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 '뿌리論' 다시 불붙인 서울대병원
2011.06.26 21:25 댓글쓰기
'정부의 감독 아래 병원을 책임지되, 이 업무에 대한 보수는 없어도 됩니다. 필요한 것은 쾌적한 곳에 자리한 큰 한옥과 매년 지출될 경상비가 전부입니다.(중략) 이 제안을 윤허해 주신다면 이 기관은 전하의 병원이라 부르게 될 것이고….'

1885년 1월 알렌이 고종에게 '병원 설립안'을 제출할 당시 향후 개원하게 될 서양식 병원에 대해 보낸 편지의 일부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제중원 뿌리 논쟁이 재점화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대병원이 이번에는 제중원에서 진료를 책임졌던 의료 선교사들이 쓴 편지를 조명하는 책을 내면서 근거를 더하겠다고 나섰다.

서울대병원(원장 정희원) 병원역사문화센터 김상태 교수[사진]는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윤치호는 60년 동안의 일을 일기로 썼다. 한 개인의 일기가 뭐 대수롭게 여겨지겠나 했지만 아니었다. 살아있는 역사고 증거다. 이렇게 귀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면 편지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알렌, 헤론 등 제중원에서 진료를 담당했던 의료 선교사들이 미국 북장로회 해외 선교 본부 총무 엘린우드에게 보낸 편지들의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과연 제중원이 국립병원이었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다.

김상태 교수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편지를 살펴본 결과 의료 선교사들도 제중원을 국립병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이 책은 제중원 설립 후 9년간의 역사에 정조준되어 있다. 김상태 교수는 "1885년 설립 때부터 미국 선교 기관으로 운영권이 넘어간 1894년까지"라면서 "이 시기의 제중원은 정부 기관이므로 연세의료원 역사에 포함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한국 서양의학의 효시인 '제중원'을 둘러싼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뿌리 논쟁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1885년 고종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근대식 의료 기관인 제중원의 적통(嫡統)이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지가 관심사다.

그 동안 세브란스병원측은 조선 정부가 설립한 국립병원이라고 해서 제중원이 서울대병원의 뿌리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아 왔다. 제중원이 국가 기관으로 출발한 점은 인정하지만, 연세의료원의 뿌리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팽팽한 논쟁 속에서 김상태 교수는 앞서 '제중원 이야기'라는 책을 발간하며 적통성 논쟁에 불을 지핀 바 있다.

제중원을 설립한 주체는 고종황제이며 그렇기에 운영 형태 또한 국립이었으므로 제중원은 같은 국립인 서울대병원의 뿌리가 된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제중원의 역사적 의의는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이라는 점"이라며 "서양의학에 입각한 국립병원의 맥은 광제원, 의학교 부속병원, 적십자병원으로 이어지다가 1907년 서울대병원의 전신인 대한의원으로 통합됐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각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은 서울대병원을 향해 마치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까지 한다. 그래서 함께 연구하고 작업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고 간극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극을 좁히는 일련의 움직임이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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