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신뢰 무너진 동화약품 '위기'
거액 리베이트 적발…행정처분 앞두고 의료계도 충격파 예고
2014.12.07 20:00 댓글쓰기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최장수 제약기업 동화약품의 추락에는 반등을 꿈꿀 날개 조차 없어 보인다.

 

의사 1000여 명이 연루되고 50억원에 달하는 리베이트 실체가 낱낱히 공개되면서 동화약품을 넘어 의약계 전체로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이번 동화약품 사건은 쌍벌제 시행(2010년 11월) 이후에도 진행된데다 그 수법마저 교묘하게 진화해 최근 잇딴 윤리경영 선포로 이미지 쇄신에 집중해 온 제약계는 또 다시 씻기 어려운 뇌물 논란에 휘말렸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검찰 발표 직후 연루 의사 행정처분 및 동화약품 리베이트 의약품의 최대 20% 약가인하 추진을 공표, 리베이트 근절 및 엄벌 의지를 한껏 드러내 후폭풍 역시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검찰에 따르면 300만원~3000만원 미만 리베이트 수수 의사는 155명에 달하는데, 복지부 기준대로라면 이들은 최소 2개월~최대 1년에 달하는 면허정지 처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리베이트 수법 끝없이 진화

 

동화약품은 리베이트 제공을 합법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광고대행사(CSO)를 이용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현행 약사법 상 CSO업체 대표는 광고업자에 해당해 불법 리베이트 주체가 되지 않는 법의 맹점을 악용, '제 손(제약사)이 아닌 남의 손(CSO)'을 빌어 의사에 금품을 건넨 것이다.

 

동화는 무려 3곳의 CSO업체과 광고계약을 맺고, '시장조사·설문조사'라는 허울 좋은 은폐막을 통해 의약품 촉진 대가성 뇌물의 유통경로를 감추고자 했다.

 

제약사가 계약을 통해 리베이트를 건넬 의사와 의약품별 리베이트 금액 리스트를 CSO에 건네면, 업체는 제약사 영업사원을 통해 시장조사를 빙자한 설문조사지를 건넨 뒤 금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겉보기엔 정상적인 광고계약 수행 같지만 실상은 자사 의약품 처방 향상을 위한 편법이었던 것이다.

 

의약품 랜딩비 및 처방량 증가에 따라 현금·상품권을 지급하는 전통적인 리베이트 방식도 이뤄졌다.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루이비통 등 고가 지갑이나 골프채는 물론 의사들의 거주 원룸 월세 및 임차보증금을 대납하는 등 갖은 수법이 동원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9억원 상당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은 뒤 조사 기간에도 동화약품은 원활히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복지부 "처분" 천명…의사 타격 불가피

 

검찰로부터 동화약품 수사 결과를 건네 받은 복지부는 리베이트 의약품 상한금액 인하와 의사 행정처분에 돌입하는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약 1000명의 의사들은 위반시점과 벌금액, 리베이트 수수액을 기준으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이 결정된다. 의약품은 약가가 최대 20%까지 하락하게 된다.

 

더불어 복지부는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의료법·약사법 등 관련 법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는데 더욱 집중할 뜻을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3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 리베이트 수수로 기소된 의사가 약 155명에 달하면서 이들이 모두 행정처분을 받게 될 경우 복지부 처분에 불복한 의사들이 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검찰 기소에 따른 형사재판이 열릴 경우 155명 의사들 모두 법정에 서게 될 수 있어 종전 동영상 강의·설문지를 통한 리베이트 적발로 백여명 가량의 연루 의사들이 항소 등 1년 넘게 등 형사소송 중인 동아제약 사태와도 유사한 흐름으로 번질 공산도 크다.

 

 

◆불법 뇌물 경로 급부상 'CSO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및 공정위 과징금 처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와 공정위를 비웃듯 지속된 동화약품 리베이트 중심에는 CSO업체가 있었다.

 

CSO는 본래 제약사 등 기업의 광고 및 홍보업무를 효율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신해주는 대행사지만, 최근 들어서는 제약사-의사 간 대가성 의약품 판촉 뒷돈을 전달하는 음성 유통경로로 변질된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변질 이유는 약사법이 지닌 헛점 때문이다. 현행 약사법 제47조는 의약품 제조자·수입자·도매상이 의료인·약사에 금전 이익을 제공할 경우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CSO만이 약품 도매상 형태로 운영될 뿐, 상당수 CSO는 일반사업자로 약품 보관 창고 보유 의무도 없다. 결국 CSO는 법적으로 도매상이 아니라 사실상 복지부가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태다.

 

이를 악용한 일부 제약사들이 정부 리베이트 규제책이 차츰 강화되자 CSO를 이용, 간접 우회로를 통해 불법 로비를 제공하는 신종 수법응 애용하면서 CSO 리베이트가 인기를 끌게 된 셈이다.

 

또 CSO 리베이트가 적발되더라도 제약사가 금품을 직접 전달하는 것 대비 처벌 위험성이 낮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CSO 불법영업은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단속을 피하기 위한 '1인 CSO' 마저 등장하면서 리베이트를 원하는 소수 제약사의 수요를 얼마든지 만족시킬 수 있는 정도의 CSO 공급이 충족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복지부는 "CSO를 이용했더라도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면 그 책임은 CSO뿐만 아니라 사용자인 제약사에게도 있음"을 명확히 하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또 국회에서도 의약품 도매상이 아닌 이유로 CSO 리베이트 처벌이 곤란한 현행 약사법 개정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제약 리베이트 원천 차단에 힘을 쏟고 있는 상태다.

 

동화약품 리베이트 수사가 공개되면서 향후 CSO 리베이트를 향한 정부 및 수사기관의 날카로운 감시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 관련, 검찰은 "국내 제약회사는 대부분 복제약을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원료 원가가 많이 들지 않는다. 원가를 제외한 부분은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리베이트가 이를 막고 있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랜 전통의 중견 제약회사 마저도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과 국민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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