 피해를 뻔히 알면서 얘기 안 하는 것 자체가 공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자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받고 있다면 투서를 넣든 논문을 쓰던 알려야 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환자한테 맡기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설명해야 한다. 환자 선택권이라고 방치하는 것이 양심적인 의사인지 반문하고 싶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검증되지 않은 의료에 대해 함구하는 게 습관화 돼 있다. 그게 미덕이고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인 것처럼 포장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성격인가

 

일종의 강박이 있다. 길 지나가다가 부스럭 소리만 나도 그냥 못 지나간다. 동생이 정신지체 장애인인데 학교 다닐 때 늘 괴롭힘을 당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옷도 뺏기도 신발도 뺏겨오는 동생을 보호하려다보니 늘 신경이 곤두선 채로 살아왔다. 레지던트 때는 사창가 포주가 성매매 여성을 새벽에 데리고 와서 빨리 진료를 안 해 준다고 여자 인턴 후배한테 욕설을 퍼 붇는 것을 말렸다가 살해 협박을 당한 일도 있었다.

 

성격도 작용했겠지만 암환자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낀다. 2005년 고환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했다. 2인실을 썼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암 환자인 내 침대에만 항암 치료 전단지들이 쌓이더라. 그 전에는 관심도 없다가 환자인지라 찾아보게 되더라. 대부분이 그럴싸하고 90%는 맞는 얘기였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검증이 안 됐다는 것이 문제였다. 연구 방식이 잘못됐거나 증례 보고에 의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영역 저 영역 파헤치다 보니 의사들도 한의학을 방패삼아 검증도 안 받은 암, 파킨슨 치료 효과가 있다는 한방 신약을 처방하고 있더라. 몇 년 처방하고 나서 살아남은 사람 있다고 홍보한다. 증례보고를 한방학회지에 내고 임상적으로 검증됐다고 주장하는데 만일 외국계 제약회사가 그렇게 한다고 생각해봐라. 언론, 공정거래위원회, 경제정의실천연합, 환자단체가 과연 가만히 있을까.

 

판결 이후 넥시아 검증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받지 않은 한약이 처방, 판매되는 나라가 전세계적으로 어디 있는지 의문이다. 중국도 그렇지 않다. 중의약을 판매하려면 당국에 만든 약 이름, 성분, 조제방법, 용량까지 신고한 다음에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마음대로 조제할 수 있다. 감기, 우황청심환까지 검증하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최소한 항암제는 검증해야 하지 않나. 사형선고 받은 환자에게 특효약이라면 국가가 검증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좋게 말해 환자 선택권이지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식약처에 권한을 더 줘야 한다. 인력, 조직이 보강돼야 한다. 직접 조사권도 줘야 한다. 의사는 괴롭겠지만 안전을 위한 길이다. 식약처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국민의 권리가 보호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개인병원 가서 차트 압수할 수 있는 권한 있는데 식약처는 없다. 조사, 고발 권한 가지고 병원, 의원이든 어디든 조사해야 한다. 이게 안 되니 간접적인 제재 밖에 못 한다.

 

후회스럽지 않은가

 

밤마다 악몽을 꾼다. 방법상으로 서툴렀던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의사로서, 암 투병 경험이 있는 개인으로서 환자 안전을 위해 했던 활동들이다. 앞으로 나한테 시간과 능력이 허락된다면 암환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공익 활동들을 전개해 나가고 싶다. 환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자문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청주에서 나고 자라 지역에 대한 애착도 크다. 내 가족이 아플 때가는 곳이 충북대학교병원이다. 지역 환자들을 돌보고 후배들을 양성하며 봉사하며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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