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1만5천명 간호조무사 '집단행동 불사'
의료기사법 개정안 앞두고 '전운(戰雲)' 감돌아
2013.04.30 20:00 댓글쓰기

‘의료기사 등에 관한 개정 법률’(이하 의기법) 시행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개정안 시행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치과계는 연일 혼란과 직역 간 마찰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 간 업무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 놓은 개정안 수정을 위해 치과 간호조무사들이 들고 일어날 조짐이다. 개정안대로라면 간호조무사들이 더 이상 치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올해부터는 ‘치과 간호조무사 업무 합법성 및 생존권 사수대책위원회’까지 꾸려졌다. 이들은 보건복지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치과위생사협회를 모두 비판하며, 개정안 시행을 늦추거나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 곽지연 위원장은 “간호조무사협회 측은 보건복지부에서 간호조무사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니 기다려줄 것을 당부해왔다”며 “그러나 의기법이 개정된 후 경과 기한인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결국 아무런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책위 위원장 명의로 ‘1만 5천여 명에 달하는 치과 근무 간호조무사들의 일자리를 지켜주세요!’라는 건의서를 제출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

 

곽 위원장은 “인수위원회를 대신해 보건복지부에서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해왔다”며 “개정안 시행이 불과 2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치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들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조건부 집단 사표 동의 서명운동 전개 ▲치과위생사 불법행위 신고 센터 운영 ▲치과 간호조무사 보수교육 활성화 ▲치과임상분과위원회 활성화 ▲간호인력개편 대책위 의견 적극 반영 및 치과 전문 간호조무사 양성 등을 위해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대전에서 개최된 치협 정기총회에서 대책위는 성명서를 배포하고, 치과의사들도 의기법 개정안 시행 연기 및 수정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곽 위원장은 “의기법 개정안은 치과계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한 폐단”이라며 “수십 년 동안 수행해 왔던 업무를 한 직종에게만 몰아주는 것은 생존권과 직결된 인권의 문제”라고 표현했다.

 

구인 · 구직난 개원가, 부담 가중 우려

 

가장 큰 문제는 구인 · 구직난을 겪고 있는 치과 개원가가 이번 의기법 개정안으로 심각한 타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12년 3월 말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1만5348개 치과 중 치과위생사 없이 간호조무사만 근무하고 있는 곳이 무려 25%에 해당하는 3776개에 이른다.

 

대책위에 따르면 필수인력으로 근무 중인 1만5039명의 치과 간호조무사 업무가 유명무실화된다면 진료 현장의 혼선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치과의사 1인당 치과보조인력 2.5명을 기준으로 할 경우 필수 보조인력이 최소 5만명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2만2000명의 치과위생사 외 2만8000명의 추가 보조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성화고, 치과 간호조무사 양성 ‘먹구름’

 

치협은 구인 · 구직난 해소를 위해 지난 2010년 8월 교육과학기술부와 치과조무인력 양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전국 현재 20개 보건계 고등학교(특성화고)에 치과조무과를 설치했다.

 

대책위는 의기법 개정안을 그대로 시행하려면 특성화고 치과 간호조무사 양성 제도부터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에서 논의된 바 있는 간호조무사 폐지 및 간호인력체계 3단계 운영과 마찬가지로 치과 간호조무사도 경력이 쌓이면 일부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치과위생사 자격 시험을 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곽 위원장은 “치과위생사의 교육과정과 전문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임상 경력 역시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기법 시행이 되면 치과 간호조무사의 대다수 진료 행위가 불법인 만큼 지금 당장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지 문의가 빗발치는 상황”이라며 “치과위생사만 보호할 것이 아니라 치과 간호조무사도 법적인 테두리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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