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파업 동참 외치는 젊은 제자들 이해'
대학병원 교수들도 강경, '정부 일방적 제도 시행·불합리한 규제' 등 반감 커
2014.03.14 20:00 댓글쓰기

예상보다 높은 참여율을 보인 전공의들이 지난 10일 의료계 파업을 견인했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전공의단체 발표지만 전체의 42%에 해당하는 7천명이 넘는 인원이 동참했다. 오는 24일 총파업을 앞두고 주요대학병원 전공의들이 또 다시 속속 파업을 결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일선 개원가에서 파업의 주축이 전공의로 넘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들의 스승으로서 대학병원의 절대적 한 축인 교수들은 성명을 발표했지만 직접적인 참여는 없는 상태다. 교수들은 전공의 파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데일리메디가 주요대학병원 교수들을 만났다.[편집자주]

 

전공의들의 강경 투쟁에 대해 의과대학 교수들도 지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현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이들이지만 이번 만큼은 다르다.

 

교수들은 적극적인 행동으로 파업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지만, 일부에선 전공의들을 독려하고 응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교육수련을 담당하는 건국대병원의 한 교수는 “전공의들의 2차 파업 동참은 원내서 인정받은 일”이라며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제외한 진료과에서 그들이 없는 상황을 대비해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우리 교수들도 심경적으로나마 전공의들을 후원하고 있다. 이는 불합리한 부분의 개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협상 결과 및 추이를 살핀 후 24일 파업이 확정될 경우, 전공의 보호 입장에서 원내에 전공의들이 토론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교수들의 이 같은 입장은 노환규 회장이 이끄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지지보단 정부의 의료제도에 대한 강한 불만에 근거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의 한 교수는 “전공의 파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명확히 밝히긴 어렵지만 개원의가 중심이 된 의사 파업에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적극 참여한다는 것은 그만큼 의료가 잘못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서울병원 교수 역시 “전공의 파업은 교수들로서는 어려운 사안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파업 동참은 대다수 의료인들이 공감하고 있듯이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지금의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한탄했다.

 

한양대병원의 한 교수도 “의료제도 문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전공의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10일 파업에는 일부 전공의들만 참여해 진료 공백이 없었다”며 “의정이 대화에 나선다고 하는데 이 같은 분위기로 봤을 때 향후 극단적인 방향의 투쟁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심정적 찬성하지만 진료 거부 등 따른 전공의·환자 피해 없어야"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 사이에선 파업을 두고 찬반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파업에는 동참하지 않기를 바라는 일부 교수도 있었다. 파업이라는 방법론에 있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것이 옳다, 신중해야 한다, 통제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주장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교수 입장에서는 행여 제자들에게 생길 불상사가 걱정된다”며 “인생에 있어 중대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한 교수도 “젊은 의사들이 참여하면서 파업동력이 생긴 부분은 인정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24일 휴진에는 참여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전국의대교수협의회에서 일단 성명서가 나왔고, 이곳의 수장이 우리병원 교수인만큼 원론적인 입장은 이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파업이 과연 최선의 방법일까라는 부분에선 찬성치 않는다. 하지만 산적한 문제들과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 등으로 인해 심적으로는 파업하는 개원의들 편에 서는 교수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들 교수들은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선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파업으로 인한 진료 공백을 우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병원도 있다.

 

중앙대병원 한 교수는 “교수들도 지금 의료제도가 잘못됐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일단 파업으로 환자들에게 문제가 돌아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수술, 검사 등에 들어가는 전공의들에게 나가라고 하거나, 나가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며 “일단 24일 2차 파업에 전공의들이 참여할 경우를 대비해 하루 하루 분위기를 보며 대안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희대병원의 교수도 “무엇보다 진료에 차질을 받지 않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며 “지난 10일에도 모든 사안에 전공의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했지만 외부 활동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에 비춰 이번에도 옳은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교수는 “전공의들 중에서도 파업을 지지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있어 얼마나 참여할지는 미지수”라며 “1차파업 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이 많은 외과계열의 참여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진료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