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사람 목숨 중요' vs '법적근거 미비'
18일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 진주의료원 폐업 둘러싼 쟁점 표출
2013.04.18 20:00 댓글쓰기

“장관, 법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 목숨이에요.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세요.”

 

18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통합당 이목희 의원이 한 말이다. 이에 대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민주당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진주의료원을 떠난 지 이틀 만에 사망한 80세 할머니에 대한 진 장관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했다.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업무개시 명령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질타이자 명령 촉구 의미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 사망에 대한 진상 조사 및 업무개시 명령, 공공의료 책임자로서의 복지부 역할 등 진주의료원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이 제기됐다.

 

80세 할머니 사망 놓고 공방

 

진 장관은 80세 할머니가 사망한 경위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경상남도가 언론보도 등을 참조해 만든 자료를 읽었다.

 

할머니 보호자의 요청으로 전원했고, 전원 후 수혈을 권유했지만 보호자가 거부, 할머니의 사망 원인은 뇌졸중과 노쇠로 인한 폐혈증이며 환자 사망과 전원과는 무관하다는 게 내용의 골자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답답한 일이다. 자료에 따르면 보호자 스스로 자진 퇴원을 한 것처럼 보인다. 복지부가 사태 파악을 하기 위해서는 경상남도 자료를 그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전원을 종용한적 있는지 등을 기재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같은 당 이목희 의원 역시 “돌아가신 할머니는 환자대책위원회 대표의 어머니다. 우리 토론회에 와서 인사말을 했던 분이다. 그 분은 현지에서 계속 전원을 종용받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무원들이 후안무치하다. 사람이 죽었는데 책임 회피를 위해 거짓말하고, 발뺌한다. 복지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경상남도에 묻는 게 아니라 노동조합, 시민단체, 의회 등에 물어 다각도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진 장관은 “자세한 내용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수혈 거부 등을 했고, 사망진단서에는 뇌졸중, 노인성 질환이라고 돼 있다”며 할머니의 사망이 전원 탓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진 장관은 "복지부가 사안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한 뒤 결론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업무개시명령 놓고 야당과 복지부 다른 해석

 

업무개시 명령은 의료법 59조에 규정돼 있는 보건복지부장관의 권한이다. 장관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업무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할 수 있다.

 

만약 복지부 장관이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을 시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 개시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진주의료원 휴업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할 때부터 진 장관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요구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80세 할머니가 사망해 업무개시 명령을 촉구하는 야당의 요구는 더욱 거셌다.

 

이목희 의원은 “장관이 판사, 변호사 출신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 생명과 건강이다. 진주의료원에 29명의 환자가 남았다. 갈 곳도 돈도 없다. 업무개시 명령을 내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진 장관은 “법적 근거가 미비해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진주의료원 사태는 의료원이 집단적으로 휴·폐업을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명시된 업무개시 명령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진 장관은 “발언에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장관으로서 요식행위를 하는데 법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법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야당과 장관으로서의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장관 사이 끊임없는 긴장이 조성됐다.

 

중앙 사무와 지방 사무 갭

 

야권은 "진주의료원 사태가 비단 지방자치단체의 일이 아니며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조정자인 장관 등 중앙부처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은 진 장관에게 “미온적 태도”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복지부나 정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왜 이렇게 무능한가. 도지사의 독주조차 막지 못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진주의료원 사태를 지방사무라고 쳐도 공공의료정책의 총괄자로서 행정부는 조절과 지도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 역시 “진주의료원 폐업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라고 해서 중앙정부와 무관하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가세했다.

 

반면 진 장관은 진주의료원 사태를 지방 사무로 판단하는 입장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경남도의회가 내린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때문에 사태 해결을 위해 현장 방문을 하는 등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야당 의원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진 장관은 “지방의료원의 경우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등 공공의료 강화 측면에서 제도를 개선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행동은 지방정부에 위임돼 있다”며 중앙 정부 차원의 권한이 많지 않음을 토로했다.

 

또한 “환자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진주의료원 진료 정상화를 위해 전문의를 충원하자”는 이목희 의원의 제안에도 “이 자리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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