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전공의, 임금체계 개편 갈등 심화
'기본급 줄이고 당직수당 높이고' vs '절차상 위법·최저임금 수준'
2015.10.13 20:00 댓글쓰기

당직비 소송 이후 수련병원들이 내놓은 ‘임금체계 개편안’을 두고 전공의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들 역시 부담감을 표하면서 타협점 찾기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규칙에 따라 병원들은 기존의 통상임금에 당직수당을 합쳐 지급해온 방식이 아닌 기본급 외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당직수당을 별도 지급해야 한다.

 

병원들이 내놓은 임금체계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인턴·전공의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월 당직일수를 13일로 한정하고 전공의 기본급을 줄이는 대신 당직수당(시급)을 높여 현재 급여수준에 맞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반발은 거세다. ‘절차 상 문제가 있을 뿐더러 병원이 제시한 당직수당도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서울아산병원, 과별 임금격차 발생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4년 임금 총액이 줄어드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두고 병원과 전공의가 해석을 달리하며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전공의 임금에 드는 병원의 지출 비용 총액을 기존과 동일하게 한다'는 의미였으나 전공의 측은 이를 '전공의 개개인의 4년 임금 총액'으로 받아들였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전공의는 "3월달 급여명세서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병원이 당직비 지급 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통상임금을 건드린 것인데 이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취업규칙 변경으로 인한 불이익이 예상될 경우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하는데 어느 전공의도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사실상 8개월째 불법적 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병원과 전공의가 협의 과정에 있으나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은 당직수당을 시급으로 계산하면서 발생하는 ‘과별 임금격차’문제는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다른 전공의는 "당직 횟수에 따라 진료과 간 임금격차가 발생한다. 개편안으로 계산해보면 일부 진료과 4년차 전공의 임금 총액이 기존 대비 1100만원 가량 줄게 된다"며 "이번 개편으로 병원과 전공의 간 신의가 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브란스병원, 당직수당 시급 6500원 논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당직수당을 약 ‘시급 6500원’으로 계산하는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성명서를 통해 “전공의 시급을 최저임금에 근접한 수준으로 무리하게 축소했으며, 본봉도 대폭 삭감될 예정이다. 시급 인상을 통한 본봉 정상화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직 일수를 월 13일로 제한한 것은 현실적인 근무시간이 반영되지 않은 부당한 임금체계"라며 "암병원 설립, 외래 및 입원환자 증가로 인해 업무량이 증가했으나 인원은 충분히 보충하지 않은 채 부담을 전공의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임금개편을 두고 세브란스병원 소속 한 전공의는 “병원이 전공의들의 찬성여부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강행하려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병원이 전공의와의 타협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병원이 제시한 임금체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 측 관계자는 “시간외 근무수당에 대한 시급을 조성하는 것으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부분을 현재 실정에 맞게 정상화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위 ‘맥도날드 시급’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하면서도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므로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다. 이달 중으로 내부 협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중앙대병원 "민감한 문제, 적용 앞두고 멈춤"

 

중앙대병원은 이미 지난해 초 전공의 임금체계 개편 작업이 완료됐다. 거센 반발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 개편안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중앙대병원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 최초안은 비교적 빨리 나왔다. 하지만 적용시점을 두고 의견 조율을 하다가 지금은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들과 특별한 대립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민감한 문제다보니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입장이다. 다른 병원들의 상황도 지켜보고 있다. 물론, 내부에서는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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