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부 메르스 대책 용두사미 우려'
서울대병원 오병희 원장
2015.08.06 10:26 댓글쓰기

 

 

다행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이번 메르스 사태가 남기고 간 상처가 컸다. 진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였음에도 의료기관과 일선 의료진들에게 간혹 쏟아지는 비판은 감당하기 어려웠을 터다.

 

특히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임무를 다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지금도 허탈함과 안타까움의 연속이다.

 

서울대병원 오병희 원장은 최근 데일리메디와 인터뷰에서 "국가 재난 사태에서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임무를 다하기 위해 국가 지정 격리병상을 가동, 확진 환자 치료에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고 회상하면서도 연신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응급실, 감염관리 문제 산적…진료환경 개선 위해 투자 절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응급실·감염관리·다인실·한국의 문병 문화 등 수많은 문제점들이 단번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가중앙병원 수장으로서 그만큼 아쉬움도 적지 않다. 오병희 원장은 "응급실 과밀화 문제는 충분한 격리 시설이 마련된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현실은 응급실이라는 공간에서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 슈퍼전파자에 의한 많은 감염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은 암환자 및 중증 환자들의 응급실 방문이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이며 과밀화 지수가 높고 응급환자 평균 체류시간이 15시간 이상 되는 등 감염이 보다 쉽게 전파되는 환경이다.

 

오 원장은 "각 병원별로 응급실의 격리실을 포함한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 투자와 응급의료체계에서도 경증 환자들이 대형병원 응급실로 집중되지 않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병·의원급 응급 외래를 활성화하는 등 환자 분산 수용의 노력도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현 의료수가로는 병원 자체의 시설 투자 등 여력이 불충분하다고 단언한다.

 

그는 "이를 위한 정부 지원과 함께 응급의료 관련 수가를 현실화해 향후 합리적인 응급 진료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종플루 '아픔'에도 변한 것 없어…의료계 사명감만으론 힘들다"

 

사실 서울대병원은 2009년에 신종플루를 겪으면서 국가 지정 격리 병동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었으며 지난해 연말 에볼라 사태에 대비해 의료 인력 훈련을 실시해 왔다.

 

오 원장은 "또 메르스 질환 진단법을 지난해 독자적으로 확립, 많은 도움이 됐다"며 "그럼에도 신종 감염병에 대한 공포감과 불안으로 인해 초기에는 의료진들이 자발적으로 진료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과거 신종플루 발병 후 나온 여러 정책적 제안이나 대처방안과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무엇보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별진료소를 운용하는데 투자했으나 환자들의 외래 진료 취소 등으로 인한 간접적인 진료 수익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국회와 보건복지부가 추후 대책 마련을 위한 추경 예산 책정 등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였다고 하지만 현재로썬 '반토막' 가량 줄었다는 점에서 쓴 소리를 던지는 이유다.

 

실제 오 원장은 "많은 의료기관에서 충분하지 않은 재정에도 환자 진료를 위한 각종 투자 및 인력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적으로 진료에 임한 의료진에 대해서도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한 사명감과 희생만으로 의료진에게 진료를 강요하기 보다는 체계적인 보상이 이뤄지고 이에 상응하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의 메르스 온다…신종 감염병 대응 장기적 대책 내놔야"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신종 감염질환 대응을 위한 장기적 대책에 대해선 정부는 물론 국민 역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 원장은 "문제점이나 대처 방안에 대한 논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겨 꾸준히 관리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배정을 통해 보상을 해주고 향후 이러한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게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러면서 오 원장은 "신종 감염병이 확산될 경우 사회 경제적인 여파가 매우 크다는 점을 인식하게 됨으로써 앞으로는 단순히 의료기관 차원이 아닌 국가적인 측면에서 절대적인 대비가 중요하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이나 제도적 개선에 대해선 전문 의료인이나 유관 기관이 이미 제언을 내놓은 상황이다.

 

그는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의 논의 과정을 보면 자칫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국가가 할 일, 병원이 할 일 그리고 환자들이나 국민이 해야할 일을 정리해서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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