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법(일명 종현이법) 입법 초읽기
국회·정부·의사·환자단체, 제정 위해 머리 맞대
2013.04.09 20:00 댓글쓰기

 

입법·행정부, 의사·환자단체 등이 환자안전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며 법안 구체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9일 국회에서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한의사협회가 공동 주최한 환자안전법 제정을 위한 입법 토론회가 열렸다.

 

환자안전법 제정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였지만 국회의원과 함께 구체적인 법안 마련을 위해 토론회가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제를 맡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권용진 겸임교수(서울북부병원장)는 이러한 경향에 대해 "소비자 중심, 기술발달로 인한 메가 트렌드의 한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소윤 의료법윤리학 부교수는 "권 교수가 제시한 것과 같은 이유로 환자와 의료진 관계가 시혜적에서 대등한 위치로 변화가 있었고 이 변화가 의료분쟁 해결에서 의료사고 예방과 환자안전으로 시각의 변화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환자안전법=종현이법' 이유

 

이번 자리는 환자안전법 제정을 위해 정종현 군의 어머니 김영희 씨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3년 간 쏟은 정성의 결과물이다.

 

환자안전법 제정이 사회적 의제가 된 것은 2010년 5월 백혈병을 앓던 9살 정종현군이 항암치료를 받던 중 목숨을 잃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정종현 군은 레지던트 1년차였던 의사가 척수내강에 투입해야 할 ‘시타라빈’ 대신 정맥에 주사해야 하는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실수로 주사해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에 정종현 군의 어머니 김영희 씨는 제2, 제3의 종현이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환자안전법 제정에 발 벗고 나섰다.

 

복지부에 요청해 ‘빈크리스틴’ 투약 지침이 마련했고, 이날 오제세 위원장에게 전달된 ‘환자안전법 제정을 위한 1만명 문자청원운동’도 그녀로부터 시작됐다.

 

김영희 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환자안전에 대해 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하고 또 받을 수 있도록 의료사고 예방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우리 환자단체들은 환자안전법을 ‘종현이법’이라고 부른다. 환전안전법 제정 목적이 종현이와 같은 불행한 안전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임을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보고체계 구축 필요" 한 목소리

 

현재 우리나라에는 환자안전과 관련해 다양한 법이 존재한다. 의료법, 약사법 등 예방을 위한 법률, 형법과 민법,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분쟁조정에 관한 법률 등 사후 처리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다만, 이미 일어난 사고를 보고하고 이를 분석해 또 다른 사고를 예방하는 재발방지체계가 부재하다. 이 때문에 이날 많은 전문가들이 재발방지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오제세 위원장은 "항공사고 발생률이 1970년대 200만분의 1수준에서 최근 1000만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항공안전보고라는 오류보고체계를 통해 전 세계 항공업계가 위험요인들을 공유해 문제를 사전에 발견, 제거해 나갔기 때문이다”라며 재발방지 체계 마련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토론회는 자연히 보고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의료사고 보고, 분석, 공유, 위험요인 제거, 환자안전 향상 등이 선순환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첫 단추가 바로 의료사고 보고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을 고려한 보고체계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런 면에서 의료진 등이 의료사고에 대한 보고를 할 때 처벌,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를 지급 등을 통해 활발한 보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발제를 맡은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겸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장은 “민간이 주도하고 인센티브 지급 등을 통해 의료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선진국은 80~90년대 국가가 주도만으로는 현장의 흐름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민간 주도로 정책을 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 스스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제도를 바꿔 보고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이상일 교수는 처벌 기관과 보고 기관과의 독립, 처벌 금지, 적절한 시기 전문가에 의한 분석 등 WHO의 권고사항 등을 소개하며 보고체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는 의무적·자발적 보고, 보고 내용의 비밀유지·공개, 보고 책임자 선정 등에 대한 여러 안을 제시한 후 환자안전 전담 기구 설치를 주장했다.

 

곽순헌 의료기관정책과 과장은 환자안전법을 보고 중심의 기본법 형태로 구성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정부는 규제로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 문제가 났을 때 여론과 국회의 질타에서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규제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만큼은 그렇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자발적 참여를 전제하지 않고는 법에 어떤 내용을 담아도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인력, 재원, 다른 법과의 관계 등 이해가 갈리거나 당장 해결이 어려운 무거운 조항들은 별도로 하더라도 합의된 것을 근간으로 기본권 형태로 환자안전법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체계 구축 외에 의료진의 근무 환경 개선, 원활한 인력 수급, 재원 확보 등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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