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착한적자 당연한 결과'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 '정부는 지원 시민은 감시 확대'
2014.07.25 20:00 댓글쓰기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잠잠했던 지방의료원이 다시 갈등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임금 인상 및 처우 개선을 놓고 노사가 대립 중인 속초의료원에 대해 '제2의 진주의료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 의료원 측은 노조에 직장폐쇄와 정리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원인은 지방의료원이 떨칠 수 없는 딜레마인 경영 적자다. 인천광역시의료원 조승연 원장

이 바라보는 지방의료원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Q. 공공의료원이 만성적 임금체불과 부채에 시달리는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현 의료보험 수가로는 비급여 진료나 ‘과잉 진료’를 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병원 경영이 불가능하다. 민간병원의 사정도 그러한데 의료급여 환자가 전체 환자의 30%~40%에 달하는 지방의료원이 무슨 수로 흑자를 낼 수 있겠는가.

 

단순 수치로만 보아도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국가에서 지원해 줘야 수지 균형이 맞는다. 여기에 의료원 차원의 각종 공공사업 비용 등을 감안하면 지방의료원 적자, 임금체불은 당연한 귀결일 수 밖에 없다.

 

Q. ‘지방의료원장 성과계약제’가 결국 의료원장으로 하여금 경영 성과 올리기에 몰두토록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데

 

동전의 양면처럼 ‘지방의료원장 성과계약제’가 한편으로는 기대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스럽다. 우선, 희망적인 측면은 의료원장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에 공공성 강화 및 개선 여부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지방의료원의 공적 기능이 분명 지금보다는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경영 수지 개선에 대한 압박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점은 우려스럽다. 제도 시행 이전인 지금도 지방의료원의 본래 기능과는 관계없이 높은 수익 창출을 원장의 최우선 덕목으로 여기는 분위기인데, 시행 후에는 성과에 대한 압박 강도가 세 질 것 같다. 다른 지방의료원장들 만나 보면 많은 사람들이 기대보다 우려를 하고 있다. 이왕 성과계약제를 시행할 거라면 평가 기준이 지역 주민들에게 적정 진료를 하는지의 여부, 즉 본래의 기능에 얼마나 충실한가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Q. 복지부가 ‘착한적자’는 지원하고 ‘나쁜적자’는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일부에서는 직원들의 높은 인건비가 지방의료원 적자 운영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지방의료원 직원 기본급이 일반 공무원보다 5% 가량 낮게 책정돼 있고, 복지혜택도 적다. 방만 경영으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기업의 사례를 보면, 지방의료원 부채, 영업손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자 규모가 엄청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방의료원 직원보다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방의료원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고 직원들은 서비스 주체다. 그렇지 않아도 지방의료원 직원들은 임금체불과 적자 기관이라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괴로워 하고 있다. 직원들이 괴로우면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적자가 많으니 적은 임금을 받으라는 주문은 공공병원도 민간병원처럼 수익 창출에 매진하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Q. 지방의료원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정부와 시민의 역할은

 

정부는 지방의료원을 국가 의료 복지 전달시스템의 하나로 인식하고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각 지방의료원이 처한 재정적 상황이 다른 만큼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적절히 배분, 지원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민의 역할이다. 지방의료원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정부 예산이 적정 진료를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감시해야 한다. 또 의료원 이용에 있어 불편한 점이나 개선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거버넌스 주체가 시민이 돼야만 진정한 의미의 공공의료가 가능하다.  

 

Q. 인천광역시의료원이 2014년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과 향후 계획

 

2010년 원장으로 부임한 지 어느덧 4년이 다 돼 간다. 우리나라 공공의료원은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관심 부족으로 그간 ‘빈사(瀕死)’상태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의료원이 환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외진 곳으로 신축 이전된 것만 봐도 공공의료원 지원 정책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 2000년대 말부터 정부에서 예산을 확보해 줘 낡은 병원 시설과 의료 장비를 개비(改備)할 수 있었다. 올해 인천의료원의 역점 사업은 병원 현대화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 하는 것이다. 오는 10월에는 의료기관 인증이 예정돼 있다. 물론 지방의료원처럼 인력과 예산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복지부 평가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인증을 통해 병원 내적 역량을 지금보다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면 환자와 의료원에게 이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의료원 인증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올 초 출범한 ‘인천시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잘 이끌어 시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좋은 정책을 제안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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