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강연 동영상을 리베이트로만 안본 재판부
서울고법, 동아ST 항소심 관련 감형 차등률·리베이트 판별 기준 등 공개
2014.11.27 20:00 댓글쓰기

[해설]"동아ST 강연 동영상의 영업사원에 대한 교육 전문성 함양이 인정돼 오로지 리베이트로만 볼 수 없다."

 

동영상 리베이트 이슈로 의료계 지탄과 처방액 감소에 봉착했던 동아ST가 융통성 있는 재판부를 만나 불행 중 다행을 맞게 된걸까.

 

지난 27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의 '동아ST 동영상 리베이트' 형사재판 감형 선고를 기점으로 의사들과 동아 직원들로 빈틈 없었던 법정 내부에는 고무적 기류가 흘렀다.

 

1심 대비 의사 10명과 직원 4명 전원이 징역 및 벌금 형량을 크게 줄이는데 성공한데다 소송 초기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온 강의 동영상의 '교육적 목적'을 일정부분 인정받는 의미있는 재판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고등법원 재판부가 1000만원 이상 고액리베이트 수수 의사들의 감형을 결정하면서, 내년 1월 선고를 앞둔 동아 리베이트 약식기소 의사 91명 역시 벌금액이 줄어들 확률이 커졌다.

 

법원 "동영상 일부는 강연료 지불해도 될 만큼 질(質) 높아"

 

고법 김상준 부장판사는 "강의 동영상에 대해 "의사 별 제작 동영상을 모두 심도있게 분석했다. 일부는 강연료를 지불해도 될 만큼 질이 높아 영업사원 교육용으로 쓰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동아ST와 의사 간 거래라는 점에서 해당 제약사 의약품이 더 처방되는 리베이트 성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고 판결했다.

 

동아 리베이트 사건에 수백여명 의사들이 연루,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재판부는 강연 동영상의 품질과 강연료 간 상관성을 고려한 형량 책정에 고심해왔다.

 

강연에 들인 의사들의 시간과 노력 정도가 다를 수 밖에 없으므로, 수백명 의사들을 막연히 리베이트 범죄에 따른 벌금을 내리는 것은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수백명 의사들의 재판부를 향한 정당성 호소는 결국 동아ST 강연 동영상이 교육용으로 인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중고를 겪었던 동아 입장에서는 적잖은 호재로 작용케 될 전망이다.

 

고등법원은 ▲강연 의사 섭외 방식 ▲강연 내용 타당성 여부 ▲촬영 경위 및 목적 ▲강연료 지급법 ▲동영상 개수 당 강연료 일치 여부 ▲촬영 후 교육 목적 달성도 등 동영상 리베이트 유무 판별을 공개했다.

 

재판부가 형량 책정에 상당부분 고심했다는 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10명 의사들은 자신들이 찍은 동영상 강의의 양질 및 참여 성실도와 비례해 벌금형이 줄어들었다. 질환, 약제 등 자료 준비를 철저히 해 강연료에 상응하는 강의를 진행한 의사들이 실질적 무죄에 근접한 '선고 유예'를 받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재판부는 "일부 의사들의 동영상은 실제 강의 질이 높아 영업사원의 전문성 교육에 충분히 쓰일 수 있었다"며 "다른 의사들은 질은 높더라도 동영상 개수 당 강연료가 일치하지 않았거나, 상대적으로 강의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적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의사들은 "강연료가 리베이트인지 몰랐고, 개인 마다 강연에 들인 시간이 다르다"는 주장을 재판부 설득에 성공했고, 동아ST는 사실상 동영상의 품질을 일부 인정 받게됐으며 이는 감형에 직접적으로 반영됐다.

 

동아ST-연루 의사, 리베이트 혐의 무죄 입증 '역부족'

 

그러나 동아ST와 의사들이 리베이트 혐의를 완전히 벗기는 역부족이었다. 대가성 의약품 판촉 리베이트로 볼 수 밖에 없는 점들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해당 소송에서 동아ST와 의사 무죄를 선고할 경우 지금까지 십 수년에 걸쳐 사법부가 견지해 온 '제약 리베이트 원천 불법' 판결과 정면 배치되는 것도 동영상 리베이트 유죄가 지속되는데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가 동영상을 리베이트로 판단한 근거는 ▲동아ST를 내부고발한 영업사원의 법정 진술 ▲동영상 강의 기획 주체가 동아ST 인재개발원이 아닌 영업3본부였던 점 ▲제약협회 공정거래규약 기준 ▲종합병원 의사 없이 전원 개원의가 선정된 점 ▲의사 섭외의 절차적 부당성 ▲동영상 완성 후 교육 효과 검증 부실 등이다.

 

동아 리베이트 사건은 전 동아제약 영업사원이었던 A씨가 동아를 리베이트로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법정에서 "동아제약이 의사에 리베이트를 주기 위해 동영상 강의를 계획했고, 영업부가 추진했다. 의사들도 불법 리베이트임을 모두 알고 응했다"고 줄곧 진술했다.

 

특히 동아ST 내 영업사원 교육부서인 인재개발원이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개발원이 아닌 영업3본부가 동영상 강의 및 비용 지급을 기획한 점은 재판부가 수긍키 어려워 리베이트로 판단될 여지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제약협회가 국내 제약사들의 리베이트를 막기 위해 세운 '공정거래규약' 역시 동아ST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제약협회 규약에 따르면 강의 1시간 당 최고 50만원의 비용을 지급할 수 있으며 수 십시간을 강연한다 해도 1일 1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10명의 의사들은 1000만원 이상 고액 강연료를 받은데다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를 받아 기준을 크게 초과했다.

 

종합병원 소속 의사가 아닌 전원 개원의가 강연 대상이었던 점과 의사 섭외 과정에서 동아ST와 동영상 제작사가 일일히 의사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 서면 등 간소한 선정법을 이용한 것도 리베이트 증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영업3본부는 영업에 직접 관여해 교육분야 전문성이 낮음에도 동영상 강의를 기획했으며 예산 역시 모두 영업부에 지원됐다"며 "특히 동영상 제작 및 강연료 지급 주체가 동아ST인 것을 의사 모두가 인식해 해당 제약사 의약품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영업사원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면 종합병원 소속 의사들도 강연자로 뽑힐 수 있었을 텐데 동아는 강연자 전원을 개원의로만 섭외했다"며 "완성된 동영상에 대한 영업사원들의 교육 효과 및 강연 시청 여부 등 사후 교육 효과 검증이 부실한 것도 동아 측에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쌍벌제 이후 동아ST가 새로운 마케팅을 위해 동영상 강의를 기획한 것은 큰 변화이지만, 리베이트 수수관행의 폐습을 타파치 못했다"며 "리베이트 의도가 포함된 동영상이었고, 의사들은 앞으로 불법으로 오해받을 수 있을만한 행위를 원천 지양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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