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엇갈린 판결 왜
법원 '안압측정기, 의료법 목적 부합' ↔ 'IPL, 면허이외 의료행위'
2014.08.03 20:00 댓글쓰기

CT·뇌파검사기·IPL·안압측정기 등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한의원에서 IPL을 사용해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한의사에게 무죄 선고를 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대전지방법원은 대전시 소재 A한의원 한의사가 IPL을 이용해 피부치료를 한 데 대해 의료법 위반이라며 200만원 벌금형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안압측정기 사용에 관한 재판에서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이 의료법 목적에 부합한다”며 한의사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법정 분쟁은 더 복잡해지고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판결 과정에서 ‘IPL 사용’에 대한 판단기준은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한의사 면허 행위 이외의 의료 행위로 보고 유죄를 선고, 2심은 경락에 자극을 줘 질병을 치료하는 한의학 문헌에 근거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IPL 치료의 의학적인 근거는 한의학에서 적외선 등으로 경락에 자극을 주는 온통경락(溫通經絡)의 원리와 다르다"고 판결했다.
 
‘안압측정기 사용’에 대한 판결 근거는 ‘의료법의 본 목적’에 부합하는지가 최대 쟁점이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국민 건강 보호 및 증진이 의료법의 목적”이며 “이를 고려할 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게 그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한의학 전통의학서인 동의보감에도 안구의 구조 및 대표적 안질환 등에 대해 원인과 치료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등 적절한 진료의 기초가 된다”며 “의료기기 사용 허용이 의료법 목적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법원 판결을 두고, 한의사계와 의사계는 저마다 달리 해석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김태호 홍보이사는 “대법원 파기환송은 한의사의 유죄 취지가 아니라 IPL이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에 맞는지 등에 대한 심리를 보다 정확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다음 재판에서 이 점을 밝히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압측정기 판결에서도 드러났듯, 한의학에서의 광선치료나 온열자극법도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응용, 해석해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한다”며 “IPL의 경우에는 가정용까지 출시돼 있다. 의료인인 한의사에 대한 현대기기 사용 제한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유용상 한방대책특위 위원장은 “안압측정기에 대한 판결이 이례적인 것이며 그동안 법원에서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불법이라고 일관된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일축했다.
 
이어 “한의학 의학과 전혀 뿌리가 다르다. 수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의학과 학문의 뿌리가 같기 때문”이라며 "한의사 측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입법 필요하지만 어려운 현실"

 

한편, 일각에서는 의료법과 의료관계 법령에서 의료행위에 관해 적극적인 정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탓에 분쟁이 계속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한의사가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하며(제2조 제2항), 의사·한의사·치과의사 등 의료인은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제27조 제1항)하고 있을 뿐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구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조순열 변호사는 “한방의료행위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립해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며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A 국회의원은 “입법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A 의원은 “언제까지 소송을 통해 법정에서 해결하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가  워낙 첨예하고 자칫 특정 직역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 될 수 있어 국회에서 나서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 입법으로 가야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의료기기 허용의 경계선을 긋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부와 국회가 이익단체, 환자단체 등 많은 의견 수렴을 거쳐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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